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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을 나서는 청년들
▲ 장례식장을 나서는 청년들 장례식장을 나서는 청년들
ⓒ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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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저녁, 법원의 2차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줄을 지어 장례식장을 나왔다. 백남기 농민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 지 3일 만이다. 촛불을 들고 장례식장 밖으로 나와 행진한 것은 처음이었다.

청년들은 초와 작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각자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를 적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세상 어느 법을 가져와도 사람 목숨보다 귀하지 않았다.'
'국가폭력의 진실을 지켜냅시다.'
'이제는 진정한 사죄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침묵한 채 혜화역과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행진하였다.

우리는 제대로 추모하고 있는가

대학로 일대를 행진하는 청년들
 대학로 일대를 행진하는 청년들
ⓒ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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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고, 제대로 된 사죄와 재발 방지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는 경찰의 시신 탈취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제 곧 세월호 참사 발생 900일을 맞이합니다. 그간 우리가 죽음에 대해 제대로 추모할 시간이 있었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안타까움과 분노의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추모하고 떠나보내는 시간이 존재했는지 의문입니다."

행진을 마친 후 함께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된 추모의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행진 후 벽에 부착한 피켓
 행진 후 벽에 부착한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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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으로 사람이 쓰러졌고, 사과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과 유족들의 삶은 사실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손가락질, 정부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변화의 요구들도 '외부세력' '폭력집단'으로 매도되는 사회. 청년들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 폭력은 사실상 우리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말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변화를 이야기하고 목소리 내기 위한 행동들을 열심히 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에서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과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태그:#백남기농민, #청년 촛불 행진,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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