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를 잘하는 팀의 경기도 재미있다는 것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를 통해 느낀다.

AT 마드리드가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에서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에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만나 명경기를 선보였던 두 팀의 이른 만남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홈팀 AT 마드리드는 페르난도 토레스(32, 스페인)와 앙투안 그리즈만(25, 프랑스)을 투톱으로 두고, 코케(24, 스페인)와 야닉 카라스코(24, 벨기에)가 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하며 뮌헨의 골문을 노렸다. 반면, 뮌헨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8, 폴란드)를 최전방에 내세웠고, 프랭크 리베리(33, 프랑스)와 토마스 뮐러(27, 독일)가 공격을 지원하는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원정팀 뮌헨이 전반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왼쪽 측면에 있는 리베리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최전방에 있던 레반도프스키가 슈팅 기회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전반 13분에는 아르투로 비달(29, 칠레)이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살짝 띄어 올려준 볼을 뮐러가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잔 오블락(23, 슬로베니아)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AT 마드리드는 경기 초반 뮌헨의 공격을 잘 막아낸 뒤, 중반 이후부터 경기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전반 17분 AT 마드리드의 카라스코가 개인 드리블 돌파를 통해 뮌헨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슈팅까지 시도했으나 마누엘 노이어(30, 독일)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21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토레스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추며 아쉬움을 남겼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AT 마드리드의 카라스코(가운데)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AT 마드리드의 카라스코(가운데)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가기 시작한 AT 마드리드는 빠른 역습을 통해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결국 선취골을 뽑아냈다. 전반 34분 뮌헨 진영에서 사비 알론소(34, 스페인)가 헤딩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그리즈만이 잡아 뛰어들어가던 카라스코에게 연결했다. 카라스코는 드리블 돌파를 통해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한 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하면서 뮌헨의 골망을 흔들었다.

뮌헨은 좌우 측면에 있던 리베리와 뮐러가 공격을 시도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중원에서 비달과 티아고 알칸타라(25, 스페인)가 시도하는 공격적인 패스는 AT 마드리드 선수들에게 끊기기 일쑤였고, 경기 주도권을 내준 이후 뮌헨의 빠른 역습을 막는 데 집중해야 했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디에고 고딘(왼쪽)과 토마스 뮐러(오른쪽)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디에고 고딘(왼쪽)과 토마스 뮐러(오른쪽)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틈이 없어 보이는 AT 마드리드의 수비 

뮌헨은 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양 측면 풀백인 필립 람(32, 독일)과 다비드 알라바(24, 오스트리아)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중앙에 있는 레반도프스키와 뮐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AT 마드리드의 수비 조직력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AT 마드리드는 수비 시 8명에 가까운 선수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절묘한 위치 선정을 통해 모두 걷어냈다.

뮌헨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변화를 선택했다. 후반 13분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아르연 로번(32, 네덜란드)을 투입하고, 이번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뮐러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경기 주도권을 AT 마드리드에 내줬다. 선취 득점을 기록한 카라스코가 후반에도 빠른 역습에 이은 슈팅을 선보였고, 최전방에 있는 토레스가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득점 기회를 잡으려 했다.

경기 막판 AT 마드리드는 추가골을 기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후반 3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던 필리페 루이스(31, 브라질)에게 비달이 거친 반칙을 범했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런데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의 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뮌헨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동점골을 위해 공격에 치중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로번이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을 통해 슈팅과 크로스를 연달아 시도했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AT 마드리드의 수비에 틈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AT 마드리드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1-0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매력적인 늪 축구

AT 마드리드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 뮌헨에 올 시즌 첫 패배를 안겨줬다. AT 마드리드는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뮌헨을 압도했다. 토레스와 그리즈만이 골포스트를 맞추지만 않았더라면 대량 득점도 가능해 보였다.

특히, AT 마드리드의 왼쪽 풀백을 맡은 루이스와 결승골을 기록한 카라스코는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먼저, 루이스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빠른 역습을 주도했다. 이날 경기에서 6번의 드리블 시도 중 5번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카라스코와의 호흡을 통해 공격을 이끌어 나갔다.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수비에서도 철벽 방어를 자랑했다. 뮌헨의 오른쪽 공격을 담당했던 뮐러는 루이스에게 철저하게 막히며 경기 내내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팀을 승리로 이끈 카라스코는 왼쪽 측면에 위치하면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통해 수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특히,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4개의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중 3차례나 노이어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AT 마드리드의 수비 조직력은 볼 때마다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날 경기에서도 레반도프스키와 뮐러, 리베리, 로벤 등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보여줬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수비 시 페널티박스 안에 촘촘히 모여 뮌헨에 슈팅 할 공간 자체를 내주지 않았다.

팀의 공격이 끊긴 동시에 이루어지는 강력한 압박은 뮌헨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고, 양 측면 풀백의 빠른 발은 뮌헨의 장기인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AT 마드리드의 토레스(왼쪽)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9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2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AT 마드리드의 토레스(왼쪽)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뮌헨은 측면에 있던 리베리와 뮐러가 많은 활동량만을 가져갈 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후반 교체투입 된 로번 역시 제대로 된 슈팅 기회를 잡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중원에 있던 선수들이 AT 마드리드와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서 잦은 패스 실수를 보인 점도 아쉽다. 패스가 자주 끊기다 보니 선수 개인 능력을 활용한 공격 시도 횟수가 많아졌고, 세계 최고의 수비 조직력 앞에서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뮌헨은 수비에서도 아쉬운 점 많았다. 먼저, 알론소가 헤딩 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큰 원인을 제공했고, 하비 마르티네스(28, 스페인)는 볼 컨트롤 실수로 AT 마드리드의 토레스에게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허용했다. 또한, 중앙 미드필드 비달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추가 실점의 위기까지 초래했었다.

뮌헨이 AT 마드리드와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비에서의 실수를 줄여 최대한 실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T 마드리드에 먼저 실점을 하는 것은 패배와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란 것이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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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VS바이에른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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