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의 10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팀의 4위 탈환 가능성도 사실상 희박해졌다.

양현종은 27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 6이닝동안 103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 1피홈런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하지만 기아는 LG에 1-6으로 패하며 3연패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다. 양현종은 10승 대신 12패째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다패전 투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이날 승리로 5위 기아를 3경기 차로 따돌리며 4위 자리를 거의 굳혔다. 기아는 오히려 6위 SK에 2경기 차로 추격을 허용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양현종은 이날 주자를 자주 내보내며 잦은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혼신의 피칭과 수비 도움에 힘 입어 실점을 최소화하며 중반까지 잘 버텼다. 그러나 타선이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에 막혀 6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가며 부담을 안겼다.

결국 양현종은 0-1로 끌려가던 6회, 천적 문선재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이날의 결승점을 내줬다. 문선재는 올 시즌 5개의 홈런 가운데 양현종에게만 3개를 뽑아냈다. 양현종은 6회가 끝난 이후 마운드를 내려왔고 기아 타선은 결국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은 단 한 점도 뽑아주지 못했다.

양현종, 퀄리티스타트 22번 하고도 단 9승

 27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7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종은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성적에 비하여 가장 불운한 투수다. 양현종은 우수한 선발투수의 기준으로 꼽히는 퀄리티스타트(QS)에서 무려 22회로 전체 1위다. 다승 1위인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21승)가 19회, 팀 동료인 헥터(14승)도 20회로 양현종보다 더 적은 QS를 기록하고도 더 많은 승수를 챙겼다. 양현종이 얼마나 불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시즌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3.56으로 리그 전체 4위다. 양현종보다도 높은 자책점을 기록하고도 더 많은 승수를 올린 투수가 12명이나 된다. 현재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10승 달성에 실패한 투수는 SK의 켈리와 양현종 2명 뿐이다.

단순히 QS로 과대평가받은 것도 아니다. 양현종은 이날까지 총 194.2이닝을 소화하며 이미 지난 시즌 기록했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이닝(184.1이닝) 소화 기록을 갈아치웠다. 남은 경기에서 추가로 등판할 경우 데뷔 첫 200이닝까지도 바라볼수 있는 기록이다.

양현종이 올 시즌 30번의 등판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는 단 한 번(5월 19일 두산전 4.2이닝)뿐이다. 그만큼 '이닝 이터'로서 기복 없고 꾸준했지만 승운은 지지리도 없었다.

이날 경기를 비롯하여 올 시즌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기아의 타선지원은 가히 최악이었다. 참고로 양현종이 거둔 9승 중 8승이 2실점 이하로 막아낸 경기였다.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하고도 이긴 경기가 8월 27일 두산전의 3실점이었다.

반면 QS를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되었던 경기는 6차례나 된다. '선발이 부진해도 타선의 도움으로 이긴 경기' 따위는 올 시즌 양현종의 등판 기록에 전무하다. 다시 말하면 타선이 조금만 터져줬어도 양현종의 승수를 비롯한 각종 기록은 훨씬 좋았을 것이다.

양현종, 데뷔 첫 200이닝 돌파 눈앞

승수 불운은 역대 에이스급 투수들도 야구 인생에서 한 두 번쯤은 경험하는 시련이다. 류현진(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인 2012시즌 한화 시절 당시 최다이닝 3위, 평균자책점 5위, 탈삼진 1위, 퀄리티스타트 22회라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팀 동료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며 9승(9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데뷔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실패했고 KBO 통산 100승의 꿈도 좌절된 채 아쉽게 메이저리그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특히 양현종의 소속팀인 기아에는 유독 불운한 선발투수들이 많았다. 윤석민은 2007년 162이닝 동안 QS 14회, 자책점 3.78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으나 7승 18패로 그 해 최다패 투수에 이름을 올리는 지독한 불운을 겪었다.

은퇴한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기아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2년에는 44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 등 자책점 2.59의 눈부신 역투를 펼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9승에 머물러야 했다. 양현종으로서는 어쩌면 기아 에이스들의 불운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만하다.

기아는 5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삼성-kt와 각 2경기, 한화와 1경기가 남아있다. 잔여일정상 휴식일에 여유가 있는 만큼 양현종에게도 1~2번 정도의 선발 등판 기회는 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삼성전에서는 올 시즌 3패만 기록하며 자책점 5.72로 부진했으나 한화(1승 1패. 2.08)와 kt(1승 1패 ,1.89)를 상대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현종 개인에게는 데뷔 첫 200이닝과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이 달렸다. 기아도 아직 5강행을 완전히 확정짓지못한 상황이라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등판 시점을 잡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양현종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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