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프로야구 파이팅!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를 마치고 10개 구단에서 참석한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6프로야구 파이팅!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를 마치고 10개 구단에서 참석한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감독.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오로지 선택된 10명에게만 허락한 선망의 자리다. 아무나 될 수도 없고, 아무나 성공하기도 어려운 자리이기에 그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승자에게는 부와 명예, 인기가 모두 따라오지만, 패자에게는 언제든 대중의 손가락질과 구단의 해고통지서가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가시방석이 되기도 한다.

최근 프로야구는 감독교체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팀에서 5~6년 이상 장기집권하는 감독들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최장수 사령탑은 2011년부터 6년째 삼성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이다. 그 뒤를 김경문 NC 감독(2011~)과 염경엽 넥센 감독(2013~)이 있고 있다.

최근 5년간 프로야구에서는 총 15회의 감독 교체가 있었고, 이중 소속팀과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감독만 12명이나 된다. 2년 이내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단명 감독은 5명이다. 이 기간 감독교체가 가장 빈번했던 팀은 각각 세 명의 감독이 교체된 두산과 롯데였다.

어김없이 돌아온 교체의 계절

올해도 어김없이 감독교체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2016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엇갈리는 성적표에 따라 각 구단 감독들의 거취에도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이 끝나고 또 한 번 대규모 감독 교체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재 지위가 안정적인 인물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 정도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 시즌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까지 팀에 안겼다. 애초 두산과 2년 계약을 맺었던 김태형 감독의 임기는 올해까지이었지만 두산 구단은 이미 올스타 휴식기인 지난 7월 18일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계약 기간만 합의하고 연봉 등 세부적인 조건은 시즌 후에 논의하기도 했지만, 호성적에 걸맞은 특급 대우가 보장될 전망이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밴 해켄(시즌 중반 복귀) 등 투타의 주역들이 대거 빠져나가 꼴찌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넥센을 3위로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사실상 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육성과 세대교체 등 전반적인 팀 운영에 있어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넥센도 이미 지난 2014년 11월 염경엽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다시 맺은 바 있다.

반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감독만 무려 4명이다. 김경문 NC 감독을 비롯해 김용희 SK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 조범현 kt 위즈 감독 등이다. 이중 김경문 감독의 NC를 제외하면 모두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되거나 탈락 일보 직전이다.

현재로써 전망이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김용희 감독이다. SK 부임 첫해 우승 후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5위에 그쳐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겨우 턱걸이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9월 초까지 5할 승률로 4위를 달리다가 거짓말 같은 8연패를 당하며 급추락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역주행한 것은 감독의 능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현재 6위에 그치고 있는 SK는 5위 기아와는 2.5게임 차지만 잔여 경기가 4경기밖에 남지 않아서 자력으로 5강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선수들을 무리해서 혹사하지 않는 관리능력만큼은 인정받고 있지만, 그 외에 용병술이나 리더십 등에 있어서는 무색무취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의 kt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10위)가 확정됐다. 지난해(.364)보다 올해(0.381) 팀 성적은 약간 올라갔지만 미미한 차이다. 신생팀의 전력한계를 고려하더라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조감독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최근 KT는 주축 선수들(장성우, 김상현 등)의 연이은 사건·사고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 중에는 조감독이 직접 영입을 주도했던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질까

출사표 던지는 10개 구단 감독과 주장들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두산 김태형, 삼성 류중일, NC 김경문, 넥센 염경엽, SK 김용희, 한화 김성근, KIA 김기태, 롯데 조원우, LG 양상문, 케이티 조범현. 아랫줄 왼쪽부터 두산 오재원, 삼성 박한이, NC 이종욱, 넥센 서건창, SK 김강민, 한화 정근우, KIA 이범호, 롯데 황재균, LG 류제국, 케이티 박경수

▲ 출사표 던지는 10개 구단 감독과 주장들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두산 김태형, 삼성 류중일, NC 김경문, 넥센 염경엽, SK 김용희, 한화 김성근, KIA 김기태, 롯데 조원우, LG 양상문, 케이티 조범현. 아랫줄 왼쪽부터 두산 오재원, 삼성 박한이, NC 이종욱, 넥센 서건창, SK 김강민, 한화 정근우, KIA 이범호, 롯데 황재균, LG 류제국, 케이티 박경수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의 거취는 야구계에서도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류중일 감독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와 최악의 흑역사를 모두 체험할 위기에 놓여있다. 삼성은 류 감독이 취임한 2011년부터 5시즌 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4번의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올 시즌에는 7위에 그치며 2009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올 시즌 삼성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류 감독에게 돌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은은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이 이관되면서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투자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 삼성은 올 시즌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역대 최악의 흉작에 그쳤고, 타선의 핵이었던 내부 FA였던 박석민을 잡지 못해 NC에 빼앗겼다. 불펜의 핵이었던 임창용과 안지만은 도박파문에 연루되어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났다. 하나같이 류 감독이 손을 쓰기 어려운 부분들이었다. 일부에서는 안정된 지원이 있을 때만 성적을 내는 감독으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다수는 여전히 류 감독의 재계약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계약만료 사령탑 중에서 가장 입지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김경문 NC 감독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 시즌 '가을야구'라는 더 중요한 시험무대가 남아있다는 게 변수다. NC는 지난 2년간 정규시즌에서의 호성적보다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무관의 제왕'으로 꼽히는 김 감독은 역대 감독 통산 700승 이상을 거둔 사령탑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올 시즌 NC는 공수 양면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최소한 한국시리즈 진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감독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막판 5강 경쟁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중위권 팀 감독들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일단 양상문 LG 감독과 김기태 기아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비판 여론이 많았으나 두 팀이 최근 가을야구 진출에 근접하면서 두 감독에 대한 평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김성근 한화 감독과 조원우 롯데 감독에 대한 여론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두 감독 모두 아직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지만, 시즌 내내 팀 운영을 둘러싼 여러 가지 구설수와 불협화음으로 팬들의 지지를 잃은 지 오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전임자들에 이어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한화는 전임 김응용 감독에 이어 또다시 백전노장의 최고령 사령탑을 영입했음에도 가을야구에서 멀어졌고, 롯데는 이종운 전 감독에 2년 연속 초보 감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현역 프로야구 최장수 사령탑(김성근)이나, 올해 1군 감독으로 처음으로 데뷔한 초보 사령탑(조원우)이나, 잔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성적 앞에서는 똑같은 처지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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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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