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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손길
 너의 다정한 손길
ⓒ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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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살구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그의 그림에는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비주얼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무 말도 없지만, 깊은 눈빛에서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무심한 듯 바라보는 표정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에 상상해봤음직한 이상형이다. 살구는 스케치로 등장인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살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사는 기쁨 중 하나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바람을 종종 그림에 투영시킨다는 것인데, 그의 바람은 팬들의 바람과도 같아서 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의 그림이 팬들을 재미없고 따분한 일상에서 찬란하고 환성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 '나의 순결한 행성'이란 제목은 무슨 의미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를 나타내기도 하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 속 수많은 별만큼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인'이기도 하고, 더 큰 의미로는 '우주인'이기 때문입니다."

- 그림에 미소년, 미소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주로 소년, 소녀 그림을 많이 그려서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은 순정만화를 쉽게 떠올리세요. 같은 옷이라도 모델이 착용하는 것이 맵시가 살기 때문에, 제 그림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다보니 아이돌 비주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 그림을 자세히 보다 보면 큰 틀의 세계관을 눈치 챌 수 있을 거예요. 평범해 보이지만 '평행의 세계'나 '웜홀' 같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골목이나 계단, 볼록거울 등을 그림 속에 무심하게 그려넣고 있습니다."

- 본인이 그리는 캐릭터와 현실에서 흡사한 외모를 가진 분을 만난 적이 있나요?
"그림의 인물은 제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입니다. 따로 모델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닌데 제가 사는 동네에 아이돌 연예기획사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분들은 종종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꼼짝마
 꼼짝마
ⓒ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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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이 생각하는 로맨스는 어떤 것인가요? 실제로 그런 기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설렘' 아닐까요?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적인 풍경도 함께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조금은 추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냥 이유 없이 그 한 사람 때문에 기분이 하늘과 땅을 오가잖아요. 경험일 수도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를 받은 적이 있나요?
"올해 초 TV 광고 일러스트 제의도 받았는데, 제가 좀 꺼려하는 분야라서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다른 광고대행사에서 제의를 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 작업은 손으로 직접 그리시는 건가요?
"전 연필선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스케치는 연필, 샤프 등으로 하고 있고요. 그것을 스캔하여 채색은 포토샵으로 하고 있습니다. 채색을 할 땐 연필선과 종이 질감을 없애지 않고 살려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지되어 있는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움직임 있는 그림이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끌 수 있을 것 같아 gif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저작권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요, 작가님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건 좀 현실적인 부분인 것 같은데요.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간혹 그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일단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정당한 노력과 노동의 대가는 당연한 것이거든요. 더군다나 창작자의 고유권한인 '저작권'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 분들도 있는데, 그 경우에는 절대 작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자신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cross the universe'라는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제가 그라폴리오에 연재하고 있는 '나의 순결한 행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까만 우주 속, 우주인과 소녀의 조우를 그림 속에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항상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산책하다 본 예쁜 풍경에 등장인물들을 넣어 상상해 보기도 하고, 멍하니 있다 불현듯 떠오르는 이미지나 문구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마인드맵을 해보기도 해요. 그림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좀 더 풍성하고 디테일하게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소녀의 감성을 잃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표이자 꿈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m.post.naver.com/my.nhn?memberNo=4832522)> 10월호에 게재됐습니다.
* 글 남유진·그림 살구 홈페이지 blog.naver.com/salgoogelato



태그:#일러스트레이터, #살구, #그라폴리오, #순정만화, #나의순결한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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