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백혈병과 싸워온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52세.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전임 지도자 1기 출신인 이 전 감독은 유망주 발굴과 지도에 힘쓰며 각급 연령별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

급성 백혈병과 싸워온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52세.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전임 지도자 1기 출신인 이 전 감독은 유망주 발굴과 지도에 힘쓰며 각급 연령별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 ⓒ 연합뉴스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별세했다.

이 감독은 한국 축구의 큰 별을 꿈꾸며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하늘은 야속했다. 향년 52세로 아직은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았음에도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 감독의 선수 시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감독은 김포통진고와 중앙대를 거쳐 유공(1987~1995년)에서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수원 삼성(1996~1997)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프로 통산 266경기 출전, 36골 21도움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성실함을 무기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그의 성실함은 지도자가 된 이후에서야 빛을 발했다. 은퇴 이후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유망주를 발굴했고, 국제 대회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는 등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 축구 대들보 발굴, 축구 역사를 써온 이광종 감독

이 감독은 2003년 15세 이하 대표팀 감독으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에서 22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는 16강, 2013 터키 U-20 월드컵에서는 8강이라는 연이은 성과를 내며,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거듭난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과 김진수(24, 호펜하임), 장현수(24, 광저우 R&F), 윤일록(24, FC서울), 이종호(24, 전북 현대), 류승우(22, 페렌츠바로시 TC) 등을 발굴해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 감독은 불과 2년 전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써냈다. 이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과 경기 스타일,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팀워크 등으로 무장한 U-23 대표팀은 무실점 전승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과 함께 28년 만에 함께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올림픽과 월드컵 무대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실제로 2016 리우 올림픽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소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석 달 만에 출전한 킹스컵 대회에서 고열 증세를 보이며 급작스럽게 귀국했고,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힘겨운 투병 생활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노력파 이광종, 그를 좋아했다

이광종 감독 '장하다 종호야!'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고 이광종 감독에게 뛰어가고 있다.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9월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 골을 성공시키자 기뻐하던 고 이광종 감독의 모습. ⓒ 이희훈


필자는 이 감독을 굉장히 좋아했다. 한국 축구에서 보기 드문 노력파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간 사람은 굉장히 보기 드물다.

한국 축구의 역사에서 선수 시절 명성을 등에 업고, 은퇴 후 바로 대표팀 지도자가 되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경우를 보았고, 아시아 무대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 도전했던 경우를 보았다. 과거의 명성 덕분인지 국가대표팀 수장으로서 실패를 경험했던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에게 과거의 명성이나 보이지 않는 연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감독이 노력으로 일궈낸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고,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자신의 확고한 축구 철학과 선수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국제무대에서의 업적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축구의 대들보들을 국가대표팀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2016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날아든, '이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축구인과 팬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오로지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한국 축구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이광종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 올린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제자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는 부디 아픔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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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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