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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아파서 오늘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쉴 거야."
"그럼 나도."
"뭐?"
"나도 어린이집 안 가고 집에서 쉴래. 누나 따라 할 거야."


지난 목요일 밤새 큰 아이 몸에서 열이 났습니다. 아침이 되자 열은 조금 떨어졌는데, 아이는 학교 안 가고 더 자고 싶다 하여, 하루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몸이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아이가 덩달아 쉬겠다고 나섰습니다. 엄마와 누나는 황당했지요.

"어제는 어린이집 가는 거 좋다더니?"
"어......."


작은 아이는 곰곰 생각에 잠기더니, 한참 만에 말합니다.

"나 어린이집 갈래. 오늘 어린이집에서 가방 만들기 할 수도 있어. 어린이집 갈래!"

<난 병이 난 게 아니야>에서 정우는 우리 집 둘째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입니다.

절대로 기침을 하면 안돼

<난 병이 난 게 아니야> 겉표지.
 <난 병이 난 게 아니야> 겉표지.
ⓒ 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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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내일 사촌 형이랑 낚시하러 가기로 약속했답니다. 얼음이 꽁꽁 언 연못에 구멍을 뚫고 물고기를 낚으면,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거든요. 그러니 절대로 병이 나면 안 되지요.'

저녁밥을 먹고 나자, 정우는 갑자기 기침을 합니다. 정우는 엄마 모르게 하려고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아도 보고, 노래를 부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정우 기침 소리를 듣고 달려와 정우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

"열이 있네."

엄마는 정우 가슴에 귀를 대어 봅니다.

"이런 어쩌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구나."
"엄마, 괜찮아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엄마는 정우를 걱정합니다. 엄마는 내일 정우가 낚시하러 갈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합니다.

난 병이 난 게 아니에요

'정우는 잔뜩 심통이 났습니다.

"치, 기침, 조금 하고, 머리가 조금 뜨겁고, 가슴이 조금 쌕쌕거린다고 엄마는 괜히 야단이야! 나는 내일 낚시하러 갈 수 있어!"'

그때 커다란 곰 의사 선생님이 집을 잘못 찾아오는 바람에 정우를 방문합니다. 활짝 연 방문보다 더 커다란 곰 아저씨와 정우가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곰 아저씨는 정우가 기침하는 걸 보게 됩니다.

"저런, 너도 병이 났구나!"
"아니요. 난 병이 난 게 아니에요."


곰 아저씨는 내일 소풍을 가는 아기곰이 감기에 걸려 왕진을 가는 길이라네요. 곰 아저씨는 서둘러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제야 정우는 태도를 바꾸어 말합니다.

"저– 저도 좀 봐 주세요."
"넌 병이 난 게 아니라면서?"
"기침이 조금 나거든요."


곰 아저씨는 정우 목이 부은 걸 확인합니다. 그리고 양치질을 잘 하라며 양치질 하는 법까지 알려 줍니다.

곰 아저씨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신나게 양치질을 했습니다.
푸카푸카 칙칙칙
포카포카 칙칙칙
차카차카 후우훅
오글오글 후우훅


이 책을 우리 집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양치질하는 소리를 신나게 따라했습니다.

곰 아저씨는 사라지고, 정우는 욕실로 가서 곰아저씨처럼 양치질을 합니다.

푸카푸카 칙칙칙
포카포카 칙칙칙
차카차카 후우훅
오글오글 후우훅


양치질을 하고 나자 기침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열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가슴에서도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아까 곰아저씨한테 숨김없이 말할 걸 그랬어.'

정우가 이렇게 중얼거리는데 방문 쪽에서 '똑똑똑' 소리가 났습니다.

"앗, 곰아저씨다."'


곰 아저씨는 이렇게 정우를 다시 찾아옵니다.

"아저씨! 열이 좀 있거든요."

곰아저씨는 정우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확인합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곰아저씨는 큰 손으로 정유의 얼굴을 감싸 안더니 동굴 같이 커다랗게 입을 딱 벌렸습니다.'

곰아저씨는 커다란 혀로 정우의 이마를 '싹싹' 핥습니다. 신기하게도 정우의 열이 금방 내려갑니다.

정우 방 벽에 걸려 있던 피오키오처럼 처음에 정우는 곰아저씨에게 기침을 하고도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곰 아저씨는 정우를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정우가 하나, 둘씩 솔직하게 아픈 곳을 말하자 곰아저씨는 그제야 정우를 치료해 줍니다. 곰아저씨라야 가능한 아주 강력한 치료법- 혀로 핥기-까지 동원합니다. 관계에서 솔직함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금요일부터 푹 쉰 큰 아이는 열이 다 내려 오늘 아침, 씩씩하게 학교에 갔습니다.
따라쟁이 둘째는 누나가 학교를 가고도 한참 뒤에야 일어났습니다.

"엄마, 누나는?"
"학교 갔지."
"으앙! 누나 데려 와! 누나갈 때 나도 가야 된단 말이야!"

덧붙이는 글 | <난 병이 난 게 아니야>, 카도노 에이코 저, 이영준 역, 한림출판사 펴냄, 9500원, 2012.04.24



난 병이 난 게 아니야

카도노 에이코 글, 다루이 시마코 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1998)


태그:#난 병이 난 게 아니야, #카도노 에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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