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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영 훈련 중인 광양중마초등학교 5학년 이다정
 평영 훈련 중인 광양중마초등학교 5학년 이다정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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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다정)은 초등학교 수영선수다. 지금은 전남 광양중마초등학교 5학년이다. 평영이 주 종목이다. 2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전국대회에 5번 참가했다.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올 봄에 있었던 제45회 전국소년체전에 강원도 대표(홍천초등학교)선수로 출전했다는 결과다. 그러나 평영 50m 10위, 100m 12위였다. 예선 탈락이었다. 특별하게 잘하는 선수의 기록은 절대 아니었다.

부모 입장에서의 솔직한 심정은 수영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방학 때는 다소 긴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이면 꼭 하는 대화긴 했다. 그때마다 딸아이는 수영을 계속하고 싶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3학년 때는 강원도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하더니, 지난 겨울방학 때는 전 국가대표인 정다래 선수에게 지도를 받아서 그런지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이고, 금메달을 따겠다는 당찬 각오를 말했다.

"제2의 정다래가 되겠다는 딸을 응원한다"

중마초등학교 오기준감독과 고지연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마초등학교 오기준감독과 고지연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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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영선수 아빠 역할을 지금까지 5년째 하고 있다. 처음 3년은 학교 수영장에서 하는 운동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잘하면 좋고, 못해도 초등학교 때 운동을 배운다는 것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일 테니까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4학년이 되어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강원도 대회에 나가서도 입상권 밖이었고, 2학년 때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수영을 권했던 코치와 상담하니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하루 4시간 정도를 수영장에서 보내게 할 수가 없었다. 방과 후 영어와 수학도 공부해야 하고, 피아노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은 수영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딸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야 했다. 새벽마다 같이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그 결과, 올 봄에는 강원도 대표선수가 되어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계를 느꼈다. 수영에 전문성이 없는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가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 정다래 선수가 '제2의 정다래' 발굴을 위하여 영법지도(월 1회 홍천으로 찾아와 무료로 지도해 줌)를 해줬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딸이 부족한 부분을 집중해서 관리하고 지도해 줄 코치와 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참다운 선생님을 찾아... 제자가 된 딸

지난 여름방학 중에 중마초등학교 하계 캠프 겸 훈련이 있었다. 훈련 마지막 날 학부모와 함께 하는 촛불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오기준 감독과 학생 및 학부모.
 지난 여름방학 중에 중마초등학교 하계 캠프 겸 훈련이 있었다. 훈련 마지막 날 학부모와 함께 하는 촛불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오기준 감독과 학생 및 학부모.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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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딸이 지금은 전라남도 광양에 와서 중마초등학교에 다니며 수영을 배우고 있다. 6월 13일 전학을 했으니 100일이 막 지났다. 그동안 딸은 단 하루도 수영 훈련에 빠지지 않았다. 전학을 올 때 "힘들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잘 지켜주고 있는 딸이 대견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수영훈련에 동행해서 사진 좀 찍겠다고 감독(오기준 체육부장)에게 동의를 받아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수영용품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 이 학교를 추천해준 이유가 있다. 지도자의 남다른 열정,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일상적 언행에 있어서 참스승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전학을 알아보면서 중점적으로 여긴 지도자의 덕목이었다. 광양 중마초등학교에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오기준 감독과 고지연 코치는 내가 찾는 그런 사람이었다. 100일 동안 딸의 변화를 통해 그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아이는 광양에 와서 많이 변했다. 수영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 표정이 정말 밝아졌고, 대화해 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예전의 힘들고 지친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아침 운동을 위해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등교 하는 딸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운동선수가 꿈인 학생에게 학교 체육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우리 선생님은 잘하는 애와 못하는 애를 구분하지 않아"

오기준감독이 저학년 꿈나무들 훈련 기록을 불러주고 있다.
 오기준감독이 저학년 꿈나무들 훈련 기록을 불러주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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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전학을 결정하기 전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어린 나이의 딸이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잘 적응할지도,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도 걱정의 큰 몫을 차지했다. 중마초등학교 수영부 카페를 찾아가 10년 넘게 관리해온 사진들을 통해 지도자의 열정과 학생을 아끼는 선생님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화성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는 전 국가대표 이지은 선수가 중마초등학교 출신이고, 제4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박수연(현, 전남체고1)선수, 43회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오주휴(전남체중2) 선수, 44회 대회에서 평영 100m 대회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딴 왕희송(현 동광양중학교1.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 외에도 수구 국가대표 선수를 다수 배출한 지도자들이었다. 그 선수들의 어린시절 모습이 카페에 다 있었다.

그래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것 저것이 다 이유가 돼 망설여졌다. 그런데 딸은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말해주자 별로 망설이지 않고 전학 가겠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수영부 코치에게 투명인간(수영부 20여 명의 학생 중 특정 선수만 집중 지도하고, 그 외 학생은 배워야하는 시기임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는 점을 해당학교와 교육청에 문제제기를 했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취급을 받고 훈련을 하는 동안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아왔던 터였기에 아마도 결정이 쉬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직업이 전업 작가인 내가 결국은 딸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전학 절차를 밟았다.

광양중마초등학교 수영부 지도자는 무엇이 다를까. 딸과 대화를 해봤다.

"감독선생님과 코치선생님은 우리들을 가르치면서 언제나 같이 땀을 흘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해서 화를 낼 때는 되게 무섭지만, 그래도 좋아."

딸은 지도자가 선수들 훈련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잘하는 애와 못하는 애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혼내고 똑같이 가르쳐."

그런 장면을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딸은 나름대로 잘 설명했다. 그러더니 "여름방학 때 하계 훈련에 가서도 감독 선생님과 코치 선생님이 우리들 밥과 간식을 다 만들어주셨어, 같이 게임도 하고 운동도 했는데 그때 정말 힘들었지만 좋았어" 하더니 "우리 선생님 진짜로 최고야"라고 말했다.

제자가 꿈을 포기하면 슬퍼진다는 선생님

광양중마초등학교 수영부 선수와 오기준감독, 고지연코치가 지난 주말 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을 한 후 기념촬영.
 광양중마초등학교 수영부 선수와 오기준감독, 고지연코치가 지난 주말 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을 한 후 기념촬영.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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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고, 그 꿈을 위해 항상 같이 노력하는 선생님. 진정한 스승이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선생님의 모습이다. 주말에도 집에 있는 아이(엄마와 떨어져 글만 쓰는 아빠와 지내는 딸이 늘 해당된다)들을 불러 모아 때로는 영화구경도 같이 다니고, 학교체육관에서 게임도 하면서 간식을 만들어 먹이는 중마초등학교 오기준 선생과 고지연 코치. 두 분은 꿈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최병준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선생님이시다.

"종득아, 너는 운동도 잘하고, 책보는 것도 좋아하잖아. 아무리 어려워도 꿈을 포기하지 마라. 제자가 꿈을 포기하는 것은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것이란다."

그랬다. 아버지를 너무 일찍 잃은 나는 가난한 외가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입학을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나를 관사로 불러 같이 밥을 먹으며 해주신 말씀이다. 나는 결국 서울로 상경하였고, 공장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고 야간중학교를 다녔다. 홍수환이 세계챔피언이 되었을 때는 나도 권투선수로 성공하고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그 후로도 나는 새로운 꿈을 찾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스무 살 적 꿈이 된 소설가로 데뷔해 문학상도 받았고, 책도 냈다.

정말이지 참다운 선생님은 제자가 꿈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후회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스승을 말한다.

나는 우리 딸이 참다운 선생님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둘째(3학년) 딸도 중마초등학교로 전학 와서 수영선수 입문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안녕과 행복 그리고 우리 딸과 같은 어린이의 꿈을 위해 일해야 하는 대통령이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대립하고, 농민은 경찰이 쏜 살수차에 맞아 숨지고, 지진이 일어나도 아무런 대책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부. 나라의 정의를 위해서 일해야 할 고위직 검사가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 부부와 두 딸에게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태그:#오기준감독, #중마초등학교, #고지연코치, #초등학교수영부, #이다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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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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