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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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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6일 오후 8시 25분]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25일 숨진 고 백남기 농민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그는 아들에게 백두산, 두 딸에게 백도라지·백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둘째 딸 민주화씨는 아버지의 생사가 위태롭던 25일 오전부터 부검을 위해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르던 26일 새벽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급박한 상황을 전달했다. 또 아버지를 지켜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더 많은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화씨의 페이스북 배경 사진에는 지난 12일 '백남기 청문회'에 참석해 웃음을 내보이고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사건 당시 경찰청장)과 그 뒤에 앉아 있는 어머니의 얼굴이 담겨 있다. 프로필 사진에는 아버지 얼굴과 당시 책임자인 신윤균 영등포경찰서장, 물대포를 조종한 한석진·최윤석 경장의 얼굴이 나란히 놓여 있다. (관련 기사 : 다시 봐도 서늘한 경찰청장의 이 '웃음')

급박했던 25~26일, 민주화씨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을 시간 별로 정리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민주화씨는 27일 장례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본관 앞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25일 오전 8시 7분

백남기 농민이 생사를 넘나들던 25일 오전 8시께, 백민주화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남기대책위'의 글을 공유하며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민주화씨가 공유한 백남기대책위의 글에는 "검찰의 부검강행 우려에 대한 가족과 백남기대책위 차원의 입장과 백남기 농민이 운명할 경우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장례식장 가득한 경찰 향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긴 시간 동안 저희 아버지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25일 오후 4시 33분

이날 오후 2시께, 결국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났다. 이미 서울대병원 곳곳에는 수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강행하고자 했다. 이미 경찰은 법원에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제출했다.

백남기 농민을 병상에서 장례식장까지 옮기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경찰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팔짱을 낀 채 앰뷸런스를 둘러쌌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돼서야 그는 장례식장에 안치될 수 있었다. 민주화씨는 아버지가 장례식장에 안치될 수 있도록 도운 시민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늘 밤 촛불을 함께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함께 지켜주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시댁 식구들과 같이 금방 들어갈게요." - 25일 오후 5시 55분

이날 촛불집회 일정(오후 7시)이 잡혔다. 언제 청구된 영장이 받아들여질지, 그래서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려와 공포가 장례식장을 둘러쌌다. 아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지 못한 민주화씨는 시민들에게 촛불집회에 참여해 아버지를 지켜달라고 다시 호소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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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빈소 현장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요.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 25일 오후 6시 5분

곧바로 민주화씨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을 가득 메운 경찰과 그 앞을 막아 선 시민들이 담겨 있었다. 경찰들이 입은 조끼 때문에 녹색 형광빛이 사진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백남기 #우리는모두똑같은사람" - 25일 오후 6시 27분

민주화씨는 사진 한 장을 더 올리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병상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 백남기 농민의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숨진 백남기 농민이 탄 앰뷸런스를 시민들이 겹겹이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관련 기사 : [오마이포토] 백남기 농민 운구 호위하는 시민들)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가 25~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 백민주화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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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꼭 다시 웃게 해줄게. 우리 또 만나자, 아빠랑 딸로. 잘가요." - 25일 오후 6시 46분

이어 민주화씨는 장례식장에 놓인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올렸다. 아버지 영정 아래에는 '교우 백남기(임마누엘)'이라고 적힌 신주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놓여 있었다. 민주화씨는 다음 생애에도 지금의 아버지 딸로 태어나기를 기도했다.

"끝까지 악하고 독하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강신명(당시 경찰청장)과 박근혜 정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기다리는 하루가 1년 같습니다. 아빠 쉬게 하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 26일 오전 1시

한동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았던 민주화씨는 <경찰 "고 백남기씨 부검영장 신청... 사인확인 목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분노했다. 다행히 법원은 오전 6시께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영장 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화씨가 그토록 바라는 "아빠의 휴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태그:#백남기, #백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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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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