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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미륵도 미륵산 용화사입니다.
 경남 통영 미륵도 미륵산 용화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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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절에 같이 가려는가?"

아내에게 절집 행을 제안했습니다. 엉치뼈 골절로 한 달여 동안 누워 있어 답답할 아내에게 바람 쐴 기회가 필요할 것 같아섭니다. 특히 부처님 앞에 아내 건강을 비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게다가 조금씩 걷는 터라 피곤하면 뒷자리에 엎드려 있으면 될 거 같았기에. 아내 역시 귀가 솔깃하나 봅니다.

"누구랑 같이 가나요?"
"아니. 혼자 가려고."
"혼자 보내긴 싫은데. 나라도 당신이랑 같이 갈까?"
"그래 주면 고맙지. 심심하지도 않고. 같이 갈 거야?"
"그래, 둘이 갑시다."
"아픈 몸을 이끌고 괜찮겠어?"

떠나기도 전에 복잡합니다. 미니 담요, 작은 베개, 물, 과일 등을 싣습니다. 아내와 통영 여행은 이번까지 세 번쨉니다. 통영은 아버지의 고향이어선지, 왠지 친근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아내, 아이들과 동행이 비교적 쉽게 이루지는 것 같습니다. 앞좌석에 앉았던 아내, 출발하자마자 생각과 다르다며 뒷자리로 이동합니다. 그러면서 후회막급이랍니다. 괜히 가자했나, 벌써부터 미안합니다. 기도 발 받으려면...

두 개 기둥만으로 세워진 특색 있는 용화사 '일주문'

경남 통영 용화사 길입니다.
 경남 통영 용화사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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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미륵도 미륵산 용화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절집 입구부터 오르막이라 아내는 차에 남기로 합니다. 옆에 주차한 중년 여인 뒤를 다릅니다. 그들도 용화사 가는 사람 같았거든요. 어, 샛길로 빠집니다. 용화사 가는 길, 한산하고 호젓합니다. 산행 즐기는 분들이 눈에 자주 띱니다.

용화사 가는 길에 일주문, 천왕문 등이 없습니다. 아뿔사! 용화사 선웅 스님은 강원도 봉정암 출타 중이셨습니다. 대신 용화사 신도 관음월 보살에게 "일주문이 없냐?" 묻습니다. "절로 오르는 계단과 계단 끝 양쪽에 세워진 기둥이 바로 천년이 넘은 용화사 일주문이다"는 대답입니다. "안팎이 없는 두 개의 기둥만으로 세워진" 아주 특색 있는 일주문입니다. 용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경남 하동 쌍계사 말사입니다.

경남 통영 용화사 일주문입니다. 계단과 기둥만 2개인 특이한 일주문입니다.
 경남 통영 용화사 일주문입니다. 계단과 기둥만 2개인 특이한 일주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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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용화사 '불사리4사자법륜탑'(왼쪽)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 부처님 진신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통영 용화사 '불사리4사자법륜탑'(왼쪽)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 부처님 진신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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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화상이 초창하여 정수사(淨水寺)라 불렀다. 조선 인조 6년(1628) 화재로 폐허가 된 것을 벽담 선사가 현재 자리에 중창하고 용화사로 개칭하였다. 보광전, 용화전, 적묵당, 해월루, 탐진당, 칠성전, 명부전 등이 있으며, 불사리4사자법륜탑, 효봉스님 사리탑 등이 있다. 불사리4사자법륜탑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 부처님 진신사리 7과가 봉안되어 있다."

미륵산 용화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곳 용화사도 인근 미래사처럼 "다가오는 부처님, 미래의 부처님, 미륵 부처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관음월 보살에 따르면 "용화전에 모신 미륵불인 흰 부처님에 대한 설화"가 전해오고 있답니다.

"백담스님께서 화재가 난 절을 중창하기 위해 미륵산에서 일주일간 미륵불게 치성으로 기도를 드렸다. 칠 일째 되는 날, 흰 부처님으로 나타나신 미륵불이 '나는 당래교주 미륵불이다'면서 '이 산은 미래세에 용화회상이 될 도량이니 여기에 가람을 짓고 용화사라 하면 만세에 길이 유전하리라'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스님은 꿈에서 보았던 흰 부처님으로 나타난 미륵불을 그대로 용화전에 모셨다."

용화사 스님께서 꿈속에서 보았다던, 흰 부처님으로 화하신 미륵불은 용화전에 모셨습니다.
 용화사 스님께서 꿈속에서 보았다던, 흰 부처님으로 화하신 미륵불은 용화전에 모셨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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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사, 부처님의 밝은 진리 비추는 대웅전이 두 개

용화사는 대웅전이 두 개입니다. 하나는 보광명전이라고도 하는, 보광전입니다. 보광전은 "부처님의 밝은 진리를 세상에 널리 비춘다"는 의미로 아미타삼존불이 자리합니다. 이 보광전이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기둥 간격이 좁아 절의 중심 불전 치고는 작은 편이라 큰 법당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 후 지어진 3층 규모의 '큰법당'이 대웅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큰 법당 1층은 공양간 등으로 이용됩니다. 2층은 템플스테이 숙소 등으로, 3층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용화사, 이렇게 2개의 대웅전과 부처님 진신사리까지 있어 왠지 든든한 느낌입니다. 보광전을 살핍니다. 한 중년 여인, 보광전에서 열심히 기도 중입니다.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통영 미륵산 용화사 보광전입니다. 대웅전이 좁긴 합니다.
 통영 미륵산 용화사 보광전입니다. 대웅전이 좁긴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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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오셨어요?"
"순천에서 혼자 왔습니다."

"용화사를 알고 오신 거예요?"
"통영의 작은 서점에 왔다가 근처에 용화사가 있단 소리를 듣고 처음 왔습니다."

"부처님 전에 무엇을 빌었어요?"
"어머님을 빌었습니다."

"건강 등 부처님께 무엇이든 비는 주체가 있지 않나요?"
"딱히 건강을 빈 게 아니라 어머니의 삶 자체를 빌었습니다."

대부분 하나를 콕 집어 비는데, 이렇게도 빈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큰법당 옆으로 범종각과 효봉 스님 석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대종정 등을 역임하신 효봉 스님 석상이 세워진 이유는 "스님께서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 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 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한 때문이었습니다.

용화사를 뒤로 하고, 아내를 찾았습니다. 아내는 차 뒷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용화사와 주변 공부 중입니다.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용화사에서 받은 기운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통영 용화사에 마련된 효봉 스님 석상입니다.
 통영 용화사에 마련된 효봉 스님 석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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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산 용화사 보광전에서 무엇을 빌었을까?
 통영 미륵산 용화사 보광전에서 무엇을 빌었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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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사 큰법당입니다.
 용화사 큰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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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통영, #미륵산, #용화사, #보광전,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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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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