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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지하철, 병원, 가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공성서비스를 제공하는 6만여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가 9월 27일 대규모 무기한 동시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3일에는 금융노동자, 9월 28일 보건의료노동자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주의는 '국민피해'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회공공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공공부문 성과주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연맹)로서, 조합원 17만명의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이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스, 서울대병원, 출연연구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및 학교와 지자체비정규직(공무직)·인천공항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버스, 화물연대 등 운수산업 노동자를 포괄하고 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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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은 민간보험사의 어쭙잖은 경영방식을 흉내 내며 재정절감과 실적경쟁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노후와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보험자'가 돼야한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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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태어난 지 19개월 된 유아 앞으로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세대주인 아버지가 군에 입대하자, 아기에게 직접 청구한 것이다. 부모학대로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10살 아동에게도 '단독 세대'라는 이유로 19차례나 보험료를 내라는 독촉고지서를 보낸데 이어, 부모의 체납보험료까지 내라고 독촉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런 황당한 사례들은 행정착오가 아니라, '적법한' 행정집행이다.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와 통장거래중지로 이어진다. 가난한 지역가입자 부모의 체납보험료는 자녀의 '알바통장'마저 압류하며, 가족 전체의 삶을 옥죈다. 특히 6회 이상 납부하지 못하면 보험급여가 제한돼 진료가 거부되거나,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아무리 현행 법률상의 문제이고, 사회보험제도의 유지를 위해 국민의 성실한 보험료 납부가 중요하다지만, 가난한 이들의 생계형 체납문제에 대한 행정적 대응이 악의적인 고액·상습체납자 대하듯 이렇게 강압적이고 가혹하게 해야 하는 걸까.

건강보험료 징수율 99.4%의 진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우수기관 사례 중 하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을 뽑았다. 4대 보험의 보험료 징수(고지·수납·체납관리)를 맡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은 징수통합(2011년) 이후 최고 징수실적과 5년 연속 당기흑자를 달성해 2015년 경영실적평가에서 우수기관(A등급)으로 선정됐다. "보험재정 건전성 확보에 기여한 노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4348만 원, 상임이사와 감사진은 각각 평균 3478만 원, 3188만 원씩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99.4%라는 징수율의 이면에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가난한 이들을 비틀어온 저당 잡힌 건강권이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징수율에 최대 가중치를 부여해 경영실적의 하나로 평가하고, 공공기관의 서열을 매겨 성과급을 지급하는 실적경쟁과 성과주의가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를 모든 직원으로 확대해, 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별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성과연봉제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폐단을 낳는다는 것이 이미 OECD국가들의 선험적 경험에서 증명됐다. 특히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단순히 노동자의 임금체계가 바뀌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이 '성과'이고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현행 공공기관 평가처럼 재정 절감이나 수량적 실적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회보험의 경우, 이미 기획재정부 주도로 올해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재정건전화법'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머지않아 사회보험이 고갈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재정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춰 지출을 줄이기 위한 군불을 지피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현장의 행정적 수준에서 재정절감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각종 이의신청 인정이나 장기요양 등급판정,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연금 등급심사나 기초수급자의 근로능력평가 등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사회적 약자를 울리는 칼날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부정 수급 등이 복지재정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기조는 복지수급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권리보장보다 부정수급자 색출과 처벌에만 혈안을 올리도록 만들었다.

사회보험에도 '보험왕' 타이틀 경쟁?

민간보험사의 경우, 직원평가항목에서 보험금 지급 금액이나 건수를 깎는 게(금액·건수 면책률) 주요한 성과지표다. 센터별, 팀별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목표치가 할당된다. 실적은 곧 보험사의 수익이나 재정절감이 되고, 직원의 성과급이 된다.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갖은 편법과 꼼수, 심지어 사기가 판치기도 한다.

공적보험인 사회보험도 이런 식으로 운영돼도 되는 걸까. 실제 사회보험 대부분의 업무는 민원과 연관돼 있거나, 보험료 부과나 급여업무 역시 지역적 편차나 업무특성상 계량해 비교할 수 없다. 성과자체의 측정이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건 수' 늘리는 보여주기 식의 실적 채우기 강요는 결국 무차별 징수와 압류 남발, 무리한 직권가입, 사소한 환수남발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가입률을 높인다며 과도한 목표치를 부여하고, 불분명한 지침개정으로 영세자영업자나 일용노동자에게 소급으로 직권 가입시키겠다고 압박하거나, 1개월만 자진 납부하는 것으로 흥정하여 실적을 채우고 있다. 제도적 지원이나 대책 없이 반짝 실적에만 치중하다보니, 지속적인 가입유지도 어려울뿐더러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만 부추기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사회보험제도의 법적 문제와 한계는 일선 노동자에게 '몸빵'시키고, '철밥통' 운운하면서 이제는 동료를 경쟁상대로, 국민을 돈벌이 실적 수단으로 여기는 '철면피'로 만들려한다.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은 민간보험사의 어쭙잖은 경영방식을 흉내 내며 재정절감과 실적경쟁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노후와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보험자'가 돼야한다.

금전적 보상보다, 주름진 어르신의 밝은 미소가 더 큰 보람이고, 병보다 무서운 병원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동기를 부여해준다. 이것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며, 파업에 나선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재훈 기자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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