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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레스토랑 로쿠몬호의 식사 전 에피타이저 모습. ⓒ 서규호
지난주에 이어 시나노레스토랑 관광열차 로쿠몬호와 나가노현의 아름다움을 소개합니다. 보통열차로도 가루이자와역에서 나가노역까지 1시간 40여 분이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관광열차라는 이유로 2시간 20여 분이 소요됩니다. 이유를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아무래도 관광열차라 식사할 시간이 필요하고, 주요 정차역마다 작은 이벤트들이 이어져 소요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합니다. 빠른 이동 보다는 체험을 하며 즐기는 관광열차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10시 40분에 로쿠몬호가 천천히 가루이자와역을 출발하면서 진행방향 오른쪽으로는 일본 100명산 중에 하나인 아사마야마(浅間山, 2568m)가 보입니다. 날이 좋으면 가루이자와역을 출발한 로쿠몬호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나노오이와케역(信濃追分駅) 미요타역(御代田駅)사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열차도 서행 운행을 합니다.

전 좌석이 지정석인 로쿠몬호는 주말에만 운행하기 때문에 예약도 쉽지 않습니다. 열차가 이동하면서 2호 차와 3호 차는 식사 준비를 하느라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역시 식사포함 플랜이 선호도가 높아서 좌석도 금방 없어지긴 합니다.
나가노현의 대표 명산인 아사마야마의 웅대한 모습. ⓒ 서규호
우에다역 정차시 벌어지는 특별한 이벤트, 사무라이와 사진찍기. ⓒ 서규호
중간역인 고모로역(小諸駅)에서 14분간 열차는 정차합니다. 한 역에서 이렇게 오래 정차 하는 건 무언가 이벤트가 있어서입니다. 고모로역에서 분기하는 JR고우미선(小海線)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노베야마역(野辺山駅)이 있습니다. 무려 역의 높이가 해발 1345m입니다. 우리나라의 태백준령들의 산봉우리에 역이 위치하는 것이죠.

열차는 다시 천천히 출발해 우에다역(上田駅)에 도착합니다. 우에다역에선 10분간 정차하는데 이미 시간이 정오를 지나 12시 3분 도착이라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다 한 상태였습니다. 잠시 2, 3호 차를 지나가 보니 이미 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역에 하차하니  일본 전통 사무라이 복장을 한 직원과 간단하게 가짜 칼과 모자, 상의를 입고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사나다(真田) 집안의 가문(家紋)으로 쓰이는 것이 로쿠몬센(六文銭)이고 이 이름이 열차에 녹아 있는 이유도 이곳 우에다성이 사나다 집안의 성으로 나가노지방의 유명한 고성(古城)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차가 쉬는 10분 동안 이런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다시 열차가 출발합니다.

잠시 후 열차는 도쿠라역(戸倉駅)에 10분간 정차합니다. 시 관광협회에서 도쿠라가미야마다온천(戸倉上山田温泉)을 선전하며 온천수로 만든 차도 제공하는데 온천 그 특유의 향을 맡으며 직접 드셔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역에서는 로쿠몬젠만쥬(六文銭まんぢう)를 구입해서 드셔 볼 수 있습니다. 나가노 지방의 특산 만쥬로 달달한 그 맛이 일품이니 꼭 구입해 보세요. 

열차는 이제 종착역 나가노역에 1시 5분에 도착합니다. 이곳 시나노철도의 로쿠몬호는 운행을 이렇게 종료하지만 특정 날짜에는 일본 3대 차창인 오바스테역(姨捨駅)까지 저녁 특별 운행을 하기도 합니다. 이날 상품을 이용하면 저녁에 멋진 오바스테역에서 나가노 평원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정말 눈으로 보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으로 그 풍광이 압권입니다.
나가노현의 아름다운 노지리 호수의 모습. ⓒ 서규호
호텔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묘코고원 전망. ⓒ 서규호
열차가 도착한 후에 나가노에서 렌터카로 약 1시간을 달리면 구름 위의 숙박지 아카쿠라관광호텔(赤倉観光ホテル)로 이동합니다. 이동하기 전 노지리호수(野尻湖)에 잠시 들리는데 노지리호수 바닥에서 '나우만코끼리' 화서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유람선과 모터보트들이 호수를 달리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아카쿠라고원호텔에 도착했는데 숙소가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많지 않게 온천을 하면서 운해(구름바다)가 깔리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꼭 한번 묵어보고 싶어하는 온천리조트로 겨울에는 스키어들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노천 온천 밑으로 쫙 깔리는 운해도 좋지만, 레스토랑에서도 조식을 하면서 운이 좋으면 이런 운해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온천 후에 아쿠아테라스 앞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 중에 절경입니다. 나가노의 고원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 그 개방감이 그야말로 천만 불짜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올 가을 나가노로 레스토랑열차 로쿠몬호를 타러 가지 않으시렵니까!
아카쿠라 관광호텔의 상징인 아쿠아 테라스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 서규호
운해(운카이)가 보이는 아카쿠라관광호텔. (현지 호텔 사진 제공) ⓒ 아카쿠라관광호텔 제공
열차 운행 정보
- 운행날짜
매주 주말(정확한 날짜 홈페이지 참고)
http://www.shinanorailway.co.jp/rokumon/
   
- 운행시간
로쿠몬 1호
가루이자와 출발 10시 40분 → 13시 05분 나가노역 도착

로쿠몬 2호
나가노역 출발 13시 34분 → 15시 52분 가루이자와역 도착

로쿠몬 3호
가루이자와역 출발 16시 12분 → 17:38 나가노역 도착
(전좌석 지정석)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 취재는 JNTO(일본정부관광국)의 협조로 이루어진 취재입니다.

태그:#로쿠몬호, #일본나가노관광철도, #시나노철도, #아카쿠라관광호텔, #노지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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