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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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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결국 눈을 감았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7일만이다. 사망 이후엔 검찰과 경찰이 유가족의 반발에도 법원에 시신 부검을 위한 영장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날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서울대병원에 중대병력을 배치했다. 유족 측은 유가족 동의 없는 강제 부검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남기대책위 역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물대포 살수에 의한 뇌외상"이라며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자정께 법원은 검찰의 백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기각했다.

같은 시각 SNS에서는 검경의 무리한 부검 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화제다.

"부검에 유족 대변할 사람 참여 방법 없어"

지난 2014년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지난 2014년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정렬 전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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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판사의 글은 "백남기 선생님의 사인(死因)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外傷)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합니다, 그런 의견이 왜 부당하냐면..."이라고 시작한다.

이어 이 전 판사는 "'사체의 해부(부검)'는 '검증'의 일종으로 검사, 피의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데 검증에 유족이 참여할 특별한 규정은 없다"면서 "문제는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바로 경찰이라는 점이다,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검사, 피의자, 변호인 중에서, '피의자'는 경찰이고, '변호인'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경찰편일 것"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이 사건에 대한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300일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검사는 이 사건에서 '피의자(경찰)'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남겼다.

끝으로 이 전 판사는 "이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할 경우 피해자인 백남기 선생이나 그 유족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은 참여할 방법이 없다"면서 "그렇게 이루어진 부검의 결과가 진실규명보다는 사실 은폐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백남기 선생님에 대한 부검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판사(사법연수원 23기)는 지난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게시물을 올려 화제가 되었으며, 자신이 주심을 맡았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재판부 합의 내용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려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퇴직 후 현재 법무법인 '동안' 사무장을 맡고 있다.

"죽음 부른 국가폭력, 온 세상이 아는 사실"

이밖에도 경찰의 부검 신청에 대한 비난 댓글도 쇄도했다. 강아무개씨는 "백남기 선생의 죽음은 살수차의 표적 살수로 인해 뇌사로 판명되고 결국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부검을 한다고 지랄인 현 정권의 만행이 눈앞에 있다"면서 "이 폭압적이고 무지한 정권에 맞서 정권교체의 깃발이 되어야 한다"라고 썼다.

조아무개씨는 "이미 병원 측에서 사인을 적시했으니 별도의 부검은 필요 없다"면서 "주치의 쪽에서 명확하게 사인을 밝혔는데, 부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권력 생각이고 그들이 서울대병원을 업신여긴다면 모를까"라고 적었다.

서아무개씨는 "무엇보다도 직사 후 즉시 사망하셨다면 몰라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으므로 당시 상황이 부검으로 파악될 수 없으며 이는 최초의 진찰 결과로도 충분히 파악가능하다"면서 "의도적으로 면피용 부검결과를 생산하기 위한 행위로 판단된다"라며 부검을 반대했다.

아래는 이정렬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백남기 선생님의 사인(死因)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外傷)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합니다. 그런 의견이 왜 부당하냐면...

'부검'은 형사소송법상 '사체의 해부'에 해당합니다. '사체의 해부'는 형사소송법 제140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검증'의 일종입니다. 검증을 할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 따라 검사, 피의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10조, 형사소송법 제243조에 따라 검찰청 수사관 등도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검증에 유족이 참여할 수 있을까요? 특별한 규정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41조 제4항에 의하면, 사체를 해부하는 경우 유족에게 미리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통지를 받을 권리만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바로 경찰이라는 점입니다.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검사, 피의자, 변호인 중에서, '피의자'는 경찰이고, '변호인'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경찰편일 것입니다.

검사는 어떨까요? 이 사건에 대한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300일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검사가 이 사건에서 '피의자'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즉, 이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할 경우, 피해자인 백남기 선생이나 그 유족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은 참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이루어진 부검의 결과가 진실규명보다는 사실은폐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따라서, 백남기 선생님에 대한 부검은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남기, #부검논란, #이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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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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