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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3권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다. 입법부가 법률을 위반했거나 형식적 요건이 미비했다면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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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4개월 만에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의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대통령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입법부의 해임 건의안을 거부해 정국이 시끄럽다.

해임 건의안의 헌법적 무게

대한민국 헌법은 제3장 제63조 ①항에 의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3권 분립 정신에 입각해 국회의 고유 기능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임 건의안의 기준은 입법부의 고유 기능인 법률안 발의 제안(제출) 기준인 '국회의원 10인 이상 찬성'보다 훨씬 높고 엄격하게 명시되어 입법부의 남용을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 제63조 제②항에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헌법 제 65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부처 장관) 등을 탄핵 소추할 수 있는 조항으로, 제②항은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의 탄핵 소추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 소추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번 장관 해임 건의안이 얼마나 엄격한 규정인지를 대변하고 있다.

즉, 이번 장관 해임 건의안의 발의 기준이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탄핵 소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으로 헌법에 명시되어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 법률의 경우 '국회의원 10인 이상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 의결'한 법률도 문제가 있을 경우 법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이의서'를 붙여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 해임건의안은 헌법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독재 시절 국회가 기능을 제대로 못할 때에도 국회의 '해임 건의안'으로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과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이 국회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 2주 만에 사의를 표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에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이 물러남으로써 야당의 다수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과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을 존중한 바 있다.

해임 건의안의 형식적 요건은 사법부가 판단할 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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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제기할 사항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3권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다. 입법부가 법률을 위반했거나 형식적 요건이 미비했다면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3권 분립 국가에서 행정부는 입법부의 고유 권리에 의해 의결된 사항에 대해 존중하고, 의결 행위가 부당하다면 사법부를 통해 법리의 유효를 판단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여대야소'였던 제 19대 국회 때는 여당과 야당의 물리적 충돌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와중에도 다수결의 원칙은 존중되어 왔다. 지난 6월에 개원한 제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형성되었다고 하여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독재 시절에도, 민주정부 시절에도 대통령들이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존중한 이유는 이것이 국민이, 국민의 대의기관에 준 헌법상 고유 권리이기 때문이다.


태그:#장관 해임 건의안, #박근혜 대통령, #국회, #헌법, #3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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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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