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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붉은 김치'가 나온 지난 해 초등<역사> 교과서.
 고려시대 '붉은 김치'가 나온 지난 해 초등<역사> 교과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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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붉은 김치'가 사라진 올해 초등 교과서.
 고려시대 '붉은 김치'가 사라진 올해 초등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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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국정교과서로 나온 초등<사회5-2>(이하 초등<역사>) 110쪽을 펴본 초등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고려시대 밥상 삽화에 '붉은 김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 고추는 조선 후기에 들어온 것인데, 고춧가루가 뿌려진 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한 것은 "고증 없는 오류"란 지적이 역사교육연대에서도 나왔다.

'맨드라미 김치'도 빨갛다고 버티더니, 왜 뒷북 수정?

교육부는 지난 해 9월 8일 낸 반박자료에서 "맨드라미 김치도 붉은 색을 낸다"면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없다"고 버티기에 나섰다. 같은 달 18일 일선학교에 보낸 '교과서 수정·보완 대조표'에서도 해당 내용을 고치지 않았다.

같은 교과서 88쪽에 나온 "생각을 버려야겠구만"이라는 비문도 그대로 뒀다. "'∼구먼'이 표준말이지만 신라시대 상황을 고려한 구어체이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교육부의 해명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 교육부, '고려시대 붉은 김치' 그대로 두기로)

당시 교육부는 이런 주장을 내세우며 역사교육연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적한 교과서 오류 사례 53개 가운데 5개만 고쳐 가르치도록 학교에 지시했다.

이러던 교육부가 1년 뒤 올해 2학기에 펴낸 같은 교과서에서는 연사교육연대가 지적한 오류 사례 가운데 '붉은 김치' 등 22개를 뒷북 수정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역사교육연대는 "교육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잘못된 교과서를 1년 동안 방치한 뒤 '도둑'수정한 것"이라면서 공식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너무 늦은 수정 때문에 지난 해 5학년이었던 45만 명의 초등학생들은 이미 잘못된 교과서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교육부가 '오류가 아니다'라며 버티다가 뒷북 수정한 22개 내용 가운데 일부를 간추린 것이다. 이 내용은 22일, 역사교육연대가 작성한 분석 문서를 참고한 것이다. (관련기사 : 맞춤법 틀린 교과서, 교육부 해명이 "신라시대라서")

고려시대 붉은 김치 삽화
→ 붉은 김치만 삽화에서 지움(110쪽)

말풍선 "생각을 버려야겠구만."
→말풍선 "생각을 버려야겠구먼."(88쪽)

"(신라 말) 한 지방을 독자적으로 다스릴 만큼 세력이 커진 사람들을 호족이라고 불렀다."
→"(신라 말) 한 지방을 독자적으로 다스릴 만큼 세력이 커진 사람을 성주 또는 장군이라 불렀다."(81쪽)

조선시대 '한양 둘러보기' 삽화에서 주요 궁궐인 창경궁을 빠뜨림
→삽화에 창경궁 그림과 함께 설명을 주요하게 배치함.(133쪽)

연표에서 '경국대전 반포'를 '경국대전 완성'이라고 잘못 표기함
→'경국대전 시행'이라고 고침.(125쪽)

지난 해 초등 교과서.
 지난 해 초등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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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 교과서.
 올해 초등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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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정교과서도 걱정" 지적에 교육부 "오류라서 고친 것 아냐"

이 같은 교육부의 뒷북 수정에 대해 역사교육연대 소속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회장은 "지난 해 9월 교육부가 역사교육연대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과서 수정·보완 대조표를 학교에 보냈다면 전국 5학년 학생들이 잘못된 교과서로 배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오기를 부리던 교육부가 1년이 지난 뒤에야 몰래 수정에 나선 것은 무책임하고 반교육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내년 3월에 처음 나올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에서도 이 같은 교과서 제작 전권을 갖고 있는 교육부가 무책임한 행동을 할 것 같아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초등 교과서를 수정한 이유는 오류 때문이 아니라 오해가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교육부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다가 뒤늦게 오류를 인정하는 무책임한 행동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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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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