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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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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지난 20일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 의혹을 보도한 뒤 여의도는 술렁였다. 재선의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대정부 질문 내내 야3당은 미르와 K스포츠 의혹에 올인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앞으로 닥칠 큰 파장을 예고했다.

호떡집에 불난 듯 정치권이 들썩이는데 정작 보수언론은 조용했다. <한겨레>보다 무려 한 달 앞서 같은 건을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입을 닫았다. 1등 신문을 외치던 그들이 대어 앞에 웬 침묵?

여의도 정가에는 이런 말이 돈다. <조선일보>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의혹 보도로 정권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송희영 주필 사건으로 되치기를 당해 이번에는 아예 입 닫고 앉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조선일보> 기자들과 접촉했던 몇몇 국회 보좌진은 "이 건 보도와 관련 <조선일보> 기자들이 위축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22일 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의혹에 일제히 침묵했다. 무슨 까닭이 있기라도 한 걸까?

반면 <한겨레>는 신났다. 연일 쏟아낸다. 마침 고경태 <한겨레> 신문부문장이 '역린' 시리즈로 취재 뒷얘기까지 전해주니, 매일 아침 읽는 재미가 꿀맛이다. 한 달 전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시작한 취재라니, 앞으로 쏟아낼 보도물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야권이 팔을 걷어붙였으니, 26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최순실 게이트'로 도배되지 않을까 싶다.

도종환 "오더 받았나? 새누리 증인채택 전부 거부"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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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야당위원들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대상이 된 인물 14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겠다"라고 별렀다. 그런데, 역시나 새누리당 반대에 길이 막혔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민간의 기부 문화를 위축시키고 민간 활동 영역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분개했다. 염동열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새누리)도 "아직 확인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야당이 정치 공세를 한다"라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한 것에 대해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고 맞섰다. 염 의원은 "상임위가 파행을 겪더라도 절대로 증인 채택을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도종환 더민주 의원은 "(청와대) 오더를 받았는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증인채택에 결사반대한다"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들이 나서서 여론의 힘으로 증인채택을 밀어붙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는 눈치가 역력였다.

같은 날,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대통령의 헬스 트레이너 윤전추씨도 최순실 추천"이라며 "고가의 대통령 한복을 구매해 전달해준 것도, 대통령의 목걸이와 브로치를 구매해준 것도 최순실씨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안종범 수석,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종용 의혹

20일을 기점으로 사흘이 되는 22일 <한겨레>는 또 다른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재벌에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종용했다는 의혹으로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감찰했다는 게다. 관련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발끈했다.

박 대통령은 올 들어 10번째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 상황에,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까지 발생해 불안감도 크셨을 것이고,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마음이 편치 않으셨으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안보와 경제가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말처럼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최근 불거진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의혹사건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했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을 정면 반박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일거에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더민주도 1개월 전 '미르팀'... 국감서 전방위 나서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이석수 특별감찰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의 이중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 조응천, 우병우 민정수석의 이중잣대 지적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이석수 특별감찰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의 이중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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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문위, 법사위, 정무위, 운영위, 미방위 등 각 상임위별 야당 의원들이 촉수를 뻗어 불을 달굴 준비에 돌입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필경 '최순실 게이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번 국감은 내년 대선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국감이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박근혜정권과 붙을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적 목적과 별개로 그저 묵과하기에는 너무나 큰 의혹의 일단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정치권도 가만 있기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이석수 특감의 안종범 수석 관련 감찰내용이 알려진 마당에, 어떻게 일개 민간재단이 허위로 재단설립을 마치고 나서 국내 굴지의 재벌들로부터 800억 원에 해당되는 돈을 전광석화처럼 모을 수 있었는지 해명되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질문을 매일 똑같이 던져서라도 반드시 정권의 답을 받아내야 한다는 게 신경민 의원의 입장이다. 신 의원은 "전두환씨는 1983년 재벌의 팔을 비틀어 일해재단을 만들었다"라며 "30년이 지난 마당에 똑같은 재단이 둘씩이나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위법이나 탈법은 없었는지 따져보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고 밝혔다.

<한겨레>처럼 한 달 전, 더민주도 '미르팀'을 짰다. 국회 보좌관들은 "국감 대비용이었다"고 애써 감추지만, 야권 입장에서 보자면, 최순실 게이트는 그 자체로 '정윤회 사건'에 이은 비선실세 의혹 제2라운드로, 박근혜정권의 역린을 치는 가장 센 전략이 될 것이다.

과연 더민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태그:#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안종범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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