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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오랜 세월 인류의 기호품으로 알려진 담배지만, 담배를 누가 관리하고 판매하느냐의 문제부터, 담배의 유독성, 폐암과의 인과관계 등을 두고 담배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담배의 유독성은 청소년들에게 널리 홍보되고 어린 나이대의 흡연자는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흡연 장면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담배와 문명
 담배와 문명
ⓒ 이언 게이틀리, 몸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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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관련한 공익광고는 흡연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사회에는 금연 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계속 소송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담배를 통한 세수 충당액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언 게이틀리의 <담배와 문명>은 담배와 문명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이다. 담배는 고대에는 샤먼의 환각제나 관장약으로 사용되었고, 근세에는 주력 무역 상품으로 매매되었으며, 현대에는 하나의 패션, 트렌드 상품으로서 소비되고 있다. 근대 이후 무역의 역사는 담배를 통해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담배의 역사를 의학적, 문화인류학적, 정치적, 사회적 등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본 담배는 중독성 있는 의약물이면서 신분의 상징이고, 패션 트렌드이면서 무역의 축이며 정치적 논란거리이다. 이러한 담배와 수천 년을 함께해 온 인류의 변천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낸다.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보건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아주대 의대 이종찬 교수가 옮긴이로 참여했다.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담배가 명상을 돕는 수단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고 한다. 고대의 샤먼은 흡연을 통해 심오한 명상의 세계를 체험했다. 흡연자는 담배 연기를 마시면서 자신의 기도를 보냈다고 한다. 담배가 애환을 달래는 기호품으로도 소비되는 오늘날과는 다른 독특한 풍경이다.

토템이나 영혼의 세계와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이 특정 동물이나 영매 모양의 담뱃대를 사용했다. 흡연은 심오한 명상, 즉 이승의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는 말 그대로 영원 자체를 마셨고 극 내뿜는 담배 연기는 영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이나 소망을 의미했다. 흡연자는 담뱃대에 불을 붙이자마자 동서남북 중 한 방향으로 연기를 내뿜었는데 이는 원하는 대상에게 자신의 기도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26p


유럽인이 아메리카에 진출한 대항해시대 이후, 담배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었다. 담배를 기호품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담배가 가지고 있는 중독성 때문에 담배는 비교적 보편적인 무역 상품이 될 수 있었다.

저자는 담배와 관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인들은 담배를 활용해서 엄청난 이익을 거둔 적이 있다고 한다. 대항해시대 네덜란드 인들은 희망봉을 건너 항해하는 도중, 인근의 호텐토트 족을 발견했다. 하지만 호텐토트 족과 교류할 물건이 없어 특별히 무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네덜란드 인들은 꾀를 써서 희망봉을 지날 때 호텐토트 족에게 담배를 공짜로 선물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렀다. 네덜란드 인들이 비싼 값에 담배를 팔았음에도 호텐토트 족은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담배를 구하려 안달이었다고 한다.

담배에 대한 기호는 오늘날까지도 줄어들지 않아서, 담배는 엄청나게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오랜 세월 담배를 판매해 온 담배 회사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담배 수익금으로 떼돈을 번 듀크는 미국에 듀크 대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케이티엔지가 활발한 담배 판촉을 벌이고 있으며, 서울 곳곳에 브리티시 아메리카 토바코 같은 외국 기업도 입점해 있다.

담배의 유해성이 사람들에 의해 알려지고 담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담배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담배 자체가 중독성이 있기도 하지만 담배의 문화적 성격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중 매체에서 배우들이 피우는 담배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담배 소비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문화 코드로도 자리잡은 것이다.

이 책은 담배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담배의 역사에 대해 말한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담배라는 기호품의 가치가 어떻게 바뀌었고, 담배 생산과 판매를 둘러싸고 경제계의 동향이 어떠했는지, 담배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생각했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독자는 담배라는 중독성 있는 기호품에 담긴 문명의 내력을 읽어나가게 된다. 꼼꼼한 설명과 일화와 함께하는 전개가 매력적인 책이다.


담배와 문명 - 생활 속의 문명 1

이언 게이틀리 지음, 정성묵.이종찬 옮김, 몸과마음(2003)


태그:#담배, #문명, #궐련, #시가렛,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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