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종보 유압실린더 토사 제거를 위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종보 유압실린더 토사 제거를 위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4대강 준공과 동시에 수문 고장으로 한겨울 잠수부가 들락거리던 세종보가 또 멈춰 섰다. 올해만 세 번째로 수문을 여닫는 유압실린더에 토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관련기사]
1년 만에 세종보 수문 개방, 어류 사체로 '악취'
고장난 '4대강 세종보', 유압호스 터져 기름 '유출'
시커먼 뻘 밭 된 금강...죽은 자라를 발견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에 걸쳐서 금강을 찾았다. 공주보 수위가 평상시보다 50cm 이상 내려가면서 물가를 점령해 나가던 정수 수초인 '마름'이 물이 빠진 강변에서 말라가고 있다.

백제문화제를 앞둔 공주·부여 사람들은 강변에 부교를 설치하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세계문화유산 공산성(사적 제12호) 앞에는 행사를 위해 띄워놓은 조각배가 바람에 춤을 춘다. 강변 모래섬(하중도-미르섬)도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노점처럼 분주하다.

"유압실린더에 쌓인 토사제거다"


물길을 따라 찾아간 세종보엔 작업 차량까지 들어가 있고 7~8명의 작업자가 보인다. 걸어서 다가갔더니, 전도식 가동보 수문 아래쪽 틈 사이로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작업자들이 뜯어서 작업하는 유압실린더 관은 64개로 세종보 3분의 2에 해당한다.

작업자가 보 아래쪽 유압실린더 관을 뜯어내고 사이에 낀 모래와 자갈 등 이물질을 펌프를 이용하여 빨아내자 시큼한 냄새가 풍기는 구정물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져 내린 곳에서는 시커먼 모래와 자갈, 죽은 재첩과 어패류가 가득하다.

세종보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3월 정기점검에 이어 지난 7월에 작업한 3번(수력발전소 쪽) 수문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의 유압실린더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것으로 어제(20)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오늘 중으로 끝마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고, 한겨울에도 잠수부가 동원되어 보수했던 곳이다. 해마다 2~3월이면 수문을 열고 점검과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점검과 보수를 끝마친 곳이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수문 고장으로 유압실린더가 터지면서 기름유출까지 발생하였다.

4대강 방치공원..."뱀 물릴까 두려워 들어갈 수 없다"

사람 키 높이까지 자란 잡풀 때문에 공원의 시설물이 가려져 있다.
 사람 키 높이까지 자란 잡풀 때문에 공원의 시설물이 가려져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4대강 준공과 동시에 명절이면 4대강을 홍보하고 있다. 추석 뒤끝이라 그런지 겉보기에는 강변 제방까지 깔끔하게 제초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잡풀만 우거져서 방치되고 있었다.

부여군 세도면 강변 시설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부터 무성한 잡풀을 해치고 거미줄을 휘감으면서 들어가야 했다. 산책로 다리의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 있었다. 강변에 설치한 나무의자는 야생동물의 배설물로 앉을 수가 없을 정도다.

논산시와 부여군을 연결하는 황산대교 아래쪽 축구장을 찾아가 보았다. 콘크리트 도로까지 뒤덮은 가시박과 칡넝쿨 때문에 접근은 더욱더 힘들었다. 강변에 심어 놓은 나무들은 다 말라죽고 살아남은 나무들도 가시박과 칡넝쿨에 얼기설기 뒤덮여 있다.

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은 사람 키보다 높게 자란 갈대에 가려서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며 어르신들이 피땀으로 가꾼 잔디밭 축구장은 온갖 잡풀들로 뒤섞여 접근할 수도 없다. 한발 한발 어렵게 들어가다 가슴까지 자란 풀 때문에 뱀에 물릴까 봐 포기하고 돌아서 나와야 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유령공원

유령공원

( 1 / 9 )

ⓒ 김종술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텅 빈 주차장엔 쓰레기와 콘돔, 휴지만 군데군데 버려져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여전히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4대강 수변공원을 이대로 존치해야 할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변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한 어르신은 "농민들 농사나 짓게 내버려 뒀으면 옹기종기 다들 잘 살아갈 건데, 다 몰아내고 공원만 만들었다. 강변에 저 축구장도 사용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미친놈들이나 올까 온전한 정신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고 비난했다.

MB 정권은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3조 1143억 원을 투입하여 357곳의 수변공원을 만들었다. 지난해 관리비만 449억 원이 투입되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해 106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금강 수계에 위치한 지자체에 지원했다. 


태그:#4대강 사업, #금강 수변공원, #세종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