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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보다 부드럽고, 여행 에세이보다는 간결한 '묻고 답하는 여행기'. 남의 여행에서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를 기본으로, 여행 가기 전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베트남 여행기를 몇 편에 걸쳐 작성합니다. - 기자 말
베트남 사파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 ⓒ 박혜경
Q1. 사파에서 하노이 가는 버스가 엄청났다며?
음...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하노이에서 사파로 갈 때 탔던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는 정말 쾌적했는데, 돌아올 땐 시간이 맞지 않아 오전에 출발하는 일반 슬리핑 버스를 예약했다. 슬리핑 버스에 대해선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좀 불편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고, 화장실 앞자리엔 절대 앉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다.

결론만 얘기하면 사람들이 그토록 말리던 '화장실 바로 앞자리'에 앉게 됐다. 숙소에서 부른 택시가 늦게 오는 바람에 터미널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면 표를 받는 직원이 신발 담을 비닐봉지를 하나 주면서 몇 번 자리로 가라고 얘기해주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1번, 화장실 바로 앞 자리에 당첨됐다.

출발할 때에도 화장실 냄새가 좀 났지만 '음 이 정도야...' 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을 열 때마다 엄청난 냄새가 풍겼다. 공중화장실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Q2. 냄새는 좀 참으면 되지 않아?
그게, '좀' 참으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원래 어느 나라든 화장실 달린 슬리핑 버스는 냄새가 심하다.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싣고 다니는 대신 냄새도 견뎌야 하는 셈이다. 라오스에선 좌변기 커버가 날아가고 무릎 높이에 구멍 하나만 뻥 뚫려 있는 버스도 탔었는데 여긴 다행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래도 '볼일'을 해결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사람들이 신발없이 화장실을 드나들길래 당.연.히 화장실용 신발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참다참다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화장실 문을 여니, 아무것도 없더라. 텅 빈 바닥엔 신발 대신 정체모를 물이 흥건했다. 변기 커버도 정체모를 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화장실을 이용했단 말인가!)

'정체모를 물'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로 그거다. 다시 간다면... 그 버스는 타지 않을 것 같다. 혹 어쩔 수 없이 타게 된다면 미리 화장실에 꼭 다녀와라. 그리고 화장실 앞자리는 피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슬리핑 버스 통로에도 사람을 태운다. (왼쪽) 내 자리 바로 뒤에 있었던 화장실. 냄새가 엄청 났다. (오른쪽) ⓒ 박혜경
Q3. 하노이 숙소로 갈 때 택시는 어떻게 탔어?
버스가 하노이에 도착해 내려준 곳은 호안끼엠 호수에서도 좀 떨어진 데였다. 숙소에서도 3.5km 정도 거리. 우버(Uber) 앱을 이용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13분 정도 걸렸고, 2만5000동(한화 1250원)이 나왔다. 결제는 우버 프로모션 무료 쿠폰을 사용했다(베트남에 도착해 우버 앱을 깐 뒤 프로모션 코드를 입력하면 5만 동까지 무료 탑승할 수 있다).

우버 앱을 이용하면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피할 수 있고, 택시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Q4. 하노이에 사람들 많이 가는 콩카페나 하이랜드 카페 말고 갈 만한 데 없어?
성요셉 성당 맞은편에  'E-Paso Coffee'라는 카페가 있다. 길 건너에 있는 성당이 한눈에 보이고, 오후 6시 정도에 가면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쓰어다(아이스 연유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기 딱 좋은 곳.

Q5. 분보남보(비빔국수)는 어땠어?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그 분보남보였는데... 몇 젓가락 먹지 못했다. 고수와 민트와 소스가 섞이면서 오묘한 향이 느껴졌다. 흡사 민트에 밥 비벼 먹는 느낌이랄까. 고수(향채)는 사랑하지만, 이것까지 사랑하진 못했다.

손님이 굉장히 많던데 위생 상태는 좀 아쉬웠다. 사람들이 식사 중인데 바로 옆에서 비질을 하더라... 바닥에도 쓰레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E-Paso Coffee 카페에서 내다본 풍경. ⓒ 박혜경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분보남보. ⓒ 박혜경
Q6. 이날 반미(바게트 샌드위치)도 먹었다며?
길에서도 반미를 많이 파는데, 날이 더워서 성요셉 성당 옆 유명한 'Bahn-Mee' 반미 가게에서 먹었다. 쾌적하고 깔끔해서 쉬면서 간단하게 요기하기 딱 좋다. 메뉴가 다양한데 정하기 어렵다면 직원에게 추천해달라는 게 좋다. 음료까지 포함해 2000~3000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닭이나 돼지 간을 곱게 간 파테(pate)가 맛의 포인트. 한국에 돌아와 반미 생각에 찾아 먹었지만 그 맛이 안 나더라. 있을 때 많이 먹자.

Q7. 식당에서 한국 사람 식별법이 있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내게 베트남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도 베트남 사람과 한국인을 혼동하기도 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식당에서는 딱 티가 났다. '음식 인증샷'. 음식이 나왔을 때 사진 찍는 사람 열에 아홉은 한국인. 나도 그랬다. ㅎㅎ

Q8. 하노이 야시장은 어땠어?
기대했던 것보단 살 게 많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입을 티셔츠를 구입했는데, 베트남에 제조공장이 많아서 그런지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았다. 야시장에서는 한국 간식도 만나볼 수 있다. 제법 맛이 비슷한 떡볶이부터 통째로 튀긴 김밥까지 있다.

잭푸르트같은 과일도 판다. 잭푸르트는 두리안과 비슷한 냄새가 나지만 훨씬 은은한 향이라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다. 야시장에서 우리 돈으로 1000원이면 손질된 한 팩을 살 수 있다.
성요셉 성당 옆에 있는 반미 가게. 시원하고 쾌적하게 요기를 할 수 있다. 반미와 음료 다 해서 한국 돈으로 2600원. ⓒ 박혜경
베트남 야시장 풍경. ⓒ 박혜경
Q9. 베트남에 노스페이스 제품이 그렇게 많아?
하노이 거리 양쪽에 노스페이스 점퍼와 가방을 주렁주렁 걸어 놓은 가게가 늘어서 있다. 상점뿐만 아니라 길에도 돗자리를 깔고 이 브랜드 제품을 판다. '베트남에 가서 왜 저걸 사오나' 하고 이해 못했는데, 가보니 알겠더라. 정품보단 당연히(?) '짝퉁'이 많을 텐데, 가격이 아주 파격적이지는 않다.

Q10. 이날은 얼마 썼어?
오늘의 가계부 공개. (두둥)

- 반미와 스프라이트 5만1000동(한화 2550원)
- 분보남보와 비어사이공 8만 동(4000원)
- E-Paso Coffee 카페 쓰어다 2만8000동(1400원)
- Thang Long 호텔 싱글룸 17달러(약 1만 9000원)
- 야시장에서 잭푸르트(Jackfruit) 2만 동(1000원)
- 슈퍼에서 물, 맥주2, 요거트 5만9000동(2950원)
∴ 총 23만8000동 + 17달러 = 약 3만900원
태그:#베트남 여행, #베트남, #사파, #하노이, #배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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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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