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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일어나 식당에서 인터넷을 하고 일기를 쓰려고 하였으나 관리인이 나와 "6시에 기상하라고 하였는데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한다"며 불을 끄고 들어가라고 한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6시까지 시간을 보냈다. 6시에 배낭을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한다. 오늘은 나바날 델 카미노에서 몰리아세카까지 25.5Km를 걸을 계획이다. 고도 1515m의 푼토봉을 넘는 길이다. 마을을 벗어나 숲길에 들어섰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하얀꽃이 핀 아름다운 길을 순례자들이 걷는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지만, 평소 산행을 자주 하였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길 옆의 하얀꽃이 아름다워 접사로 찍어 본다. 길을 걷던 순례객들이 내가 찍던 꽃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간다. 별 관심없이 걷다가 누군가 관심을 가지면 너도 나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

얼마를 걷다 보니 산위에 마을이 나타났다. 폰세바돈마을이다. 산위 목장에는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마을 입구 바르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니 그 시원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젊은 순례객은 개와 함께 순례길을 걷는다. 개도 지치는지 혀를 내밀고 헐떡인다. 그 순례객은 배낭에서 작은 용기를 꺼내더니 개에게 물을 준다. 자신보다 개에게 먼저 물을 주는 것을 보니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나 보다. 한 여성이 개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라바날 데 카미노 아침 풍경
 라바날 데 카미노 아침 풍경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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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자 아름다운 꽃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벗어나자 아름다운 꽃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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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길
 아름다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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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아름다운꽃
 길가의 아름다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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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도봉을 오르며 바라본 풍경
 푼도봉을 오르며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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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의 폰세바돈 마을
 산위의 폰세바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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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세바돈 마을의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다.
 폰세바돈 마을의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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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세바돈 마을의 바르와 알베르게
 폰세바돈 마을의 바르와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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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최고봉, 푼토봉을 넘다

바르에서 과일과 빵을 먹고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마을을 벗어날 즈음, 순례길 옆에 작은 연못이 보인다. 연못에 작은 꽃들이 수없이 피었는데 정말 아름답다. 조금 더 걸으니 왼쪽 길가에 건물의 골격만 남은 집터가 있다.

"이 땅을 구입해 작은 집을 짓고 여기서 살면 어떨까?"
"지나가는 순례객들에게 차를 끓여 놓고 무료로 제공하며 편하게 살고 싶다."
"가족들은 여기 와서 같이 살려고 할까?"
"안 오면 6개월은 여기서, 6개월은 가족과 같이 살면 되지." 

이런 목가적인 풍경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 준다. 얼마를 걷다 보니 큰 돌무덤 위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순례객들 모두 이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간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1500m 고지이다. 산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장관이다. 힘들지만 이런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 걷는 것이 즐겁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데 수많은 깃발을 세워놓은 집이 한 채 보인다. 만하린의 바르겸 알베르게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곳에서 하룻밤 쉬고 가면 좋겠다. 우린 여기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쉬었다가 다시 걷는다. 이제 다음 마을은 8Km 정도 걸어야 된다.

내리막길을 2Km 정도 걸으니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에서 나귀에 캠핑카를 끌고 여행하는 사람을 만났다. 순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하고 한 젊은이는 기타를 친다. 아저씨는 하몬에 와인을 마시며 순례객들에게 한 잔씩 권한다. 갑자기 캠핑카가 축제장으로 변하였다. 나도 와인 한 잔을 받아 마셨다.  정말 기분 좋은 만남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폰세마돈 마을을 지나 철십자가로 가는 길
 폰세마돈 마을을 지나 철십자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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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건물을 보며 걷는 길
 폐 건물을 보며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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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에르타 이라고 철십자가
 프에르타 이라고 철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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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린으로 가는 길
 만하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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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이 있는 고원지대
 오두막이 있는 고원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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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도봉의 바르
 푼도봉의 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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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가 끄는 켐핑카
 노새가 끄는 켐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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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에서 기타를 치던 젊은이는 한국인인데 며칠 후 같은 알베르게에서 만났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도로 옆에 숲길이 있다. 숲길을 따라 얼마를 내려가다 보니 멀리 마을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르에서 수많은 순례객들이 커피와 빵을 먹으며 쉬고 있다. 우리도 맥주와 빵을 먹으며 한동안 쉬었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바르에서 맥주 마시는 사진을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왔다. "덥수록하게 콧수염을 기른 모습이 집시가 다 되었구먼." 얼굴은 까맣게 타고 체중도 조금 줄은 내 모습이 정말 방랑자 같다.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이 힘이 드는지 마을의 바르마다 쉬면서 빵을 먹고 맥주를 마신다. 마을을 두 번 지나고 산을 내려 가는데 멀리 큰 마을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 몰리나세카이다.

푼도봉을 지나 첫 마을 아세보
 푼도봉을 지나 첫 마을 아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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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보 마을
 아세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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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모리나세카 마을
 멀리 보이는 모리나세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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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나세카의 성당
 모리나세카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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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나세카 마을 풍경
 모리나세카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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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세카 마을 초입에 오래된 성당이 보인다. 마루엘로강 건너에도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성당 앞 강가의 바르에는 수많은 순례객들이 차를 마시며 쉬고 있다. 그 풍경이 한폭의 그림과 같다.

우린 조용한 알베르게를 구하기 위하여 계속 걸었다. 길 옆의 작은 알베르게에 침대가 있는지 물으니 침대가 없다고 한다. 한참을 더 걷다가 잔디밭이 있는 알베르게에 침대가 있는지 알아보니 침대가 있다고 한다. 배낭을 풀고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 높은산을 넘어오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우린 닭고기와 맥주를 시켜 마시며 쉬었다. 독일 청년 두 명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있다. 이 힘든 길을 걸으며 텐트까지 가지고 오다니 역시 젊음이 좋은가보다.

조금 후에는 프랑스인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순례길을 달리는데 여기 잔디밭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고 한다. 그 부부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의 아들이 한국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라이스 와인(막걸리)을 마셨는데 맛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우리와 비슷한 나이인데 자전거로 세계 곳곳을 여행한단다. 서울도 자전거로 여행을 했는데 아들과 아들 친구들이 환영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서울이 아름답다고 치켜세운다.

저녁으로 따뜻한 스프와 빵을 먹었는데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온 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스물네번째날,  새벽 산책은 또 다른 즐거움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는 20명 정도가 같이 자는 넓은 곳인데 한 사람의 코골이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잠을 설쳤다. 5시 반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마을 산책을 나섰다. 우리는 마을과 떨어져 있는 곳에서 알베르게를 정하였기 때문에 20분 정도 걸어서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른 시각 출발하는 순례객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볼 수 없다. 조용한 거리를 혼자 걷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새벽 산책을 즐기는 것은 이 곳 순례길을 걸으며 생겨난 버릇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몰리나세카의 새벽 풍경
 몰리나세카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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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비스바요성당
 산타마리아 비스바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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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페라다 시내 풍경
 폰페라다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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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비스바요 성당
 산타마리아 비스바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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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페라다 시내 풍경
 폰페라다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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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 걷는다. 30분 정도 걸으니 큰 도시 폰페라다가 보인다. 어제 순례객들 중 몰리나세카에서 묵지 않고 계속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폰페라다에서 숙소를 정하기 위함이었다.

우린 대도시보다 작은 마을에서 묵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제의 숙소도 만족했다. 도시 입구에 마트가 있어 점심에 먹을 빵과 과일을 샀다. 조금 더 걸으니 멋진 성이 보인다.  보통 이러한 성은 산 위에 있었는데 도시에 있어 힘들이지 않고 성을 돌아볼 수 있어 좋다.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어 외부만 구경하였다.

큰 도시를 걷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주변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순례길을 벗어나기 일쑤다. 도시를 벗어날 즈음 작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이발소가 보인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우리나라의 이발소와 비슷하다. 나이드신 노인이 이발을 하고 있고, 기다리는 노인들은 신문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이발소가 아니라 미용실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 곳에도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이발소는 따로 있는가 보다.

광장을 지나 실강을 건너 도시를 벗어났다. 별로 특색없는 길을 1시간 30분 정도 걸어 작은 마을 푸엔테스 누에바스 마을에 도착했다. 지금 시간이 오전 11시, 마을 입구의 바르에서 우린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커피를 시키고 가지고 온 빵과 과일로 점심을 먹었다. 태양은 뜨거운데 우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아무 생각도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를 부른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프랑스 부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우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한다.

그들이 우리를 앞서 달리다가 오른쪽에 있는 작은 성당 앞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작지만 유서 깊은 성당인가 보다. 성당 천장에 최후의 만찬 그림은 정말 아름다웠다.

폰페라다 시내 이발소 풍경
 폰페라다 시내 이발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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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페라다 광장
 폰페라다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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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강
 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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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페라다 시내 풍경
 폰페라다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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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룸브리아노스의 산 블라스 예배당
 콜룸브리아노스의 산 블라스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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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와 예배댕 풍경
 바르와 예배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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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천정화
 성당의 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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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아름다운 구름
 성당과 아름다운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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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먹은 체리, 최고였다

우리는 오늘 비야프랑카 비에르소까지 30Km를 걸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늘도 없는 길을 걸으며 우린 지쳐있었다. 게다가 도로만 따라 걷는 길은 멋진 풍경도 없다. 우리는 목적지를 카카벨로스로 변경하고 조금만 참고 걷기로 한다. 멀리 마을이 보일 즈음 자동차에서 한 아저씨가 빨간 체리를 팔고 있다. 한 봉지에 1유로, 우린 각각 한 봉지씩 사서 바로 옆 식수대에서 체리를 씻어 맛있게 먹으며 걸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체리 중 가장 맛있는 체리였다.

카카벨로스 시내에 들어와 알베르게를 알아 보니 호스텔로 비싸기도 하고 하여 카미노 어플을 보고 다음 알베르게를 찾았다. 다음 알베르게는 시내를 벗어난 외곽에 있다. 다리를 건너 오른편에 큰 성당이 보이는데 성당 안에 알베르게가 있다. 이 알베르게는 1실에 침대가 2개인 방인데 아주 좋다. 벽은 얇은 판자로 막았기 때문에 옆 방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도 다 들린다. 우린 샤워를 하고 숙소 앞에 앉아 우리 옆방에 코고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며 차를 마시고 쉬었다.

다리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다리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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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나라야 마을 풍경
 캄포나라야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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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나라야 마을 풍경
 캄포나라야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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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벨로스 마을 풍경
 카카벨로스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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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은 성당의 알베르게
 우리가 묵은 성당의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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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쉬면서 일기도 쓰고 쉬다가 시에스타가 끝나는 오후 5시가 넘어 시내로 나갔다. 사진도 찍고 저녁도 사 먹기로 한다. 오늘 따라 치맥이 먹고 싶다. 물어 물어 치킨 파는 곳을 찾아 갔는데 두 곳 다 문을 닫았다. 마을을 몇 바퀴 돌다가 오리 고기와 맥주를 마셨다. 우리나라에는 흔한 게 치킨집인데 여긴 우리와 같은 치킨집은 없다.

저녁 먹을 곳을 찾는데 한글로 '라면 있어요'라는 글이 보인다. 우린 오랜만에 라면을 먹어 보자하며 식당으로 들어 갔다. "코리아 라면?" 하고 물었으나 그냥 라면이라고만 한다. 라면과 공깃밥, 김치가 나왔다. 중국식 라면에 김치는 우리 김치와 비슷하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다리를 넘어 오는데 다리 아래에서 소녀들이 수영과 선탠을 하고 있다. 마트에 들려 내일 아침거리를 샀다. 내일 아침은 감자와 요구르트를 먹기로 하고 사무실에 있는 전자렌지로 감자를 미리 삶아 놓았다.


태그:#산티아고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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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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