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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YMCA 생태교육관이 자리한 관기 가사리길에 늘어선 허수아비 풍경.
 전남 여수YMCA 생태교육관이 자리한 관기 가사리길에 늘어선 허수아비 풍경.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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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들녘엔 추수를 앞둔 벼들이 노릿노릿 익어간다. 논가에 세워진 각양각색의 허수아비가 춤을 춘다. 끝없이 늘어선 허수아비 길은 자그마치 1.5km가 넘는다. 소라면 현천리에 위치한 전남 여수YMCA 생태교육관이 자리한 관기 가사리길 풍경이다.

'사랑.정의.평등'의 기치를 내건 국제 조직인 여수YMCA(이하 여수Y)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고희를 맞이한 시민단체의 기념식은 드문 일이다. 호남지역 순수 시민사회단체로는 최고 역사를 자랑한다. 20일 저녁 생태교육관에서 '가사리 별밤 축제'가 열렸다. 이날 300여명의 회원과 내빈들이 참석했다. 이날 1부 예배를 마치고 6시 30분부터 기념식이 열렸다.

"이웃을 섬기고 평화를 세우는 YMCA가 될 것" 

기념사에 나선 여수YMCA 이대성 이사장의 모습
 기념사에 나선 여수YMCA 이대성 이사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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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YMCA 창립 70주년 기념예배 모습
 여수YMCA 창립 70주년 기념예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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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에 나선 여수YMCA 이대성 이사장은 "여수YMCA가 지역에 뿌리를 내린지 70년이다"면서 "정의로운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70년 동안 많은 땀과 노력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고 청소년들을 위해 기여해온 선배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더 잘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앞으로도 이웃을 섬기고 평화를 세우는 YMCA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가사리 생태교육관에서 열린 창립70주년 여수YMCA 별밤축제 모습
 가사리 생태교육관에서 열린 창립70주년 여수YMCA 별밤축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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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 나선 주철현 시장은 "여수YMCA는 우리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로 우리지역의 근현대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가사리 생태교육관은 회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민관 교육수련 시설로 자리매김한 모습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한국YMCA 이충재 사무총장은 여수YMCA 70주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생태교육관이 보여주는 자체가 여수Y의 지난 70년을 보여주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YMCA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온 모범적 단체로 성장된 모습에 감격하고 한국 YMCA다른 지역을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YMCA의 시초는 1800년대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뒤바뀌면서 혼란했던 시기에 청년들의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다. 개화기에 한국에 들어온 YMCA는 일제 때 독립운동과 근대화 시기엔 빈민, 전쟁고아등 소외된 계층을 구호하는 활동을 하면서 한국사회에 정착됐다. 이후 7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을 지원하는 사회운동체로 YMCA의 역사가 태동됐다.

창립70주년 여수YMCA 사진 전시회의 모습
 창립70주년 여수YMCA 사진 전시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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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공연하는 여수YMCA 아기스포츠단
 축하공연하는 여수YMCA 아기스포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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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돌을 맞은 여수Y도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 함께 해왔다. 여수Y의 역사는 1945년 여수기독교청년회 건설 논의를 시작으로 1년 뒤 9월 여수YMCA가 창립된다. 이후 70년 시민대학을 개설하고 여수 연등동에 가출청소년 학교인 희망의 집이 문을 연다.

74년 청년Y 알파클럽, 에코우 클럽에 연이어 톱니바퀴클럽이 창립되고 84년 Y상록배춤터가 설립되면서 시민들 참여를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면서 시민사회로 정착됐다. 여수YMCA는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통한 지방자치, 환경운동, 경제정의실현 시민참여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21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여수Y는 광무동 YMCA 회관을 비롯 학동 청소년 수련관, 가사리 생태교육관에서 시민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수Y는 청소년 계층에 대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청소년들이 극단의 경쟁에 내몰리면서 자살을 하거나 우울증, 가출로 미래의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시대에 청소년 단체인 YMCA의 소명을 함께 했다. 특히 청소년 상담, 청소년 진로체험 지원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묻는 질문에 여수YMCA 이상훈 총장은 "미래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오늘의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라며 "청소년들을 육성하고 키우기 위한 역할을 YMCA가 앞장서야 한다"며 청소년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수Y는 해방직후인 1946년에 창립해 70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시민과 회원들이 YMCA에 물질적인 프로그램 참여로 지지해 주었다"면서 "부족한 부분도 많았는데 더 많은 활동을 강단있게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김근태, 노무현 초청강연 가진 여수청년Y...그런데
15년간 여수청년Y를 활동한 최성준 전 시연맹 회장과 정진욱 회원의 모습
 15년간 여수청년Y를 활동한 최성준 전 시연맹 회장과 정진욱 회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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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YMCA 70주년 기념식 케익 커팅 모습
 여수YMCA 70주년 기념식 케익 커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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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에서 15년간 청년회원 활동을 했던 여수청년Y 최성준 전 시연맹 회장은 청년Y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역의 청년들이 시민들과 함께 여름캠프를 가서 사회 이슈를 가지고 덕망 있는 강사님을 모셔서 토론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김근태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하동 백사장에 모셔 직접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가 95년 여름입니다."

지역의 청년운동이 없어진 점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함께 활동한 선후배인 OB(올드보이) 회원들이 만나 청년의 재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픈 심정이 간절하다"면서 "지금은 그런 후배들이 없다"라며 청년Y의 대가 끊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창립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창진 똑소리닷컴 대표(좌)와 내빈 모습
 창립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창진 똑소리닷컴 대표(좌)와 내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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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를 통해 여수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운동을 펼친 한창진 똑소리닷컴 대표는 "80년대 어려웠던 시기에 우리 시민들이 나서서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해서 힘쓸 때 여수YMCA가 앞장섰다"면서 "앞으로 계속 여수YMCA가 여수지역사회의 등대가 되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주민들이 생각하는 여수YMCA는 어떨까? 가사리 마을 박인순(53세) 이장은 "시골에는 애들이 없는데 가사리에 생태교육관에 애들 뛰노는 소리와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달려드는 것이 너무 좋다"면서 "친환경 단지가 조성된 것이 마을의 자랑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지역사회 시민사회에 해야 할 역할은 무얼까? GS칼텍스 지역협력팀 김경환 과장은 "방과후 아카데미를 2005년부터 노조와 YMCA가 함께 해왔다"면서 "여수산단이 지역사회를 위한 고민을 시민단체들과 평상시 소통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기업의 역할과 활동가들의 계속적인 교류를 강조했다.

여수YMCA는 70년 세월동안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산증인으로 무수한 화두를 던졌다. 금방 붙었다 꺼지는 불씨가 아닌 지금껏 시민운동의 소금역할을 해오며 큰 단체로 성장했다. 운동의 방향을 고민하는 활동가라면 한번쯤은 시민운동의 연속성에 대해 성지순례를 해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YMCA, #가라시 생태교육관, #창립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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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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