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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을 시작한 뒤로 오랜 기간 기명칼럼을 쉬었습니다. 올 여름 징글징글했던 무더위도 이제 떠날 채비를 했기에, 저도 새로운 칼럼으로 선선한 가을바람 맞이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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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 당내 경선만 잘 해준다면, 본선이야 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전직 고위 관료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확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새누리(로 가지), 더민주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최근 언론에 나도는 '반기문 제3지대 출마론'을 무색케 한다. 반 총장의 보수정당 선택 가능성에 힘을 싣는 말이기도 하다.

추석을 전후로 이른바 반기문 대세론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야 합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총장. 퇴임 후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15일(현지시간) 반기문 사무총장은 유엔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김교흥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반 총장의 (대선출마) 의지는 상당히 강력했다"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언제 오시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1월초라고 했다가 다시 말을 고쳐 1월 중순 이전에는 귀국할 것이라고 시점을 못 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이 자신의 귀국시점을 정확히 못 박는 모습에서 더욱 더 대선 출마 의지가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복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반 총장의 뜻이 출마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김 비서실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여야가 시각을 달리하고 있지만, 면담에 배석했던 야권의 정치인들은 반 총장의 말 속에서 대선출마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뉴욕에 있으면서도 매일 아침 국내언론 자료를 제일 먼저 챙겨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미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말을 거들었다. 

보수종편, 반기문 띄우기 왜 나섰나

반 총장의 뜻과는 별개로 TV조선 등 이른바 보수 종편채널들은 벌써부터 반기문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언론 모니터에 따르면, 정세균 의장 일행이 반 총장과 만난 지난 17일(한국시간) 반 총장 관련 국내 방송의 보도량을 비교하면 SBS와 JTBC가 각 1건, MBN이 2건이며, 채널A와 TV조선은 각각 4건을 할애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의 보도내용은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때는 수준을 넘어, 기정사실로 만드는 수준이었다"며 "김종필 전 총리의 영향력을 내세워 지지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의 선거운동 보도였다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보수진영의 차기 대통령 만들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할까. 

보수언론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누리 친박계와 닮은꼴이 있다. 이미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눈치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대표적 친박계 최고위원인 조원진 의원은 반 총장의 1월 귀국입장에 대해 "여당과 국민들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오셔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후보로 뛰어달라는 당부에 다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면담 후일담으로 "반 총장이 금의환향하길 기대하겠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가 지도자론을 설파한 셈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다.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맨 오른쪽)이 19일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사무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우면 그것도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 아니겠나, 그 점도 생각해볼 때"라며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왼쪽부터 정진석 원내대표,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강석호 최고위원.
▲ '반기문 띄우기' 제동 건 강석호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맨 오른쪽)이 19일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사무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우면 그것도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 아니겠나, 그 점도 생각해볼 때"라며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왼쪽부터 정진석 원내대표, 이정현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강석호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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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반기문은 유종의 미를...주책 좀 그만 떨라!"

그러나, 이같은 친박계의 움직임에 비박계는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 불편한 기색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거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통해 도드라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해야지 계속 가서 건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주책 좀 그만 떨라고 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지도부의 유일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운다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새누리 내부에서만도 반 총장의 대선출마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나"부터 국내 정치 또는 행정 기여도, 체감 가능한 서민의 삶까지 다양한 검증이 시작될 태세다.

평생 외교관 신분으로 살아온 반 총장이 국내정치에 어두운 가운데 과연 차가운 검증의 칼날을 무사통과할 수 있겠나 하는 후보 불가론도 스멀스멀 새어나온다. 그래서 반 총장 주변에서조차 "문제는 본선이 아니라 내부경선"이라는 판단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기자와 통화한 이 전직 관료는 "친박이 반기문이라는 선장을 태우고 끝까지 잘 항해를 한다면 다음 수순(본선)은 충분히 해 볼만 한데, 그렇지 않다면 중도에 좌초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경선과정에서 불거질 수많은 검증이슈들 때문이리라.

또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그가 어떤 명분으로 어떤 출마의 모양새를 갖출 것인가도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오랜 세월동안 국제정치 무대에서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작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역대 최고로 무능한 사무총장이라는 비난을 듣는가 하면 북핵 이슈에 대해 실마리조차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반 총장이 대권이라는 욕심은 있지만 대권을 이행할 실력과 자질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따라서 반기문 식의 새로운 정치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른바 제3지대론이다.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최대한 지지도를 끌어 모은 뒤 지지도를 기반으로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대선 후보가 소속정당도 없이 현실적 지지도를 끌어 모은다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MBN이 보도한 외신들의 반기문 사무총장 반응
 MBN이 보도한 외신들의 반기문 사무총장 반응
ⓒ 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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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옹립?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선택'

이 가운데 반 총장의 한 핵심 측근은 최근 한 언론과 전화통화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반 총장은 보수정권 창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반 총장은 새누리당 경선 참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교흥 비서실장은 "반 총장의 친정은 '더민주'이지만, 지금 분위기는 새누리"라며 "이미 새누리당이 저토록 환영하는데 뭣 하러 제3지대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정치권 안에는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세력을 규합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친문과 친박을 극단의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중도파 정치인들이 제3지대에 새로운 깃발을 꽂고 반기문 이름으로 새로운 정치담론을 설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구구한 추측이 여의도 정치권을 떠돌지만 반 총장이 세간의 추측과 달리 내년 1월 새누리당으로 직행해 말 그대로 '반기문 옹립론'이 힘을 받게 된다면, 비박계는 경선레이스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대선국면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정치권엔 반기문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전략의 가능성은 이른바 여의도 정치 전략가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움직인다. 여기에 시민은 배제돼 있다는 얘기다. 대선은 다가오지만 딱히 마음을 흔드는 후보가 없어 여기저기 기웃하게 된다는 말은 벌써 들린다. 그것은 여든 야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권자단일화론이 제기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인가. 여전히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선택이다. 유권자의 눈에 따라 후보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것이다.


태그:#반기문, #JP,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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