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4대강 특별취재팀의 활동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8월 27일 오후 경북 영주 영주댐이 들어선 일대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오후 경북 영주 영주댐이 들어선 일대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9일 경상남도는 "낙동강 본류 취수 대신 댐을 건설해 경남 전역에 1급수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산업 및 생활폐수 때문에 낙동강을 1급수로 만들기 어렵고, 상류 지역의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취약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경상남도는 상수원에 대한 불안 때문에 수돗물 음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했다.

경상남도의 발표에는 다른 의도(대규모 토목사업 등)가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낙동강 상태가 식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엔 두 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4대강 사업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수질 개선이었다.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이 투입됐고, 낙동강은 전체 금액 중 거의 절반가량의 공사비를 투입했다.

둘째, 경상남도는 4대강 사업을 적극 찬성했다. 대표적으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전 새누리당 국회의원)가 있다. 그는 "낙동강은 죽은 강으로 방치돼 있어 절체절명의 상황(2008.12.)", "낙동강에 직접 가보면 물에 손을 넣기 힘들 정도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2009.6.)"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4대강 사업 이후 김 전 지사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금 독성 녹조로 썩어 가고 있는 낙동강이야말로 손을 넣기 힘들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졌다. 2010년 6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김두관 지사가 재임할 때는 경상남도 내 시장, 군수들이 4대강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갈지자 행보로 유명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식수원에 배 띄우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며 그를 몰아세웠다. 그랬던 인사가 한나라당 대표를 거치면서 "수량을 풍부하게 해서 수질을 개선하자는 것(2010.5.24.)"이라면서 4대강 찬동인사를 자임했다. 녹조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는 억지도 썼다.

첨단 기술로 수질 악화 막겠다더니

지난 2009년 12월 2일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
 지난 2009년 12월 2일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
ⓒ 경남도청

관련사진보기


경상남도가 식수원을 변경하려면 따질 것이 많겠지만, 우선 도정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책임도 져야 한다. 4대강 사업은 국민 기만 사업이었고, 역대 도지사 등이 이에 적극 가담해 국민 혈세를 낭비했기 때문이다. 결국 낙동강을 썩은 물로 만들었다.

사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 억지를 썼던 인사들은 너무도 많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4대강 S(스페셜)급 찬동인사'로 선정한 이명박, 이재오, 심명필, 권도엽, 이만의 등이 대표적이지만 정치인, 전문가, 언론인 등도 무수히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책임은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씨는 2009년 11월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에서 동시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수질 악화를 이유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기술이 30~40년 전 수준이라고 이해하는 듯하다"면서 로봇물고기를 통해 수질 오염 여부를 상시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로봇물고기는 '사기'라고 판명 났지만, 당시에는 이를 맹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09년 12월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기명 칼럼을 통해 "다른 건 몰라도, 보를 쌓아 강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질 악화를 막는 여러 첨단 기술이 있다고 반박한다. 비교 자체가 잘못된 느낌이다. 4대강을 그냥 두면 물이 충분히 흐르고 수질도 낫게 유지되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2009년 7월 <문화일보> 칼럼을 통해 "반대 측이 걱정하는 희귀 민물고기 멸종, 준설 시 탁도 증가, 댐·보 건설로 인한 수질 악화, 상수도원 오염 등은 이미 많은 대책이 마련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환경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반대 측의 환경에 대한 기우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에 동원된 최첨단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보에서 물이 줄줄 새고 심각한 세굴(강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또한 물고기 떼죽음이 일상화되더니 급기야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가 4대강 전역에서 나온 것일까? 전에 볼 수 없던 생물체를 재탄생 시킨 것이 최첨단 기술이었을까?

사실 4대강 사업의 '최첨단 기술'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최첨단 억지'이자 '최첨단의 사기극'에 불과했다. 지금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후유증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의 곡학아세, 씻을 수 없는 참혹함

지난 2010년 5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4대강 사업 찬-반 토론회'(오마이TV 생중계)가 열렸다. 찬성측으로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신현석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반대측으로 박진섭 4대강죽이기사업저지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창근 운하반대교수모임 상임공동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지난 2010년 5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4대강 사업 찬-반 토론회'(오마이TV 생중계)가 열렸다. 찬성측으로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신현석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반대측으로 박진섭 4대강죽이기사업저지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창근 운하반대교수모임 상임공동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 주장한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대운하 추진 시절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좋아진다'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08년 1월 YTN 인터뷰에서 "하천에 물이 없어서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물을 채움으로써 하천 생태계도 살리고 굉장히 수질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창수 호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10년 3월 <정책브리핑>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따라 영산강에는 승촌보와 죽산보가 건설된다. 보 건설을 통해 하천 유수유량이 증가하고, 바다로 유출되던 유량이 저장돼 하천의 자정작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현석 부산대 교수는 2010년 5월 <오마이뉴스> 생방송 토론에서 "4대강 사업 후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는 2011년 3월 강연회에서 4대강 사업을 "자연의 보전, 수질 정화, 인간 문명의 발달, 국토의 재생"이라 정의하는 등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인사다.

김계현 인하대 교수는 2010년 6월 <문화일보> 기고를 통해 "건국 이래 대규모 하천 준설을 하지 않아 토사가 쌓여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질이 열악한 것은 이번 4대강 사업처럼 넓은 시각에서 전체 하천을 대상으로 이수와 치수를 동시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최근 김 교수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염원 차단 없이 단순히 수량을 늘려서 얻는 수질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학계는 물론 환경부에서도 과거에 인정한 내용이다. 또한 같은 조건일 때 유속이 느려지면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4대강 사업은 물의 흐름을 막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수질 오염을 만들었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상식 수준의 뻔한 상황을 몰랐을까? 불행히도 전문가들의 참담한 곡학아세(바르지 못한 학문으로 세속의 인기에 영합하려 애씀)는 전문가 집단 내 학문적 자정 기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자 전문가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불신을 양산했다.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은 단지 강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낯 뜨거운 4대강 찬가, 4대강 현실에는 침묵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09년 1월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여름철 홍수와 주기적인 가뭄으로 1천300만 영남인의 젖줄인 낙동강이 친수공간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 방치하면 찬란한 민족 문화를 꽃피운 역사적인 낙동강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 재탄생' 사업을 농어업분야에서 앞장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009년 9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부산의 평생 소원이 '우리도 이제 맑은 물 한 번 마셔보자는 것'"이라면서 "나는 4대강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석좌교수다.

국토부 차관과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국 전 의원은 2010년 6월 <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낙동강 상류는 수량 부족, 중류는 수질 악화, 하구는 홍수 피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어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사실상 '물의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국건설법무학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2009년 10월 국감에서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거나 홍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더니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으면 경북, 경남 등의 주민들이 수질 때문에 물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세계 수출 효자 종목'이 될 것이라 했던 것이 조원진 의원이다.

4대강 사업 이후 김재수 장관의 말과 달리 낙동강은 죽음의 강으로 전락하고 있고, 김형오 전 의장의 말과 달리 부산은 여전히 평생 소원을 풀지 못하고 있다. 김희국 전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한, 결코 해서는 안 될 사업을 광적으로 집착한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고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은 사기극

지난 8월 23일 오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마름과 엉켜 녹조가 확산 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오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마름과 엉켜 녹조가 확산 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여기에 국민 식수원에 녹조를 방관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역시 같은 상황이다. 또한 조원진 의원의 호언장담과 달리 4대강 사업 이후에도 녹조 등 수질 오염 때문에 식수원이 불안해진 상황이다. '수출 효자 종목'이라고까지 4대강 사업을 추켜세웠던 조원진 의원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정치는 사기극이 돼서는 안 되지만, 4대강 사업은 말 그대로 사기극이었다.

공교롭게도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부정한 인사 중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은 혈세를 낭비한 책임은 둘째치고라도 국민을 기만하고 국토 환경을 파괴한 것에 대해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슬픈 민낯 중 하나다.

지난 8월 이명박씨의 측근이 이명박씨가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는 SNS를 통해 "사대강 지지 찬동자 중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이 자신감의 원천"이라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쌓아두면, 파리가 집주인 행세하기 마련"이라 꼬집었다.

이명박씨와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찬동했던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전우용 박사의 표현처럼 '파리가 집주인 행세하는 일'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4대강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탐사보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당초 9월19일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기획 기사 등이 남아있어서 부득이하게 일주일(26일까지) 연장합니다. 모쪼록 '좋은 기사 원고료주기'로 응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목표액 3000만 원이 달성되면 지난 10년간 1000개의 댐을 허문 미국으로 날아가 4대강의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4대강 청문회 서명운동에도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회에 청원해서 강을 망친 사람들을 심판하기 위한 청문회가 개최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4대강 특별 기획 기사 모두 보기

☞'4대강 청문회 열자' 서명운동 바로가기


태그:#4대강 청문회를 열자, #4대강 사업, #곡학아세
댓글2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4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