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지왕>은 연기에 대한 그리고 우리의 삶에 관한 코미디 영화이다. 그저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도 쏙 빼는.

<희극지왕>은 연기에 대한 그리고 우리의 삶에 관한 코미디 영화이다. 그저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도 쏙 빼는. ⓒ 星輝海外有限公司


나는 추석 명절이 되면 일부러 재미있는 영화를 찾아보곤 한다. 지금은 시대가 그래서인지 영화관에 가더라도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잘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었다. 톰 행크스와 같은 A급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도 맥 라이언과 함께 스크린 커플로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찍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요즘은 그런 스타 커플도 없고 영화 산업 구조도 변화한 탓에 중·저예산 코미디 영화를 잘 볼 수 없게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내게도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예전 코미디 영화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도 즐겨 보지만, 그래도 추석 영화 하면 주성치 영화가 최고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지금 봐도 공감이 될 만한 <희극지왕>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고자 한다.

밥벌이와 자아 실현에 대한 고민

우리 중 어떤 이는 연기를 하기 위해 먹고 살고, 어떤 이는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한다. 순리대로라면 배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여건이 늘 그걸 허락하지는 않는 것 같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연기공부를 열심히 한 주인공 시우, 영화소개 같은 걸 읽어보면 예일대학을 나온 거로 되어 있지만, 영화에서 그걸 직접 언급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엑스트라로 촬영장을 왔다 갔다 할 뿐 그렇다 할 연기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력, 분발을 외치며 항상 최선을 다하며 촬영에 임하지만, 때론 그의 열성이 실수로 이어져 촬영을 망치거나 쫓겨나기 일쑤다. 게다가 배우들의 도시락을 지키는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매번 밥도 제대로 먹고 다니지 못한다. 그리고 시우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짓을 하는지 아는 아저씨는 그를 향해 외친다. "넌 이 밥 먹을 자격 없어!"라고.

그래, 그 아저씨 말대로 그는 밥을 먹을 자격이 없을지 모른다. 연기자의 꿈을 위해서라지만 그는 동네에서 다른 사람의 돈을 뜯어내는 불량 청소년과 술집 호스티스에게 연기를 무료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연기자라는 이름으로 밑바닥 인생들에 사기를 치며 살고 있으니까.

연기가 소중하고 값진 것이라면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도 매번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그는 계속 촬영장을 오간다. 일이 있을까 봐. 끼니라도 때우려고.

그래,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연기를 한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넌 연기할 자격이 없어"라고 욕을 할지는 몰라도 우린 매일 연기를 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거리의 시정잡배도, 술집 호스티스도.

우리는 매일 연기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연기를 가르쳐달라며 피우가 나타났다. 매일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매일 술집에 나가 일을 한다. 접대를 잘하려면 연기를 잘해야 할 텐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서 그녀는 그에게 연기 지도를 부탁한다. 돈을 벌기 위해 연기가 필요했던 그녀, 처음엔 그런 그녀를 못마땅해했던 그였지만, 그만큼 사정이 박했기에 그는 그녀의 부탁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의 연기 지도는 곧 효과를 발휘해서 그의 말대로 첫사랑 연기를 하니까 추태 떨던 손님이 정말 돈을 순순히 낸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그녀는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 그의 연극을 보러 와 주었고 그들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엑스트라인 게 부끄러워 그랬을까, 아니면 부담이 되어서 그랬을까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그녀에게 주워주고 더 가까워지기 전에 그녀를 보내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그녀를 붙잡는다, 먹여 살리겠단 말과 함께.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는지 그녀는 그를 떠나기로 한다. 아니면, 이젠 더는 연기가 아닌 그의 솔직한 모습에 감동해서였을까?

그 후 그는 주연배우의 눈에 띄어 주연까지 맡게 되지만 구타당하면서까지 손님을 거절해야 했던 피우의 고백 때문에 그를 캐스팅한 여주연 배우의 눈 밖에 나게 되고 주연 자리마저 내주게 된다. 인생이 연극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멋지게 연기하고 나면 박수갈채를 받게 될 테니까. 그런데 실제 삶은 그렇지가 않다. 생존을 위해 연기를 하던 사람들이 한순간 연기를 포기하고 진실한 고백을 선택했을 때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쩌면 사람의 진실한 고백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 건지도. 그만큼 진귀하므로.

물론 이 영화엔 유치한 콧물 연기도 나오고 얻어터지는 연기도 나온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엉뚱한 연기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난 지금도 TV에서 코믹 연기자들의 어설픈 패러디물을 볼 때면, 이 영화가 떠오르곤 한다. 엄청 지질해 보이지만, 주성치, 그의 패러디 영화에는 멋진 인생 철학이 담겨 있으므로. 요즘 많은 사람이 연기자나 배우를 꿈꾼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서 열심히 한다고 고백하는 배우들도 종종 본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먹고살기 위해 연기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연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게 우리 인생이니까. 

희극지왕 추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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