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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를 알리는 페이스북 메인사진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를 알리는 페이스북 메인사진
ⓒ 2012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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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2012년 9월 이맘때 제주에서 큰 국제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WCC(World Conservation Congress)로 약칭되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그것입니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환경 분야 최대 국제회의로(그해, 180여 개국 1만여 명 참가), '환경올림픽'이라고도 불리기도 하지요.

이 WCC에 참여하는 참가자를 위한 특별투어(EXCURSION) 프로그램으로 '제주 생태관광 51선' 팸투어가 실시됐는데, 이 코스개발 책임자로 사전 준비단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해 2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주최 측에 결과물을 넘겼는데, 비슷한 시기, 지인을 통해 <제주생태관광 가이드북> 집필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왕 손댄 것, 아카이브 구축의 의미도 있겠다 싶어 그해 여름 내내 선풍기를 친구삼아 방안에 들어박혀 <제주 생태관광 100선>이란 제하의 졸고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미뤄지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결국 출판 자체가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상경 후에도 한두 곳에 출판을 타진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아 원고는 노트북 하드드라이브에서 다시 외장하드로 넘겨져 폐기 상태에 이르게 되었지요.

그런데... 최근 제주가 환경용량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위험한 징후를 알리는 여러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지속가능한 제주와 제주관광 또한 위기 상황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제주'에 대해서는 일부러 눈과 귀, 입을 막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한 위기의식은 '제주'라는 주제에 다시 눈을 뜨게 했고, 덩달아 이 원고도 다시 열어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갖고 있던 직위 모두 내려놓았으나, 아직 한국생태관광협회와 제주생태관광협회 이사라는 직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떠올랐습니다. 이런 연으로 용기를 내어 캐비닛 깊이 잠자고 있던 이 원고를 깨워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글은 포인트(생태관광지) 중심의 사전적 해설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여행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가이드북도 아닙니다. 전반부는 제주생태관광의 총론 격인 일반적인 주제를 얘기할 것이고, 후반부는 제주 '북동부지역'에 한해 포인트(點)를 이은 선(線)적 탐방설계와 함께 해설을 덧붙일 것입니다. 즉 제주섬의 1/4만 얘기하려 합니다. 나머지 지역 해설은 다른 분이 이어받아 해 주셨음 좋겠어요. 그래서 제목에 <제주 생태관광 이야기(1)>란 넘버(1)을 붙였답니다. 대부분 4년 전 현재를 기준으로 작성된 글이어서 이미 지나간 얘기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를 내놓는 이유는 제주가 많이 변했지만 생태관광지로서 제주의 자원가치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는 '다소 주관적' 판단 때문입니다. 또한 이 글이 시의성이 떨어지는 잘못된 주장이라면, 현재의 시점에서 바르게 수정해 주실 분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확인된 생태보물섬 제주의 가치

'생태관광'은 일반적으로 훼손되지 않은 다양한 자연과 경관, 생물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보호지역(Protected Areas: PAs)'을 주된 목적지로 삼는 관광을 말합니다. 그래서, '국제보호지역'은 대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보호지역은 '세계자연유산(World Natural Heritage)', '생물권보전지역(UNESCO-MAP Biosphere Reserve)', '람사르습지(Wetlands International Importance;Ramsar)'를 주로 가리키며, 이 3가지가 엄밀한 의미의 '국제보호지역-국제생태관광지 3관왕(Triple Crown)'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앞의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과 함께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S NETWORK)'을 합해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란 타이틀을 창조(?)해 내, 이를 획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하튼, 놀랍게도 제주는 지난(2012년 기준) 10여 년이란 짧은 시기 동안, 이상의 타이틀을 모조리 따 냈습니다. 제주가 그만큼 보호할 만한 가치를 지닌 '생태보물섬'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입증된 것이지요. 더불어 세계적인 생태관광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 또한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아직 저는 제주섬 만한 공간에 이렇게 국제보호지역 사이트들이 여럿, 아니 모두 중첩 지정돼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2002년 12월 한라산과 영천·효돈천, 섶섬·문섬·범섬 등 천연보호구역과 서귀포 시립해양공원 등이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으로, 2007년 6월에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만장굴 등), 성산일출봉이 국내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급기야 2010년 10월에는 제주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이 지질공원 포인트는 새로운 곳이 아니라 세계유산지역을 포함, 제주 산남지역의 대표적 관광지인 천지연폭포, 대포 주상절리,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고산 수월봉 등이었습니다. 제주도민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았던 관광지들이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인지 새삼,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국제적 보호지역 중 하나인 람사르습지도 이 작은 섬에 4개소나 지정되었습니다. 2000년 물영아리오름 습지를 필두로, 2008년 물장오리오름 습지, 2009년 1100고지 고산습지, 가장 가깝게는 2011년 동백동산이 곶자왈숲 최초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기에 이릅니다. 칠머리당굿이 2009년 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2011년부터는 해주해녀를 무형유산으로 등록시키는 노력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제주의 생태와 문화가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거나 진행중인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제주 세계자연유산 인증서
 제주 세계자연유산 인증서
ⓒ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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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심정으로...
 
15년 전부터 저는 지속가능한 제주의 비전으로 '생태관광'을 주창해 왔습니다. 관광학자도 아니며 관광업계에 종사한 경험도 없는 제가 감히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제주가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유적 그리고 독특한 민속문화를 가진 곳으로, 생태관광의 최적지로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에서 오랜 동안 시민환경운동을 하면서 '주민주체의 개발'과 '자연환경의 보전',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생태관광'이었기에 그 절박함은 더했습니다.

외지 거대자본 주도의 골프장과 리조트개발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제주(관광)개발 패러다임이 풍미하고 있던 그때, 또한 국내에는 생태관광의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관광전문가도 아닌 제가 '생태관광'이 제주의 미래비전이라고 얘기하고 나섰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런 치기도 없었다고 보여 집니다. 그렇지만,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심정으로 '생태관광의 메카, 제주'를 외치며 쭉 꿈꿔 왔습니다.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생태관광을 주제로 개최됐던, '세계생태관광의 해 기념 생태관광포럼'을 제주에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기억도 벌써 아득하기만 하네요.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생태관광'은 정부차원의 정책으로 공공연히 얘기되고 있으며, 제주 지역에서도 '생태관광협회'가 결성이 되고 '생태관광 지원조례'가 제정되는 등 보편적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시민단체인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배출된 생태해설가들이 모여 만든 '(주)제주생태관광'이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탈 정도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기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당시 제 주장은 메아리도 없는 외침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그 얘기를 할 때만 해도 -만일 생태관광을 제주미래 비전으로 합의 본다 하더라도- 저 스스로도 대한민국 국내 생태관광의 중심 정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것도 희망사항 정도로 가졌던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난 10년의 국제적 인증과정을 보며, 저 또한 제주가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곳인지 새삼 알고 놀라게 되었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바로 우리 주변에 엄청난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비로소 제주가 '지구의 생태보물섬'이라 불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제주의 숲길
 제주의 숲길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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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객 1천만 돌파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400만을 돌파한 2000년대를 맞이하며 관광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경기침체와 항공료 인상, 동남아관광 가격 경쟁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위협요인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저변에는 "제주관광 일회순(一廻巡)이 끝났다"는 생각 또한 깊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80년대까지만 해도 학생 단체관광객이라 하면 대학 졸업여행 정도였던 제주가 이제는 초중고는 물론 심지어는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단체로 여행 오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본토에 사는 국민들 중에는 일생에 한 번(신혼여행이나 효도여행 등) 가볼까 말까한 꿈의 섬이었던 제주도가 이젠 더 이상 그런 로망의 대상이 아닌 곳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제 제주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두 번은 모두 와봤음직한 싸구려 국민관광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동남아관광이 제주관광 비용보다 저렴하다하여 '제주관광 이제 큰일 났다'며 호들갑떨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기왕이면 해외로'라는 논리가 득세하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000년대 중반 500만을 돌파한 제주입도 관광객 수가 잠깐 주춤거리더니 2008년 이후에는 매년 100만 명씩, 연평균 10%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제주관광객 1천만 신화가 지난 2013년에 이미 달성되었습니다(1천만 관광객 시대만 도래하면 제주섬은 살맛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제주도당국은 노래를 불러왔지만, 왜 이리 제주도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한지 궁금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갑니다).
 
작지만 다양하고 매력 있는 제주 관광자원
 
도대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한 번쯤, 아니 이제는 두세 번쯤은 왔다 갔다고도 볼 수 있을 터인데, 왜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걸까요? 제주도관광협회가 실시한 '2013년 제주방문 관광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70%가 재방문객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4회 이상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응답자의 4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답니다(여행 형태도 개별관광객과 자유여행이 90%로 나타났다네요). 제주와 유사한 관광지인 이웃나라 일본의 오키나와도 이 정도의 관광객 증가율 및 재방문 비율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언급한 것처럼 이 시기에 제주가 각종 국제보호지역으로 인증 받은 것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저가항공사의 신규취항, 여객선 노선 확충 등의 접근성 개선도 한 몫을 했고, 대한민국 걷기 열풍을 선도한 '올레'라는 전혀 새로운 관광상품의 출시, 온라인과 SNS를 통한 자연스런 구전 홍보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가 한 번 가면 두 번 가고 싶고 자꾸만 가고 싶은 관광지로서 제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과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흔히들 제주와 외국을 비교하며 제주를 폄하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규모만 크다고 감동을 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호주의 골드코스트 백사장과 몽골의 대초원 등, 처음에는 그 규모의 웅장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 똑같은 모습에 이내 식상해지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입니다.

제주도는 언급한 나라의 유산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른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유적 그리고 독특한 민속문화를 종합적으로 가진 곳입니다. 한라산과 오름, 바다와 해수욕장, 계곡과 폭포, 동굴과 숲 등 세계 어느 나라의 유명관광지에서도 보기 어려운, 규모는 작지만 다양성에서는 최고인 자연유산이 존재합니다.

또한 구석기시대부터 최근세 시기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역사유적(구석기시대-신석기-탐라-고려-조선-일제시대-4․3유적)이 전도에 걸쳐 흩어져 있고, '신들의 고향'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1만 8천 신들의 신화와 전설이 온 섬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습니다. '섬'이라는 격리성, 그 지리적 배경으로 인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민속과 풍습, 그 유물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생태적 측면에서도 그 가치는 더욱 빛납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한국의 멸종위기, 보호야생 식물의 절반 이상이 제주에 분포하고 있으며, 저어새 등 희귀 철새 등도 해마다 이곳을 찾습니다. 화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섬으로 지질학적 측면에서도 그 연구 가치는 큽니다.

수십 년 전부터 제주도는 '동양의 하와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해 왔습니다. 제주도의 미래 비전으로 하와이 같은 섬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정작 하와이의 관광자원은 날씨를 제외하고는 제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별 볼일 없다는 게 하와이를 직접 다녀온 관광객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오히려 제주도가 훨씬 낫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요.

제주여행 상품보다도 저렴한 해외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외국인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제주가 세계 어느 관광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경쟁력과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비로소 알게 된 때문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올레길을 걸으며 재충전하기 위해, 회의와 가족여행을 위해 등등... 정작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 제주를 왔다 가지만 제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갑니다. 가끔 제주를 찾은 손님들을 모시고 생태투어를 안내하다보면 "제주에 이런 곳이 있었느냐", "이 곳이 이런 의미가 있었느냐?"며 묻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제주를 열 번 다녀갔다고 제주를 다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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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빛(光)을 제대로 보려면(觀)
 
'관광(觀光)'이란 단어를 직역하면 '빛을 본다'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빛(光)'이란 '가치'를 의미하며 좀 더 세분해 보면 그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생태, 문화적 가치'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또한 '관(觀)'이 단지 보이고 보는(見/視) 차원을 넘어 보고 듣고 공감하며 본질과 사물을 꿰뚫어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때, '관광'이란 단어는 근본적으로 '생태관광'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어반복인 셈이지요.

이 글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쓰여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관광과 여행에 관한 수많은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별해 보니 대부분 제주출신이 아닌 분들이 쓰신 여행경험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려한 문체에다 제주에 살고 있는 저도 미처 알고 있지 못한 최신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유익한 책들도 많았습니다. 제주출신이 아님에도 제주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칠 뿐만 아니라 연구수준이 높은 출판물도 더러 보였습니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좋았고, 제주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어서 또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 또한 그러한 우를 저지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겠지만- 여러 저서들에서 제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부분이 종종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책 한 권으로 끝난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정보화시대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여러 차례 인용을 거쳐 가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며 굳어질 가능성도 있기에 저어됩니다.

원래 맛깔나거나 수려한 문장하고는 거리가 먼 제 필력의 한계도 한계지만 생태관광가이드북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기에서는 가능한 주관적 느낌은 배제하고 제주 생태관광지에 대한 가치와 정보전달에 주력하려 합니다.

앞서 여는 글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연재의 후반부 이야기는 제주 동북부지역에 한해 진행될 겁니다. 구제주시지역과 조천읍, 구좌읍이 그 대상 지역입니다. 보통 대중적인 제주관광 코스는 서부지역부터 시작되는 동선으로 설계되는 게 일반적인데, 그 역순으로 시작하는 셈입니다. 인간들이 살기에는 매우 척박한 조건인 화산지질과 지형인 이 곳에서 본향당이 시작되고 있고, 오름의 왕국이라 불리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오름들이 밀집돼 있을 뿐 아니라, 제주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 숲과 용암동굴도 다수 분포되어 있는 곳입니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설관광지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곳 한두 군데 제외하곤 거의 소개하지 않을 겁니다. 일반 관광에 비해 입장료 부담에서 약간은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아무쪼록 이 글이, 화산섬 제주의 빛(光)을 새롭게 보게(觀) 되는 작은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생태관광의 메카, 제주'를 오늘도 꿈꿉니다. 함께 꾸면 꿈도 현실이 된다고 하지요? 함께 꾸는 이 길에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와 페북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제주, #제주관광, #생태관광, #제주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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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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