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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와 부인 박경숙씨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석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강 전 경찰청은 "백남기 농민의 사건에 대해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대응 여부가 법리적으로 굉장히 논란이 되어 있다"며 "쟁점이 정리가 되면 제가 사과하지 않겠다고 어떠한 말씀도 드린 적이 없다. 법적인 판단이 서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 강신명 전 경찰청장 답변 지켜보는 백도라지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와 부인 박경숙씨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석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강 전 경찰청은 "백남기 농민의 사건에 대해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대응 여부가 법리적으로 굉장히 논란이 되어 있다"며 "쟁점이 정리가 되면 제가 사과하지 않겠다고 어떠한 말씀도 드린 적이 없다. 법적인 판단이 서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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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가 개최됐다. 백 농민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중태에 빠져 304일째(12일 기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경찰의 불법적인 살수차 운용 등 공권력 남용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증인으로 나온 사건 당시 경찰청장 강신명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은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이 와중에 경찰은 야당 의원들이 두 경장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청문감사중간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끝내 응하지 않아 사건 진상 은폐에 앞장서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살수차 운영 요원들은 신변 보호를 이유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6개 일간지는 13일 자 지면에 모두 관련 보도를 내놨다. 그러나 보도의 질은 달랐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대한 6개 신문 보도(9/13)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대한 6개 신문 보도(9/1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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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청문회의 핵심 쟁점과 새롭게 밝혀진 사항을 보도하는 대신, 청문회에서 '여야의 설전'이 있었음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가장 황당한 것은 사진 기사 1건이 전부인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사진기사/물대포 청문회… 野의원 "사과하라" 강신명 前경찰청장 "못한다"> (9/13, 12면, 이덕훈 기자)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증인선서 모습을 실었다.

"강신명(오른쪽)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 사건과 관련해 청문회에 출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의 CCTV영상을 공개하면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했으면서도 사용보고서에는 곡사했다고 적어놓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청장은 '보는 기준에 따라 경미하게 (분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사안을 두고 경찰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과를 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도 거절했다."

사진기사 설명으로는 다소 긴 이 글이 조선일보가 백남기 청문회에 대해 언급한 유일한 부분이다.

동아일보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소개하는 대신, '과잉진압'과 '폭력집회'의 대결 구도로 청문회를 소개하며 결국 여야의원이 '공방'만을 벌이다 청문회가 끝났다는 점을 부각했다. <강신명 "시위현장서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는 부적절">(9/13, 12면, 박훈상 기자, http://goo.gl/QbWgMM)에서 동아일보는 "여야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벤트식 공방'만 벌이다 허무하게 끝냈다"며 '과잉진압'이라는 더민주 의원의 주장을 소개하고, "폭력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살수한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연이어 소개했다.

중앙일보 역시 여야 의원들의 공방에 집중했다. <더민주 "경찰, 살수차 사용 내역 허위 보고" 강신명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는 부적절">(9/13, 10면, 윤정민 기자, http://goo.gl/wXliMq)에서 중앙일보는 "불법시위로 인해 부상을 입은 경찰관도 많은데 집회·시위를 신고한 책임자들이 이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느냐"며 집회 주도자들을 비판한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백씨를 쓰러뜨린 충남 9호 살수차의 사용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강 전 청장은 '상황이 모두 다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는 강 전 청장의 '변명'으로 마무리된다.

한 명의 노인이 '위협적'이라며 물대포를 쏘아댔던 경찰이 '폭력집회'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 설령 집회 자체의 폭력성이 두드러졌다고 해도, 그것이 살수차 운용 지침을 무시할 근거를 마련해주지는 않는다. 상식적 인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런 수준 미달의 주장과 책임자의 무책임한 변명이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 여부와 위험성 등의 중대한 의혹 제기와 같은 가치를 지닌 것인 양 나란히 보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전혀 층위가 다른 주장들을 싸잡아 '공방'이라 격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변명''공방' 부각한 조·중·동, 의혹에 초점 맞춘 경향·한겨레·한국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경찰, 부상자 발생에도 무차별 물대포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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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 전 청장 등의 사과가 없었다는 것뿐 아니라, 청문회를 통해 불거진 각종 의혹과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경향신문은 <물대포 맞은 농민 사경 304일째 국회 나온 강신명, 끝내 사과 거부>(9/13, 6면, 고영득·노도현 기자, http://goo.gl/5KMrvg)를 통해 경찰이 백씨에게 초기부터 직사살수를 했다는 점, 사건 당시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지역 모든 경찰서장들이 16시간 이상 지역 현장을 비우는 등 청와대에 대한 과잉 경비에 나섰다는 의혹, 백남기 농민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241㎏f(킬로그램중)에 달한다는 점, 경찰이 사건 초기 작성한 청문감사보고서 제출을 거부했다는 점 등을 모두 지적했다.

<사설/백남기 청문회 경찰의 책임을 묻다>(9/13, http://goo.gl/Sjrmol)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건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라며 "정권은 일부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적 진압을 정당화하려 하는 모양이나 타당하지 않다. 폭력행위가 일부 드러났다고 집회 전체를 폭력집회로 취급해선 안되며, 해산 시에도 평화적 참가자들에 대해선 물리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인권기준"이라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가장 큰 상용차 엔진보다 큰 힘으로 머리 강타한 것>(9/13, 10면, 김원철 기자, http://goo.gl/JhC1kE)에서는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의 위력 수준을 상세히 전달했으며, <첫 투입요원이 물대포 쐈다>(9/13, 10면, 김지훈 허승 고한솔 기자, http://goo.gl/Awkeah)에서는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 여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 조작 의혹, 공권력 남용, 책임자의 사과 등을 항목별로 상세히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중태 304일 만에 '백남기 청문회'… 강신명 "인간적으론 사죄드린다">(9/13, 6면, 전혼잎 기자, http://goo.gl/6GVsDA)에서 강 전 경찰청장의 사과 문제와 경찰의 과도한 대응, 살수차 사용보고서 조작 등의 문제를 야당 의원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했다.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은 그 뒤에 절반 이하의 비중으로 다뤄졌다. 사설 <백남기씨 쓰러진 지 300일 넘었어도 아직 사과 안하는 경찰>(9/13, http://goo.gl/lD4c1t)에서는 "경찰 주장대로 당시 집회가 폭력적이었다 해도 그 때문에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강 전 청장을 비판하고,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촉구했다.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모니터 기간 : 2016년 9월 13일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태그:#민언련, #백남기 청문회, #강신명, #구은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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