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자신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설은>을 발표한 강백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기도 하며, 지난해 11월 <사축일기>란 산문집을 발표한 작가다.
대학생 시절 취업경쟁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이 그나마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길을 택했다는 강백수.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겸 작가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2013년 솔로 뮤지션으로 첫 정규음반을 공개한 후 3년 만에 앨범을 선보인 그는 서른이 되고 싶었던 2016년, 여전히 설익은 자기 자신과 고단한 삶을 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노래들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최신 트렌드를 음악으로 잘 표현해 내는 뮤지션보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강백수를 지난 10일 오후 합정동에 있는 카페에서 직접 만났다.
- 3년 만에 정규 음반을 선보였다. 소감과 반응은 어떤 것 같나?"1집을 냈을 때 '과연 2집도 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막상 두 번째 음반을 내고 나니 '내가 아직 음악인의 생활을 하고 있구나!'란 안도감과 자신감이 생겼고, 3집과 4집 앨범 발표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것 같다. 공개된 후 반응이 뜨거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웃음) 이전 작품보다 '나아졌다, 좋아졌다'란 말들을 해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점은 있기 마련이다."
- 작년과 재작년 발표곡이 많지 않았다. 이번 앨범을 위한 일련의 준비 기간이었나?"지난 정규 앨범을 현 소속사에서 내고 2014년과 15년, 다른 레이블로 옮겨 활동을 시도했다. 좀 더 상업성을 띤 대중친화적인 곡들을 발표하고 싶었던 게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려 했던 방향성과 어긋나가고 있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고, 1집 앨범에 담긴 곡들이 강백수가 싱어송라이터로서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는 음악의 토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북금곰사운드(현 소속 레이블 명)로 다시 돌아와서 두 번째 앨범을 내게 됐고,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물론 2년간 라이브 활동도 꾸준히 했고, 두 번째 앨범을 위한 곡 작업도 계속 병행했었다."
- 앨범제목 <설은>이 나이 서른 살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그렇다. 스물 살 때부터 서른 살이 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었는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었을 때 그 나이가 되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올해 서른 살이 되고 보니 여전히 나는 어른이 아닌 아이이고, 설익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웃음) 그런 이유로 앨범제목 <설은>은 '설익은 서른의 나'란 의미를 갖고 있다.
- 그렇다면 서른이 된 2016년, 어떻게 지내 왔나?"내가 여전히 애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능숙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점이 라던가 1집 앨범 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공부해야 할 것도 여전히 많다. 부족한 부분을 매일 발견하고 있다."
- 음악인으로서 세상에 소개된 곡들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내려 본다면?"프로음악인의 길을 내딛기 위해 시작단계에서 대다수가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완성된 모습으로 대중음악계에 등장하는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이나 실용음악과 출신 가수들도 학부에서 탄탄한 기초를 다져 실력을 제대로 드러낸다고 본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음악적으로 아무 것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뜸 노래를 발표하고 앨범을 내왔고 라이브 활동을 펼쳐왔다. 곡을 만들어 들려주는 음악인으로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고 뒤늦게나마 노력을 기울여왔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구분할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 새 앨범 수록곡들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은 어땠나?"가이드나 데모, 편곡 작업 중 작품의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거의 없다. 이제는 곡또는 앨범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신기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완성은 했지만 곡 녹음이나 믹싱 작업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은 뮤지션이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일 것이다. 이번 앨범 완성 과정 중 어려웠던 부분은 '어느 시점에서 '타협'을 하느냐'이었다."
-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데, 이번 앨범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나?
"음악활동 초창기였던 20대 중반 이후 몇 년간은 내 이야기를 노랫말과 멜로디로 담아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나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된 친구들과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직장 또는 직업을 갖거나 갖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그들 앞에 놓여있는 삶의 현실을 솔직담백하게 음악으로 이해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 1, 2집 앨범을 들어보니 뮤지션이 살았던 그 시기를 노래로 담은 것 같다"그렇다. 첫 번째 정규 앨범에서는 스물일곱 살 때, 이번 음반에서는 서른 살의 나 또는 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나갔다. 쉰 살, 예순 살이 되어서도 음악인의 삶을 계속 산다면 내 작품 방향성은 지금과 똑같을 거다."
- 뮤지션이 되는데 영향을 준 음악인이 있나?"당연히 있다. (웃음) 먼저 주위에서 내 음악을 듣노라면 달빛요정만루홈런을 떠올리게 된다고 하신다. 그분의 솔직함을 정말 좋아한다. 사춘기 시절 참 많이 즐겨 들었다. 그리고 내겐 당돌함으로 다가서는 신해철님의 음악, 김현식님과 김광석님의 처연한 음성도 닮고 싶다. 너무도 존경하는 음악인들이다."
- 작가(시인)로 활동하는 것이 음악 활동을 하는데 장점이 많을 듯하다"내게 모든 창작활동이 도피처 역할을 해준다. 멜로디 악상이 잘 안 떠오를 때가 되면 산문이나 시를 쓰기도 하고, 글쓰기에 어려움이 느껴지면 곡을 만들거나 여러 기존음악을 들으며 심신을 달랜다. 이 모든 것이 다 싫증날 때 대학원에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웃음) 장점을 예로 들자면 이번 앨범 타이틀 곡 '24시 코인 빨래방'과 수록곡 '와일드 사파리'는 먼저 시로 발표한 경우고, 2번 트랙 '오피스'는 작년 11월에 발간했던 산문집 <사축일기>를 쓰는데 영감이 된 노래다."
-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뮤지션과 음악작업을 함께 하고 싶나? "선배 음악인 양희은님 과의 콜라보 작업을 꿈꾼다. 목소리에서 투영되는 진솔함, 내가 감히 가질 수 없는 깊이는 감동 이상으로 다가온다. 후배 뮤지션들과 음악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한 곡 녹음을 완성하기 전 음악에 대한 많은 대화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탄생될 것 같다. 그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 음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여러 TV예능프로그램 시청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음악예능도 마찬가지인데 기존에 발표된 곡들을 불러야 하는 프로그램 출연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무한도전 가요제>처럼 창작곡을 만들어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있는 프로그램 출연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이번 앨범 활동 계획은?"3집 정규 음반이 발표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거다. 강백수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이 주어진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찾아갈 생각이다."
-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찾아오고 요즘 특히 많은 분들이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힘들었던 시절, 강백수란 뮤지션이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많은 이들의 동반자로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