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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중국에서 짝퉁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에 이어 이번 회에는 중국 사람이 시장에 범람하는 가짜 제품을 어떻게 구별하고 대처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기자 말

정품을 증명하는 방법

한국 백화점이나 서울 명동 상점 그리고 공항 면세점에서 한국 제품을 사는 중국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팔리는 제품 매출액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관광 목적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은 정작 본인이 필요로 하는 적은 수량의 물건만을 사기 때문에, 이들이 사는 수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중국 사람이 한국 제품을 많이 살까요?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는 중국 사람은 중국에서 한국 물건을 파는 개인이거나, 한국에서 회사에 다니는 중국 직장인과 대학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입니다. 이들은 본인이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기 위해 또는 알고 지내는 사람의 부탁으로 물건을 사기 때문에, 한 번에 사는 물건 수량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물건 구매 방식을 중국에서는 대구(代购), 중국 발음으로 '따이꼬우'라고 합니다.

중국 사전에, '따이꼬우'(代购)란 '어떤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사는 지역에 해당 물건이 없거나 가격이 비쌀 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원하는 물건을 다른 지역에서 대신 사 주기를 부탁하여 물건을 사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중국 '따이꼬우'(代购) 상인은 물건을 사기 위해, 한국뿐 아니라 홍콩·마카오·대만·미국·일본·프랑스도 자주 방문합니다.

얼핏 보면 한국 보따리상(중국이나 일본에 자주 다니면서 양국의 물건을 운반하여 상인에게 넘겨주는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만 하는 일은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 보따리상이 물건을 대신 운반해 주는 사람이라면, 중국 '따이꼬우'(代购) 상인은 고객에게 물건을 주문받아, 대신 구매해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중국 백화점과 상점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한 제품을 판매하지만, 중국 사람은 이런 상점에서 파는 수입 제품을 믿지 않습니다. 수입 사업자가 제품을 항구에서 통관한 후 중국 내륙 운송 과정에서, 도매상이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물류 과정에서, 소매상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과정에서 가짜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이꼬우' 상인이 판매하는 물건 가격이 중국 상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5배 이상 비싸지만, 중국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따이꼬우' 물건을 삽니다. 이런 중국 시장 구조 덕분에,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한국은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는 '따이꼬우' 상인이 취급하는 제품도 정품이라고 100%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따이꼬우' 상인은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을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물건을 팔기 전에 여러 가지 증빙 자료를 준비합니다.

위에서부터 여권 출입국 날짜, 한국 가계 앞에서 그리고 구매 영수증.
 위에서부터 여권 출입국 날짜, 한국 가계 앞에서 그리고 구매 영수증.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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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본인이 한국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권에 찍힌 한국 출입국 날짜 사진과 한국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을 찍은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매 영수증 사진을 보여줍니다.

구입 제품과 외국인등록증.
 구입 제품과 외국인등록증.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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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에 유학하며 '따이꼬우'(代购) 일을 하는 대학생은 구입한 제품과 한국 정부 발행 본인 외국인등록증 사진을 찍어 한국에서 직접 샀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따이꼬우'(代购) 일도 쉬운 게 아닙니다.

가짜 제품이면 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

다음은 가게에서 직접 물건을 파는 상인은 어떻게 자신이 취급하는 제품이 가짜가 아닌 진짜인지 광고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품 용기 표면에 붙인 정품(正品) 스티커.
 제품 용기 표면에 붙인 정품(正品) 스티커.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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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제품 용기에 자신만의 별도 스티커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한다면, 한국 화장품 용기 표면에 정품(正品)이라고 인쇄된 스티커를 붙여 제품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자신이 만든 인쇄물을 추가했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반품, 교환해 준다는 말도 하지요.

중국 상가를 걷다 보면 상점 간판 아래 광고물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물은 대부분 제품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신뢰를 보증하는 문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10배 보상 (假一陪十)과 10만 배 보상 (假一陪十万).
 10배 보상 (假一陪十)과 10만 배 보상 (假一陪十万).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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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광고 문구는 가이배십(假一陪十)으로 '내가 파는 물건이 가짜면 10배를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어떤 상점은 이런 문구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는지 가이배십만(假一陪十万) '물건이 가짜면 10만 배를 보상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이런 부류의 비슷한 문구에 식상했다고 판단해서인지, 좀 더 과격한 내용도 있습니다. 가화살수(假货杀手) '내가 파는 물건이 가짜면 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목숨을 걸겠다는 문구도 나올지 모릅니다.

가짜면 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 (假貨?手)
 가짜면 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 (假貨?手)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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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광고 내용으로 새로운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점을 운영하는 중국 상인은 단골손님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단골손님은 이미 거래를 통해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 상점은 단골손님에게 가격할인 외에 추가 사은품 제공 등 여러 편의를 제공합니다.

한국에서 단골손님은 '늘 정하여 놓고 거래하는 손님'을 말합니다. 중국에서 단골손님은 노객호(老客户)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가게를 방문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 단골손님 기준은 얼마나 자주 거래했는지인데, 중국에서 단골손님 기준은 얼마나 오래 거래했는지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이나 장사를 하면서 단골손님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장사를 시작할 때,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운용 방법이 한국 사람과 비교해서 극단적일 정도로 보수적입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초기 투자비용은 보유 자본의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기간 동안의 운영자금으로 남겨놓습니다.

중국 친구에게 물어보면,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 3년은 이익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답니다. 적어도 3년은 지나야 단골고객을 확보해 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중국에는 '칼을 가는데 10년이 걸린다(十年磨一剑)'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중국에서 치고 빠지는 장사 방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판매 자격을 가지고 있다

중국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중국 소비자에게 정품(正品)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인터넷쇼핑몰에는 쇼핑몰 운영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가지고 정품(正品)만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습니다.

수권서(收??)
 수권서(收??)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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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중국 인터넷쇼핑몰에서 정품(正品)을 광고하는 방법으로 수권서(收权书)가 있습니다. 수권서(收权书)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상이, 어떤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그래서 이런 수권서(收权书)가 있는 쇼핑몰 운영자는 당연히 수권서를 스캔해서 쇼핑몰 화면에 띄워 홍보합니다. 중국에서는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쇼핑몰에서 수권서 없이 수입 제품을 판매하면, 해당 제품 수권서를 가진 사업자가 판매 중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기함점(旗?店) 표시는 이미지 왼쪽 위에 있다.
 기함점(旗?店) 표시는 이미지 왼쪽 위에 있다.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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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기함점(旗舰店) 제도가 있습니다. 기함점(旗舰店)이란 한국의 대리점이나 가맹점처럼, 제품 제조 회사로부터 해당 제품을 일정 지역이나 공간에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 운영자는 '기함점'이라는 사실을 광고합니다. 위 그림은 한국 화장품 회사 '더페이XX'로 부터 중국 내 판매 권한을 받은 중국 인터넷쇼핑몰 화면입니다. 사진 왼쪽 위에 기함점(旗舰店)을 표시하여 정품(正品)임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아래 관방(官方) 표시가 있다.
 아래 관방(官方) 표시가 있다.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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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관방(官方) 제도가 있습니다. 관방(官方)이란 원래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중국 인터넷에 가짜 홈페이지가 많아서, 국가기관이나 기업이 정식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라는 걸 증명해 주는 제도로 발전했습니다. 위 그림은 중국 청도맥주 검색 화면입니다. 사진 아래에 청도맥주 회사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라는 걸 확인해 주는 관방(官方)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역직구'가 유행합니다. 역직구란 해외 소비자가 한국 내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형태의 거래 방식입니다. 중국 소비자가 한국 인터넷쇼핑몰을 검색한다면, 당연히 수권서(收权书), 기함점(旗舰店), 관방(官方) 여부를 확인합니다.

일본 혼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한국 기업이 제조한 제품이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어 잘 팔리게 되면,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회사가 한국 기업 회사명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모방 제품을 만듭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일본 혼다 회사 제품의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혼다는 중국에 혼다중국(本田中国) 회사를 설립하고 영어 HONDA(혼다) 상표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생산해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합니다.

혼다(HONDA) 오토바이가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자, 중국 오토바이 생산회사가 홍따오토바이회사(宏达摩托车有限公司)를 만들어 HONGDA(홍따)(宏达) 상표를 등록하고 제품 외양이 비슷한 오토바이를 생산합니다. 상표를 비교해 보면 HONDA(혼다)와 HONGDA(홍따)로 중간에 영문자 'G'가 첨가됐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상표는 아닙니다.

혼다(HONDA) 자동차가 중국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자, 중국 장안자동차회사(长安汽车)가 HONOR(혼울)(欧诺) 상표를 등록하고 제품 외양이 비슷한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상표를 비교해 보면 HONDA(혼다)와 HONOR(혼울)로 마지막 영문자 두 개가 비슷한 발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상표는 아닙니다.

왼쪽은 HONGDA(홍따) 오토바이, 오른쪽은 HONOR(혼울) 자동차.
 왼쪽은 HONGDA(홍따) 오토바이, 오른쪽은 HONOR(혼울) 자동차.
ⓒ 바이두,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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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다 회사는 중국 내수시장에 비슷한 외양을 가진 모방 제품이 유사한 상표로 판매돼 분명히 손해를 봤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혼다 회사는 중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얻었습니다. 혼다 제품이 유명해지자, 중국 소비자가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생산된 혼다 제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혼다 제품은 중국에서 각기 다른 세 개의 시장에서 팔립니다. 첫 번째는 일본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입한 혼다 제품을 판매하는 비싼 가격 시장, 두 번째는 중국 혼다 공장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중간 가격 시장, 마지막으로 중국회사에서 유사 상표로 모방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가격이 싼 시장입니다.

1원의 가격에는 1원의 가치가 있다

중국에는'일원을 주고 산 물건은, 일원의 가치만 가진다'(一分钱,一分货)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적정가 이하로 구입한 상품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속지 마라'는 교육을 받은 중국 소비자는 진짜와 가짜 상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중국 소비자는 남에게 속아서 가짜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제 능력에 따라 비슷한 기능과 효능을 가진 모방 제품을 사는 겁니다.

모방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모방 제품은 계속 공급됩니다. 다만 중국 사람은 모방 제품이라 부르고, 다른 나라 사람은 가짜 제품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회에는 '무관심, 노인이 길에 쓰러져도 모른 체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About me] 20년 동안 봉급쟁이로 일하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에서 1년 정도 백수로 놀았습니다. 2006년부터 중국 사람과 무역 일을 시작했고, 3년 전에 돈이 될까 싶어 중국에 와 장사를 했지만 헛힘만 쓰다가, 지금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 학생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2014년 '한겨레신문 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화교실> 책을 출판했고, 2015년 고맙게도 '한우리독서논술'에서 제가 쓴 책을 논술교재로 채택해줘 인지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습니다.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사람, #중국생활, #중국이야기,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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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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