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월 11일. 고양시에 위치한 테마동물원 zoozoo(쥬쥬)를 찾았다. 한 동물단체에서 발표한 논평 '테마 쥬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대한 3억 손해배상 민사 소송에서 패소'라는 글에서 테마동물원 쥬쥬 내의 '복돌이'라는 오랑우탄의 안위를 알 수 없다'라고 한 글을 보고 해당 동물원 오랑우탄들의 실상 확인 차 방문한 것이다. 지난 3월 방문 후 6개월만이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기 오랑우탄 쥬랑이 하우스' 앞에 세워진 입간판이다. '오랑우탄 생태설명회는 동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라고 기재돼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테마동물원의 우탄이, 오랑이 등의 오랑우탄들이 관람객들 앞에 나서 '쇼'에 동원되어 많은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쥬랑이 하우스' 안에는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가 아기 오랑우탄 '쥬랑이'를 안고 있었는데 외부에서 창문으로 반사되는 강렬한 빛과 대조적으로 조명없는 하우스 내부로 인해 이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입간판에는 '오랑우탄 생태설명회는 동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라고 기재돼 있다.
▲ '아기 오랑우탄 쥬랑이 하우스' 앞에 세워진 입간판 입간판에는 '오랑우탄 생태설명회는 동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라고 기재돼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쥬랑이는 2015년 12월 3일 암컷 '오랑이'와 수컷 '복돌이' 사이에서 태어난 보르네오 순종 오랑우탄이다.
▲ 아기 '쥬랑이'를 안고 있는 '오랑이' 쥬랑이는 2015년 12월 3일 암컷 '오랑이'와 수컷 '복돌이' 사이에서 태어난 보르네오 순종 오랑우탄이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오랑우탄은 국제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 보호종으로, 오랑우탄을 비롯한 유인원은 복잡한 지적 능력과 감성을 갖고 있으며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비인간인격체"라고 한다. 오랑우탄 유전자는 인간과 96.4% 가량 일치하고, 그들은 '숲속의 인간'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과 유사하다.

잠시 야생 오랑우탄의 양육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야생의 오랑우탄은 고릴라, 침팬지 등 집단으로 새끼를 돌보는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다른 무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새끼를 양육하고 가르친다. 이들이 새끼를 독립시키려면 평균 5년에서 8년까지 걸리는데 동물들 중 홀로 새끼를 양육하는 기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야생에서는 새끼들에게 먹이 종류와 위치를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랑우탄 새끼는 숲 속의 먹잇감 지도를 암기하고 과일이 익는 시기도 알아야 한다. 그 외에도 잠자리를 짓는 방법 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오로지 어미로부터 교육받는다. 어미의 이러한 헌신적인 1:1 교육 덕분에 오랑우탄 어미와 새끼의 유대감은 남다르게 강하다고 한다.

앵무새 체험관 왼쪽으로 새롭게 '오랑우탄 종보존 센터'가 건립돼 있었다.
▲ 종보전 센터 앵무새 체험관 왼쪽으로 새롭게 '오랑우탄 종보존 센터'가 건립돼 있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종보전 센터 방사장에서 오랑우탄 복돌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 수컷 오랑우탄 '복돌이' 종보전 센터 방사장에서 오랑우탄 복돌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종보전 센터 건물 왼쪽의 방사장 작은 유리창 너머에서 슬픔이 짙게 묻어나는 검은 그림자를 마주했다. 바로 내가 안위를 확인하고자 했던 수컷 오랑우탄 '복돌이'다. '오랑우탄 파라다이스'에서 생활하던 복돌이가 종보전 센터로 이동해 있었던 것이다(현재 오랑우탄 파라다이스에는 원숭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복돌이는 방사장 내에서 창문을 손으로 쾅쾅 두드리기도 하고, 창문 하단에 있는 작은 틈으로 얼굴 또는 손과 발을 들이밀기를 반복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방사장내에서 창문을 손으로 쾅쾅 두드리고 있다.
▲ 복돌이 방사장내에서 창문을 손으로 쾅쾅 두드리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방사장에는 시멘트 바닥과 높이가 그리 높지않은 단조로운 구조물. 그리고 작은 풀장이 전부다.
▲ 방사장 전경 방사장에는 시멘트 바닥과 높이가 그리 높지않은 단조로운 구조물. 그리고 작은 풀장이 전부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갑자기 관람객들이 웅성거리며 성급히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관람객들의 특이한 반응으로 보아 오랑우탄 '복돌이' 또는 '오랑이'의 출현일 것이라 예상됐다. 관람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확인해보니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바로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였다. 오랑이의 품에는 아기 '쥬랑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입간판에 안내돼 있던 '생태 설명회' 시간이다.

분명히 입간판에는 '아기오랑우탄 톡 프로그램은 생태설명회로 동물이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어미 오랑이가 새끼 쥬랑이를 데리고 관람객들로 붐비는 외부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랑이는 매점에서 인파에 둘러싸인 채 사육사에 의해 '핫바' 하나를 얻어 먹고 이동했다. 오랑이가 북적거리는 관람객들과 만나야 했던 외출이 '생태 설명회'와는 상관이 없었다. 관람객들이 우르르 몰려 그의 뒤를 따랐다.

인파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오랑이는 시종일관 두 발로 서서 직립보행을 하고 있다. 중간에 힘겨운 듯 잠시 주먹으로 땅을 짚었지만 곧 사육사에 의해 다시 일으켜 세워졌다.

동물원 관람객들이 갑자기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 관람객들 동물원 관람객들이 갑자기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사육사의 손에 이끌려 매장에서 '핫바'를 얻어 먹고 있다.
▲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 사육사의 손에 이끌려 매장에서 '핫바'를 얻어 먹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오랑이가 아기를 안은 채 관람객들 사이에서 이동하고 있다.
▲ 오랑이 오랑이가 아기를 안은 채 관람객들 사이에서 이동하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오랑우탄 오랑이가 두발로 서서 직립보행을 하고 있다.
▲ 오랑이 오랑우탄 오랑이가 두발로 서서 직립보행을 하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야생의 오랑우탄은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지내며 땅에 내려오는 일이 거의 없다. 간혹 땅에 내려 와 이동할 때에는 주먹을 바닥에 대고 걷는 '너클 보행'을 한다. 사진과 같은 오랑이와 복돌이의 직립보행은 인위적으로 강제된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사육사가 아기 오랑우탄을 안고 있는 어미 오랑이의 머리털을 뿔처럼 양쪽으로 갈라 세우고 관람객들 앞에서 입술을 까뒤집는 행위를 선보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오랑이가 새끼를 낳기 전 쇼에 이용당할 당시에도 늘상 이뤄지고 있던 행위이다. 사육사는 이것을 '예쁜 짓'이라고 표현했다.

사육사가 아기 오랑우탄을 안고 있는 어미 오랑이의 머리털을 뿔처럼 양쪽으로 갈라 세우고 관람객들 앞에서 입술을 까뒤집는 행위를 선보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 오랑이 사육사가 아기 오랑우탄을 안고 있는 어미 오랑이의 머리털을 뿔처럼 양쪽으로 갈라 세우고 관람객들 앞에서 입술을 까뒤집는 행위를 선보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 강현희

관련사진보기


예기치 못했던 '오랑이'의 외부 출현으로 나는 동물원측에 두 가지 의문을 확인해야 했다.

첫째. 아기 오랑우탄 쥬랑이 하우스 앞 입간판에는 '아기오랑우탄 톡 프로그램은 생태설명회로 동물이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와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 지난 2016년 2월 16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무분별한 '잡종', 동물원이 이상하다'에 대한 사실 확인이다. 나는 해당 기사를 읽고 쥬쥬 동물원 오랑우탄들의 복지와 처우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물을 위한 행동'과 동물단체 케어는 동물원 측에 복돌이와 오랑이가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가 더 이상 없도록 요청했다. 현재 테마동물원 쥬쥬는 오랑이와 아이가 살아갈 집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그 전시관은 기본적으로 관람객과 거리를 둔 전시관의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이제 관객들은 오랑이가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질문에 동물원 관계자는 입간판 안내 글은 '담당 사육사가 자리에 없을 때를 말하는 것'이라 했다. 생태설명회 시간에 담당자가 자리가 없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담당자가 있는 시간에는 항상 오랑이와 새끼 쥬랑이가 외부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굳이 입간판에 안내 문을 써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동물원 관계자의 해명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 동물원 관계자는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동물원측 관계자는 '오랑이'가 야생 오랑우탄과는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동물원에서 십년 넘게 살아온 동물이니 생활 방식이나 습성이 야생 오랑우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의 답변을 듣고 있자니 그렇다면 센터까지 건립해 연구한다는 이들의 '종 보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에게 그에 관해 질문을 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복돌이를 데려와 새끼를 낳게 했으니 그게 종 보전이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답변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우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학자이자,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주체크 캐나다 설립자인 '로브 레이들로'는 그가 전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탐방한 슬픈 기록을 담은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동물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번식 프로그램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유용한 보전 방식이 아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부분 동물원에 전시할 동물을 얻기 위해서 운영할 뿐이다."

국내 9개 주요 동물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여 '고등학생의 국내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쓴 최혁준씨는 그의 저서를 통해 "단순 번식은 종 보전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개체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극히 드물고, 또한 그 사례가 해당 종의 보전에 실제로 '도움'을 준 경우는 더더욱 드문 상태에서 단순 번식은 오히려 그 종의 '전시를 연장' 혹은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모든 생물종에게는 각자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종의 보전이라 하는 것은 외형과 유전자 뿐 아니라 이들의 습성과 행동 양식 모두를 반영한 '문화' 또한 함께 보전되어야 진정한 '종의 보전'이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로 동물원 관계자의 답변이나 대응은 동물원 내 동물들의 복지나 처우만큼이나 실망스럽고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태그:#동물원, #오랑우탄, #동물학대, #테마동물원, #종보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