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혜령이 오는 10월 돌아온다. '혜령표' 슬픈 팝 발라드로. 혜령은 "하던 음악 그대로 하자는 결정이 났다"며 "예전 내 노래 그대로, 솔직하게 슬픈 감정을 이야기한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아래 <슈가맨>)에 나와 본격적으로 컴백을 알린 가수 혜령을 만났다.

<슈가맨> 출연 "꼭 하고 싶었다"

 가수 혜령이 9일 오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수 혜령이 10월 돌아온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혜령을 만났다. ⓒ 이정민


"노래방에서 부르는 분들은 꼭 부르는 노래 중에 하나에요."

유희열은 JTBC <슈가맨>에 나온 혜령의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가수 옴므(이창민, 이현)는 "'밥만 잘 먹더라'가 남자의 이별 노래라면 혜령이 부른 노래는 여자의 이별 노래"라고 거들었다. 슬픈 이별을 경험한 여성이 노래방에서 익숙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

그래서 수식어도 있다. '실연 전문 가수', 혜령에게는 이 말이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대표곡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2003)과 '바보'(2003), '반지하나'(2007)가 모두 헤어진 이후의 감정을 담은 곡이기 때문이다.

- 올해 10월 어떤 곡으로 돌아올지 살짝 언급해달라.
"원래 불렀던 스타일의 슬픈 팝 발라드는 당연히 있고 거기에 미디엄 템포로 경쾌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도 넣었다. 요즘 분위기에 따라가는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 요즘은 예전 가수들의 옛날 노래도 많이 사랑받고 있지 않나. 어설프게 요즘 분위기 따라가는 음악은 하지 말자는 결정이 났다. 물론 하고 싶은 건 많다. 대중들에게 다시 '제가 나왔어요, 발라드 들고 나왔어요'라고 말을 건 후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 확실히 아이돌이 많아졌다. 이 무대에 '여자 솔로 가수'로 다시 선다는 부담감 같은 건 없나?
"부담이 이만큼 (혜령은 손을 들어 크게 원을 그렸다) 있다! 어떻게 없을 수 있나. (웃음) 사실 음악을 쉬지는 않았다. OST 등 음원 작업을 많이 했고. 그런 건 있다. 2000년대 동시대에 노래했던 린이나 거미 같은 친구들 보면 아직도 활발하게 밖에서 활동하지 않나. 약간 부담이 되더라. 저 친구들은 저렇게 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도 빨리해야 하지 않나."

 가수 혜령이 9일 오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슬픈 여성이 이별을 경험하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 그것이 대중들이 혜령에 기대하는 노래가 아닐까. ⓒ 이정민


- 그런데 <슈가맨> 방송(5월 17일) 이후에 소식이 좀 뜸했다. 궁금해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다. 성대가 다쳐서 <슈가맨>도 고민을 했다. 성대가 좋지 않아 라이브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도 치료받고 있다. <슈가맨>에 나오자마자 급하게 앨범을 만들면 이슈는 되겠지만, 그 상태로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치료에 집중하고 바로 가을에 활동할 계획이다. '애쓰고 있다.' 어깨에 짐이 이만큼 있다. 가수가 보여줄 게 노래밖에 없는데 성대 때문에 몇 달째 치료를 받고 있으니까. 회복될 수 있다고 하니 빨리 라이브도 해야지."

- 다시 컴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슈가맨> 때문일까?
"앨범 계획은 전부터 있었다. 분명 '나 같은 발라드 가수나 예전에 노래하던 사람들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난 좀 아니지 않나'하며 방황도 했다. 그런데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도 생기고 예전 곡을 찾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다시 관심을 가지더라.

그래서 지금 분위기라면 앨범을 내고 어쩌면 내 노래를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겠다 싶어 앨범 작업을 하게 됐다. 임창정 선배님도 자기 스타일의 노래로 나오는 데 다들 좋아하지 않나. 예전 노래에 대한 향수?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고. <복면가왕>이든 <판타스틱 듀오>든 <듀엣 가요제> 등 많다. 그래서 용기를 다시 낼 수 있게 됐다. 노래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물론 춤도 시키면 한다. (웃음) 시키면 합니다!"

- <슈가맨>을 보니 정말 춤도 잘 추더라. '어깨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어렸을 때는 춤을 잘 췄다. 연극영화과로 진학한 이유가 춤하고 노래는 잘하는 것 같으니, 연기를 배워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경을 했다. 학교생활을 하다가 가수 제의를 받아 시작하게 돼 뮤지컬 쪽을 못 해봤다. 나 정말 운이 없나? 싶었다. 작년에 대형 뮤지컬을 한 차례 하려 했는데 3개월 동안 연습도 하고 그런데 엎어졌다. 그래서 공연도 못 하고 연습만 하다가 성대를 다쳤다. 고생을 많이 했다."

-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 어떤 말이 제일 듣고 싶을까?
"사실 앨범 리뷰 댓글 다 본다. 내 입으로 이야기하긴 좀 그렇지만. (웃음) 예전에 내 노래를 듣던 사람들이 다시 내 노래를 듣고서 '역시 혜령 누나 목소리 좋아요' '예전에 목소리 좋아했는데 다시 들으니 좋네요' 같은 반응. 어쨌든 기다렸고 반갑다는 거잖나.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제가 노래 진짜 많이 들었는데 반가워요, 노래 계속해주세요'와 같은 그런 반응이 제일 좋다."

혜령의 '이별을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

 가수 혜령이 9일 오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슈가맨>에 나오고 바로 앨범을 내면 화제는 되겠지만 제대로 준비해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정민


'실연 전문 가수'에 실연을 물었다. 어떻게 해야 극복이 가능하냐고. 혜령은 "감정의 밑바닥을 쳐야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슬픈 노래도 많이 들어야 한다"고.

- 슬픈 일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건….
"경험이 많다는 것. 실연의 아픔이 많다는 거다. (웃음)"

-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한다.
"확실한 건 경험이 없으면 노래를 못한다. 연기하는 거지. 내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노래를 하면 노래도 사실이 되더라. 2집까지는 막 사랑이 슬퍼 녹음을 했다기보다 '나는 슬프다'고 암시를 하며 연기를 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3집 노래 '반지하나'를 녹음했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었는데, 그러니 연기할 필요가 없더라. 작곡가 오빠가 '무슨 일 있냐고 왜 이렇게 잘하냐고'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음이 됐다. 녹음하다 울었으니까. 쥐어짤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지금 너무 슬퍼 가사가 콕콕 박히는데. 한 번쯤 아파보고 힘들어 본 경험이 있어야 진심으로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건이 충분하다. 실연을 하도 많이 당해서. (웃음) 굉장히 여려서 상처를 받으면 몇 달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제 살다 보니 슬픈 노래는 쿡 찌르면 나온다. 즐거운 노래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 실연을 경험하고 혜령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도 슬프고 힘들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치유한다. 슬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애써 밝은 척할 필요 없다. 슬픈 노래 들으면서 펑펑 울고 정말 내 감정의 바닥을 '딱' 쳐야 올라온다. 슬픈 이별을 해 힘든 사람들은 내 노래를 비롯해 슬픈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감정에 빠져 많이 울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이 바닥을 쳤구나!' 할 때까지 슬픔을 경험하고 그다음에 밝은 노래를 들으면서 '으쌰으쌰' 하는 게 낫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분명! 시간이 약이다. 그 이후에 점점 나를 찾아가면 슬픔은 극복될 거로 생각한다. 내가 그렇듯."

 가수 혜령이 9일 오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는 분명 시간이 약이라 믿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혜령. 숱한 이별을 경험한 그이니 그 말 또한 믿어볼 수 있을 것 같다. ⓒ 이정민



혜령 팝발라드 실연 슈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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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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