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결>의 한 장면.

영화 <대결>의 한 장면. ⓒ 스톰픽쳐스코리아


잠시 잊었거나 혹은 애써 새로운 걸 찾았거나. 홍콩영화 부흥기를 어깨 넘어 누렸던 많은 영화팬들은 이제 물 건너 온 필름을 굳이 보지 않아도 양질의 작품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장르의 다양성을 넘어 이제 한국영화는 이웃의 중국 및 동남아 등에서 부러운 눈으로 볼 정도의 질적 수준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련해지는 추억이 없어지진 않는다. 특히 연휴 때면 등장하던 액션스타 성룡의 영화들은 동네를 술렁이게 할 정도였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대결>의 신동엽 감독이 그때의 추억을 품고 '제대로' 판을 벌였다.

대결을 위한 <대결>

'리얼현피액션'이라는 홍보 문구에서 예상할 수 있듯 <대결>은 철저히 장르 영화를 지향한다. 현실 세계에서 싸움의 고수들이 실제로 돈을 걸고 결투한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영화는 쿵푸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무술을 담아낸다. 그 중에서도 묘미는 바로 '취권', 그렇다. 우리가 열광한 성룡의 그 취권이다.

부도덕한 CEO 싸움꾼의 일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형(이정진 분)의 복수를 위해 취권의 달인 황 노인(신정근 분)을 찾아가 무술을 전수받는 풍호(이주승 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영화는 만년 취업준비생에 매번 싸움질이나 하러 다니며 '루저'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20대 청년의 눈으로 세상과 기성세대를 바라본다. 경쾌한 리듬감의 무술과 함께 나름 진지한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권선징악'과 '내면의 깨달음'을 전하기 일쑤였던 과거 홍콩 무술 영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8일 언론 시사회 현장에 참석한 신정근이 "어렸을 때 어디선가 봤던 영화를 용기 내 찍었다"던 말에서 알 수 있듯 <대결>은 여러 액션영화에서 봐 온 익숙한 장면을 오마주했다. 다만 그게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유년 시절부터 꿈꿔왔던 영화의 집약체"라고 말한 신동엽 감독이 허술하지 않게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연출한 덕도 있겠지만, 배우들이 저마다 캐릭터를 충실히 해낸 덕도 크다. 

사실 <내 사랑 싸가지>로 평단의 주목을 받다가 이후 발표한 근작 <응징자>(2013), <치외법권>(2015) 등에서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신동엽 감독에 대한 의구심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기자 간담회에서 "취권 영화를 만든다니 주위에서 흥행이 안 되니까 막나간다. 미쳤냐"는 말도 들었다"며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소재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걸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견자단, 성룡 등 고수에게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적절한 균형감

 영화 <대결>의 포스터.

영화 <대결>의 포스터. ⓒ 스톰픽쳐스코리아


허풍이 아니었다. 그간 한국 코미디 액션 영화의 약점 중 하나가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마냥 웃기기 위해 군더더기 설정을 넣는 거였는데 <대결>은 그 유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워보였다. 주인공 풍호에게 과도한 캐릭터적인 짐을 지우지도 않았고, 악역 한재희(오지호 분)도 과한 설명 없이 깔끔하게 표현됐다. 

취권을 익히기 위해 고생한 배우들의 노고가 빛난다. 신정근과 이주승은 실제 취권 전수자에게 무술을 배웠고, 수개월 간 액션 스쿨을 함께 다니며 호흡을 맞췄다. 말 그대로 신구의 조화다. "당시 다른 드라마나 영화 팀들은 멋있게 칼 액션을 배우는데 우린 휘청거리고 있었다. 부끄럽기도 했다"고 한 이주승의 고백이 재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억지 설정이 많이 없기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난다는 것도 <대결>의 미덕일 것이다. 그리고 1980년, 1990년대 활약한 우리 무술 배우들의 뒷이야기도 잠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성세대들에게 소구할 만하다. "실제 <취권>에서 악당으로 출연한 황정리 선생을 모티브로 삼았다"던 신동엽 감독의 말이 반갑게 들린다.

추석 시즌이면 나오던 코미디 액션물이 그리운 이들에겐 더 반가울 작품. 다만 영화 보고 술이 급 당길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한 줄 평 : 깔끔한 코믹 활극으로써 손색없다.
평점 : ★★★☆ (3.5/5)

영화 <대결> 관련 정보


감독 : 신동엽
출연 : 이주승, 오지호, 신정근, 손은서, 이정진
장르 : 액션 드라마
제공 : 스톰픽쳐스코리아
제작 : 휴메니테라픽쳐스
공동제작 : 컴퍼니에이이엔티
배급 : 스톰픽쳐스코리아, 더콘텐츠온
개봉 : 2016년 9월 22일



대결 이주승 추석 신정근 오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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