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포스터.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포스터. ⓒ KBS1


"KBS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드라마 극본을 이순신 장군이 썼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지난 3일 첫 방송 된 <임진왜란 1592>의 대본은 이순신 장군이 실제 작성했던 장계(신하가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쓴 장계에는 장군부터 노를 젓는 백성들까지 전투에 참전한 모든 백성의 이름과 전공이 적혀있다고 한다.

그래서 <임진왜란 1592>의 김한솔 피디는 드라마 주연부터 단역까지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과거에 실제로 살았던 백성들의 이름을 주었다. 김한솔 피디는 말한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이순신 장군이자 나 자신이기도 하다"고.

 <임진왜란1592>의 김한솔 PD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서 열린 <임진왜란1592>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1592>의 김한솔 PD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서 열린 <임진왜란1592>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KBS


그가 <임진왜란 1592>의 소제목을 '조선의 바다에는 그가 있었다'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막연하게 여기서 '그'를 이순신 장군이라 생각하겠지만, 이순신 장군은 장계에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백성들의 이름을 적었다. 여기서 '그'는 이순신 장군일 수도 있지만 전투에 참여했던 백성들일 수도 있다."

김한솔 피디는 이어 이순신 장군은 전쟁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사람과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김 피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키며 '다른 건 하나도 필요 없고 역사에 이름을 영원불멸하게 남기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장계에 자신의 공을 쓰지 않고 대신 남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은 훌륭한 영웅이었고 민초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리더였다"고 했다.

"최수종이 가장 희생... 고마워"

김한솔 피디는 지난 3일 총 5부작 중 1편이 방송되고 나서 들은 말 중 '지금 조선시대에 온 것 같다, 그때 사람들은 정말 저렇게 했을 것 같다'는 말이 가장 기뻤다고 밝혔다. 김 피디는 "배우로 드러나는 것보다 정말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현장에서 말씀을 드렸다"며 "일본인 역할도 일본 사람들을 기용하려고 노력했다"고 그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역시 가장 얼굴이 알려진 배우 최수종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장 희생을 해준 사람은 최수종이었다, 과거 해왔던 사극톤을 버리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배경이 될 수 있는 연기를 해줬다"고 답했다.

배 안의 인물 중 유일하게 창작된 인물은?

 <임진왜란1592>의 김한솔 PD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서 열린 <임진왜란1592>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1592>의 김한솔 PD는 대본만 228번의 수정을 거쳤다. ⓒ KBS


대본을 228번 갈아엎었고 조총의 사정거리까지 계산해 반영할 정도로 철저한 고증을 거친 드라마이지만 <임진왜란1592>의 주요 등장인물 중 사료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한 사람 나온다. 그래서 그는 이름이 없다 대신 '막둥이 아빠(조재완 분)'로 불린다. 그는 극 중에서 일가족이 일본군에 살해당해 복수를 하기 위해 배 안에서 노를 젓는 인물로 등장한다.

"부산 지하철역 공사를 하면서 임진왜란과 관련된 유물과 유골이 나온다. 학살을 하고 나서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었는데 그 유골의 모습이 너무 처참한 것이다. 20대 여성의 두개골은 머리를 일본도로 자른 흔적이 있고 다섯 살짜리 어린애 뒤통수에 조총을 쏜 흔적도 나왔다. 이순신 장군의 장계에 이름은 없지만 나는 그 친구가 우리 드라마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지은 캐릭터다. 그 아이에게 아버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 사람이 (극 중의) '막둥이 아빠'인 것이다."

김한솔 피디는 아직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전쟁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전쟁은 학살이자 살인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멋질 수가 없다"고 강조하며 "멋이 아니라 민초들의 죽음과 희생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드라마를 만들면서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전율을 느꼈고 시청자들도 함께 전율을 느꼈으면 한다."

임진왜란1592 김한솔 PD 이순신 최수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