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이번에 발매되는 가수 OOO의 신보는 △△△ 등 해외 유명 엔지니어가 믹싱, 마스터링 작업에 참여해 음악적 퀄리티를 높였다."

음악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이런 식의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반의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진행되는 일로는 녹음(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손꼽을 수 있다.

일단 녹음은 흔히 말하는, 가수가 스튜디오 부스에 들어가서 노래를 한 내용을 저장 장치  그대로 담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다양한 악기 연주를 녹음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예전엔 릴 테이프, DAT 등에 담았지만 지금은 하드디스크 등에 담는다) 간단한 예로 노래방에서 자기가 부른 노래를 녹음하는 것도 마찬가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항 중 하나다. 그렇다면 믹싱, 마스터링은 도대체 무슨 작업일까? 얼마나 중요한 작업이길래 거액을 들여 해외 유명 엔지니어들을 참여시키는지 그 목적, 이유를 간략히 살펴보자.

믹싱, 다양한 소리를 적절하게 섞는 음악적 반죽(?)

 소리 보정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안타레스(Antares)사의 '오토튠(Auto-Tune)'

소리 보정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안타레스(Antares)사의 '오토튠(Auto-Tune)' ⓒ antarestech 홈페이지


녹음이 가수, 연주인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아내는 일을 한다면 믹싱과 마스터링은 사후 작업에 해당된다. 먼저 믹싱(Mixing)은 말 그대로 섞는 작업이다. 밀가루가 들어가는 요리를 할때 각 요리에 알맞게 물, 소금, 기타 재료들이 나름의 비율로 들어가 반죽이 되는 것처럼 음반 작업에서의 믹싱 역시 마찬가지다.

보컬, 기타, 키보드, 드럼 등 여러 악기들의 크기, 공간적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한 데 담아 음원, 음반으로 만든다면 이건 자칫 그냥 소음이 될 공산이 크다. 악기 소리에 가수의 목소리가 묻혀도 곤란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어선 안 되는 터라 이를 적절하게 다듬는 작업이 여기서 진행된다. 또한 다양한 이펙터를 활용해서 소리에 공간감을 넣어준다거나 강제로 왜곡된 소리로 변조시키는 등 다양한 일들이 이뤄지게 된다.

흔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농담조로 "기계가 다듬어준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오토튠'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소리 보정 작업 역시 이 과정에서 진행된다. 불과 얼마전까지 이러한 믹싱 작업은 전문 녹음기사(레코딩 엔지니어)들만의 영역이었지만 홈레코딩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들어선 작곡가들의 영역 중 하나로 믹싱 작업이 진행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각 음반 기획사로 데모 녹음을 보낼 때도 가급적 80~90% 이상 완성된 수준의 작업물을 보내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해당 곡을 만든 작곡가/작곡팀들이 직접 자신들의 작업물을 다양한 기기/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믹싱까지 끝마쳐 버리기도 한다. (완성곡에 가까울수록 기획사 담당자들의 귀에 쉽게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악기 한두개 정도로만 만들어진 '말 그대로의 데모곡'으로는 요즘 곡 선정 작업에서 일찌감치 탈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마스터링, 상품 완성의 최종 공정

 마스터링 작업 프로그램으로 널리 애용되는 아이조톱(Izotope)사의 '오존(Ozone)' 프로그램

마스터링 작업 프로그램으로 널리 애용되는 아이조톱(Izotope)사의 '오존(Ozone)' 프로그램 ⓒ izotope 홈페이지


원래는 LP, CD를 찍어내기 위한 (프레싱) 마스터를 만드는 작업을 '마스터링'이라 지칭했지만 현재는 mp3, Flac 파일 등 디지털 음원 시대에 맞게끔 믹싱이 완료된 소재를 소비자(음악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뤄지는 최종 조정 작업을 '마스터링'이라 일컫는다.

믹싱이 완료된 음원의 소리 크기를 기존 발매된 음반들의 소리 크기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작업들을 거치게 되는데 일반 제조업으로 치면 최종 공정에 해당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도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일정 부분 소리의 보정 작업이 진행되지만 가급적이면 기존 믹스 작업물을 훼손시키는 수준의 일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고 있다.

믹싱처럼 마스터링도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전문 엔지니어의 영역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통 마스터링 작업만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따로 있는데 이곳을 통해 상업 음반, 음원의 상당수가 탄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리마스터링'이라는 작업도 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리마스터링은 이미 예전에 음반화 되었던 작업물들을 요즘 매체에 맞게끔 재보정을 해주는 작업을 말한다.) 

가령 과거 LP로만 나왔거나 CD 시대 초기 음반들은 지금 청음 환경에 비해 소리가 작게 담겨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새롭게 CD,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하기 위해 이를 조정하고 다듬는 일이 이뤄지는데 흔히 말하는 '리마스터링 재발매'가 이러한 결과물이다. 이렇듯 믹싱과 마스터링은 한정된 지면으로는 모든 과정을 소개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음반 제작의 가장 핵심적인 작업 중 하나다.

지금은 디지털 음원 시대여서, 예전처럼 CD 속지를 보지 않고선 어떤 사람들이 이런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뒤에서 많은 공을 들인 사람들의 존재감을 간과하기가 쉬울 수밖에 없다. 숨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믹싱/마스터링 담당 엔지니어들이 있기에 손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을 소비자들이 조금이나마 인식하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믹싱 마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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