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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막연한 꿈이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초기 자본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정적인 게 중요했기에 여자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 다리가 많이 아파서 자주 이용했던 건전 마사지숍 T. 다른 개인 가게보다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기에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7년간 직장생활로 열심히 일해 모아둔 전재산에 은행대출을 받아 30대 초반에 내 가게가 생겼다. 힘들었던 20대였으나 다른 이보다 일찍 꿈을 이룬 달콤함에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믿었던 프랜차이즈가 '불법'이란다

내 가게를 연다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라고 믿었는데 '불법' 딱지를 받았다. 그리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내 가게를 연다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라고 믿었는데 '불법' 딱지를 받았다. 그리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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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막상 숍을 차렸는데, 프랜차이즈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까지 등록되어 공개된 가맹사업이,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게 우리나라에선 불법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법 상 마시지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현행법상 불법인 것이다.

단속에 걸려 처음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착실하게 살아왔다고 믿었던 내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떤 사람의 신고로 의료법 위반 범법자가 됐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불법 사업이 전국 1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걸까. 가맹본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창업 상담시 이게 불법이라는 사실 하나만 제대로 알 수 있었다면 나는 절대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개인숍보다 2~3배가량 더 많은 금액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불했다. 본사에서는 인테리어 비용을 과다하게 수령해 인테리어 업자에게 40~50% 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가져가 이득을 취했다.

인테리어 회사인가요?

T가맹본부의 2012년, 2013년 제무제표. 빨간색 상자는 2012년 현황이고, 파란색 상자는 2013년 현황이다. 전체 매출에서 공사수입이 얼마 정도인지, 그리고 공사 매출 원가는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다.
 T가맹본부의 2012년, 2013년 제무제표. 빨간색 상자는 2012년 현황이고, 파란색 상자는 2013년 현황이다. 전체 매출에서 공사수입이 얼마 정도인지, 그리고 공사 매출 원가는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다.
ⓒ 한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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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T 가맹본부의 2012년도 재무제표를 보면 2012년 가맹점 공사수입(인테리어 시설공사 매출)은 19억1023만4690원이고 전체 매출은 30억8351만8582원이었다. 전제 매출의 62%를 인테리어 시설공사 매출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급공사 매출원가(인테리어 시설원가)는 10억6121만8509원으로 공사 마진율은 45%였다. 이게 마사지숍인지 건설회사인지 헛갈릴 정도다.

그리고 2013년도의 경우, 가맹점 공사수입(인테리어 시설공사 매출)은 16억7380만 원이고 전체 매출은 34억8736만299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50%가 공사수입이었다. 반면, 도급공사 매출원가(인테리어 시설원가)는 7억300만2993원에 불과해 공사 마진율은 58%였다. 과다한 폭리를 취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서는 부실공사로 인해 물난리가 나기 일쑤였고, 역류되는 하수로 매장 바닥이 물바다가 돼 악취가 진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손님을 받을 수 없음은 당연했다. 게다가 T 가맹본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상 건설업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T 가맹본부는 인테리어 관련 판결에서 1심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T가맹본사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T가맹본사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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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는 물건이 진열돼야 장사를 할 수 있듯, 마사지숍에선 관리사가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다. 전문학원을 운영해 인력 공급이 수월하다고 자부해오던 가맹본사는 초기 오픈 시를 제외하곤 관리사를 제대로 보내주지 않았다. 손님이 찾아와도 관리해줄 관리사가 없었다. 당연히 매장 운영은 어려웠고, 매출 하락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1년 안에 대출금을 다 갚고 제대로 살아보자 다짐했던 나는, 지금도 추가 대출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을 정리하면 억대의 대출금을 당장 갚을 수도 없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내가 모자라서, 내가 사업수완이 없어서,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점주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겪고 있는 일을 모두 겪고 있었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점주들이 하나둘 모여 점주 단체인 협의회를 구성했고, 점주의 권리를 주장하며 본사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본사는 여전히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기보다 갑의 위치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협의회에 가입한 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 나 또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억울했다. 그래서 싸웠다.1년여의 소송 중에 본사는 가맹점이 아니라면서 로열티를 지급해도 다시 되돌려주며 그 어떤 영업지원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본사 측 가맹점에서는 내 가게가 곧 계약해지 될 지점이라 가맹점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냈고, 손님이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급기야 상호사용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끝나지 않았다

버텼다. 그래서 이겼다. 난 소송에선 이겼으나 1년여 동안 가맹점 취급도 안 하던 본사는 소송 기간 동안의 로열티 1000만 원가량을 일시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소송으로 피말리며 그 어떤 영업지원도 하지 않아 근근이 버텨온 시간인데, 허무했다. 본사와 더 이상 신뢰를 가지고 사업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고 영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본사가 원하는 대로 간판을 내렸다.

1년 여를 싸웠고, 버텼고, 이겼다. 하지만 이후 날아온 건 소송 기간 중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불하라는 내용증명이었다. 결국 나는 가맹본사가 원하는 대로 간판을 내렸다.
 1년 여를 싸웠고, 버텼고, 이겼다. 하지만 이후 날아온 건 소송 기간 중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불하라는 내용증명이었다. 결국 나는 가맹본사가 원하는 대로 간판을 내렸다.
ⓒ 한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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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는 아직도 로열티와 해지 위약금을 지불하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간판을 내리고 모든 영업표지를 변경했음에도 조회되지도 않은 예전 상호명이 조회되고 있다며 무단으로 영업표지를 사용하지 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불법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죄로 정부의 지원사업은 물론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할 수 없고, 심지어 이것을 빌미삼아 협박하는 손님에게도 당하는 현실.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는 걸까.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그래도 언젠가는 이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리라는 희망 한 가닥을 품고 오늘 또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나는 '자영업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사람의 이름은 본인의 요청으로 인해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태그:#자영업자, #가맹점,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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