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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그리고 참여연대가 '나는 자영업자다' 공모를 띄웠습니다. 자영업자의 절절한 속사정,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6만 여명의 고객리스트는 휴지통으로, 10년차 매장, 이제 떠나라

저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9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으며 3년이란 시간을 D피자에서 피자를 배웠으며 2006년 12월 P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아저씨입니다.

창업! 부푼 꿈을 꾸다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제 자신을 보면서 뭔가 '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은 없을까?'를 고민하다 외식업종 창업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이 아닌, 누군가로부터의 간섭이 없는 자유로은 자영업자의 삶을 꿈꾸며 창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12월 추운 겨울에 P 프랜차이즈 로 장사를 처음 시작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일한 노동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1+1이라는 판매방식 때문에 평일은 오전 8시 출근해서 오후 11시 퇴근했습니다. 주말에는 새벽 5시 출근 오후 11시 출근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몇 년 반복했습니다.

365일 근무해야 하는 계약서 때문에 대체 인원이 없다면 정말 365일 근무를 해야만 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회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었기에 참고 또 참아가며 일을 하였습니다.

2세 경영이 발목을 잡다

이런 즐거운 영업을 수년 해왔으나, 어느 순간 본사 회장 아들이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부사장에서 대표가 되면서 모든 것은 변해갔습니다. 2세 경영으로 경영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본사는 이익에 눈이 멀었는지 원·부재료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가맹점에 공급했습니다. 가맹점 수익은 빠르게 악화됐습니다.

광고 문제는 가맹점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광고비를 잘 내고 있는데도 회사는 광고다운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실제 그 광고비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가맹점주 단체를 구성하여 문제를 해결해 보자!

최근 몇 년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저의 통장.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한 명 힘으로 거대한 가맹본부와 싸워나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고, 실제로 선배 가맹점주들이 혼자 가맹본부에 대항하다 폐점되는 상황을 보아왔기 때문에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해 보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거래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가맹사업법 제14조의 2(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가 2014년 2월 14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가맹점주단체구성권과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의 근거가 되는 제도가 도입된 것은 힘겹게 싸우고 있는 가맹점주들에게는 희소식이었습니다.

2014년 3월 점주님들께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행위들과 그 행위를 함께 행동하며 바꾸어 보자"고 편지를 보냈고 많은 점주님들께서 호응해 주시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모임을 갖는다면 폐점도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같은 입장에 있는 점주로서 애로점을 들어보고 해결해보고자 모임을 주최하였고 대전역사내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너무나 놀라운 상황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야기한 적도 없고 알려준 적도 없는 본사와 지사 직원들이 가맹점주들 모임장소에 이미 진을 치고 사진을 찍고 있었으며, 어느 지역 점포 점주님들이 왔는지 채증을 하고 있었습니다. 몰래 찍는 것도 아니고 보라는 듯이 사진을 찍는 것을 보니 할 말을 잃게 됐습니다.

정중히 물러나주실 것을 요구하였으나, 모임 명단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물러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회의 끝나면 명단을 주겠다고 하고 일단 모임장소에서 떨어져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모임장소 시간을 알아냈는지 모르지만 비밀 모임에 1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보낸 본사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모임을 갖는다면 폐점도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없고 힘으로 억압하려는 본사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후 실체도 없는 모임으로는 더 이상 본사와 대화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점주 협회를 구성하여 비영리 사업자 등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2014년 4월 용산역사내 회의실에서 '전국 점주 협회 총회'를 주최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비밀 모임이었지만 10여명이 넘는 본사와 지사 직원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채증을 하는 가운데 총회를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요구는 너무도 폭리가 심한 원부재료 가격을 조금이나마 내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 매장점검, '바람에 밀려들어오는 낙엽'도 매장관리 위반

하지만 본사 답변은 4월 이후 이틀에 한 번 또는 하루에 한 번 이루어지는 매장 점검이었습니다. 계약서상 정기 매장점검은 일 년에 두 번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매장 점검에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숙면을 취하기 힘든 날이 많아 몸과 마음이 점점 쇠약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본사에 부당한 것을 고쳐달라고 요구한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영업부 총괄 부장이 5월에 부임하면서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매장상황이 분주한 경우에 매장점검을 나오면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주말의 바쁜 영업시간에도 매장점검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계약서상 매장점검은 '정기적 일 년에 두 번'으로 되어있던 것을 '수시매장 점검'으로 수정했습니다. 본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왔습니다. 협회 부회장 매장에 부장, 팀장, 교육팀, 슈퍼바이저 등 5명이 몰려다니면서 매장점검을 실시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협회원들을 향해 '위생 점검'이라는 미명하에 매장을 안방 드나들 듯 찾아왔고, 출입구에서 바람에 밀려들어오는 낙엽까지도 지적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단체 카톡방, 본사에서도 보고 있다"

점주들의 단체 메신저 대화방을 본사에서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화 내용들을 캡처한 후 출력된 것이 본사 사무실 책상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본 후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단체 카톡방은 개개인의 사생활도 들어 있는 것인데 그것을 수시로 체크하며, 저에게 "단체 카톡방을 본사에서도 보고 있다" "더 이상 이상한 말 하지 말라. 선동하지 말라"며 압박을 가해왔습니다.

6만 여명의 고객리스트는 휴지통으로. 10년차 매장. 이제 떠나라

본사와 단절된 대화를 이끌어 온지 1년 6개월이 되어갔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맹사업법을 운운하며 "2016년 12월 1일 매장 오픈 10년 차가 되었으니 가맹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내용증명이 점포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없이 받아온 내용증명이었지만, 가맹계약 종료 내용증명을 받아든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영업도 협회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할 뿐입니다.

지역 내에 10여 년간 광고 홍보를 해가며 얻은 6만여 명이 넘는 고객리스트를 볼 때마다 "열심히 만든 피자를 이젠 저 분들에게 대접할 수 없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본사가 가맹계약 종료의 근거로 삼는 가맹사업법 제13조의 2항의 도입취지는 '프랜차이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므로 최소한 10년은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항을 '10년 지나면 본사 마음대로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본사는 이해한 모양입니다. 기존 가맹점주의 삶은 어찌되든 관심없고, 신규 가맹희망자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생각 뿐임을 증명한 셈입니다.

원래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거래상 지위를 보호하겠다는 법의 취지도 무시하는 본사의 전횡이 이젠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본사에 의해 희생당하시는 점주님들이 더 이상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가맹본부는 수많은 가맹점 중의 하나가 문을 닫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맹점은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가족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나라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상생에 길을 하루 빨리 본사도 깊이 생각해 주길 바라며, '본사가 성공하려면 가맹점주들이 미소지을 때만 가능하다'는 기본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모 '나는 자영업자다' 응모글입니다.



태그:#가맹점, #에땅, #불공정,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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