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찬장으로 향하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22일 낮 같은 당 소속인 비례대표 의원들과 오찬회동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선숙 김수민 의원은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특정 대기업 독점 권한을 줘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당 상임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의 이른바 '창조경제 동물원' 발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 안 의원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안 의원 발언에 이렇게 발끈한 까닭은 무엇일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 발언 일파만파

안철수 의원이 '창조경제' 이야기를 꺼낸 건 지난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IFA)' 행사장을 찾은 자리였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업체인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를 만든 벤처 창업 1세대인 안 의원은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동물원' 구조를 꼬집었다.

중소기업 가운데 기업과 주로 거래하는 'B2B' 기업은 거래선이 다양해야 생존할 수 있는데, 대기업들이 독점 계약을 많이 요구하다 보니 결국 국내 중소기업은 특정 대기업이 만든 '동물원'에 갇혀 시장 규모도 키우지 못하고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안 의원은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거론하면서 "처음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 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수도권 등 권역별로 만들어 3~4개 대기업이 공동 관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런데 17개 시도에 센터를 만들고 특정 대기업에 독점 권한을 줘 결국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센터를 권역별로 만들면 창업 기업들이 적어도 3~4개 대기업에 동시 납품할 수 있는데, 대기업의 독점 계약 관행을 깰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쓴소리였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각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삼성, 현대차, LG, SK, KT, 롯데,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에서 한 군데씩 전담하도록 했다. 창업기업에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판로 개척이나 해외 진출 등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지만 자칫 전담 대기업에 종속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는 표현에 더 발끈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모인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는 5일 성명에서 "청년 벤처기업인이 동물원의 동물인가?"라며, 안 의원이 창업기업을 모독했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비판을 위한 비판" 

질의하는 민경욱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도 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예정된 개회사까지 고쳐가며 안철수 의원 비판에 할애했다.

민 의원은 "(안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비판이) 과연 무엇을 근거로 말한 건지, 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혁신센터에 대기업이 1대 1 매칭으로 참여하는 구조는 지역별 독점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니라 지원 전담기업으로서의 책임성을 부여한 것"이라면서 "전담기업은 지역별 집중 지원을 기본으로 지역을 넘어서 기능과 분야별로 전국 모든 창업, 중소기업에게 특화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대기업에 의한 불법·불공정 거래로 인한 침해 사례가 확인된 바 없다"면서 "단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창조경제 주무부처 수장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미래부 주요 현안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단통법 개정, 유료방송 해법 등 주요 현안에는 말을 아꼈고, 주로 창조경제를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최 장관은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기업은 창업기업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자는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자기 분야나 특정 지역을 독점한다든가 보육한 기업을 소유하거나 종속시킨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안철수 의원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안철수 의원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다만 최 장관은 "충북센터에서 3개 업체가 전담기업인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례는 있지만 종속 관계는 아니었고 다른 기업에도 납품하는 자유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초기엔 지역 센터에서 전담 대기업 외에 다른 기업은 접촉 못 한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역센터 대기업 도움을 받는 등 협력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센터 가운데 잘 되는 몇 군데만 남고 나머지를 없애거나, 권역별로 모아 클러스터로 만들자는 제안에도 최 장관은 "창조경제는 서울, 경기 등 잘 되는 데뿐 아니라 전국에 골고루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일자리도 만드는 게 정책 목표여서 특정 지역에만 만드는 건 기본 방침과 맞지 않고 (지역별로) 묶는 것도 과거 정부의 유사한 정책과 중복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같은 반응에 안철수 의원은 이날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중소벤처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오히려 중소벤처기업을 착취하는 동물원을 만든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창조경제' 자체보다는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비판했는데, '창조경제'를 앞세워 대기업 독점 구조를 더 고착화시킨 박근혜 정부 스스로 '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다.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