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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11월 6일까지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주제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시민기자 여러분의 '나의 광주비엔날레 관람기'를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2016광주비엔날레'가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2016광주비엔날레'가 오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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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째를 맞이한 '2016 광주비엔날레'가 2일 개막했다. 광주광주비엔날레 측은 "개막 후 첫 주말인 2일부터 4일까지 관람객 1만2000명이 다녀갔다"라고 밝혔다. 관람객 수만 놓고 보면 광주비엔날레는 초반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37개국 101작가(120명)가 참여해 작품 252점을 선보이는 2016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다. 마리아 린드 예술총감독은 11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서 "예술을 생산하는 작가들의 노력은 최소한 일시적으로나마 예술을 통해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지각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2016년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는 미술기관의 무대를 일상과 현실 속 생존을 위한 투쟁의 한가운데로 옮겨놓고자 한다"고 광주비엔날레의 방향을 밝혔다.

예술총감독인 마리아 린드의 대답에 걸맞게 2016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들은 환경과 노동, 인권, 권력 등 현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다. 특히 도라 가르시아(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은 5·18항쟁의 한 현장이었던 녹두서점을 재현하고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주제의 강렬함에 비해 전시작들의 임팩트(impact)는 매우 약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3일 1전시관에서 만난 한 시민은 "비엔날레는 말 그대로 2년을 준비해서 여는 미술제다, 그런데 와서 직접 보니 주제는 뭐가 있는 것처럼 센데 작품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평이성을 벗어나고 있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라 가르시아(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라 가르시아(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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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광주비엔날레의 대표작 격인 <녹두서점...> 역시 마찬가지. 광주의 현장에서 주제를 이끌어내고, 이를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외재적 시각'의 한계였을까. 도라 가르시아의 작업은 광주의 한 잊혀진 시대와 공간을 복사해서 재배열하는 것조차 벅차보였다.

예술에서 시대와 공간의 재구성과 재배열은 반드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이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이동의 과정에서 작가의 문제의식 즉 '지금, 왜, 나는, 여기에서, 이 작업을, 하고자, 하는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녹두서점....>에선 시간과 공간이 그 어떤 '너머'로 '넘어갈' 때 반드시 '스미고, 번져야 하는, 주체'의 그 '무엇'을 발견하기 어렵다.

2016광주비엔날레 전시작들은 "우리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엔 대체로 진지하게 응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기대했고, 11번째를 맞이한 광주비엔날레 스스로가 던졌던 질문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선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때 대형 설치미술이 유행하던 자리엔 미디어 아트가 대신 들어앉았고, '근대의 유령'을 호출하던 자리엔 맥 잃은 현장의 화면들이 대신 흘렀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유행의 코드만 넘실댔다.

천만다행인 것은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서 느낀 아쉬움을 <정영창 초대전>에서 깨끗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창 화백은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마스터 클래스를 졸업한 뒤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영창 초대전>은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16광주비엔날레가 끝나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150*15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래커, 2014
▲ 416 150*15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래커, 2014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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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창은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한 작업과 사진 작업을 통해 정영창은 '4.16을 기억하라'고 외치지만 그 외침은 너무 정적이고 고요해서 되레 서늘하다.

그는 "생사의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아름답고 무참하다/그렇게 세상은 돌아간다/흑백의 긴장감 고요하고 평화롭다"라고 읊조린다. 무참한 읊조림은 우주의 궁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설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정영창 초대전에 들어서는 이는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다.

치열한 주제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교호되는 우주의 주파수.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누구나 사는 마당에 불현듯 던져진 서늘하고 쓸쓸하고 슬픈 교차, 그 교차에 비친 내 그림자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정영창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irony)다.

정영창 화백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정영창 화백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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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주비엔날레, #정영창, #4.16 세월호, #5.18,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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