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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는 최근 네이버에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약사들의 모금으로 이뤄진 광고라고 이미 보도가 나왔음에도 동물약국협회 회장 임진형씨는 이 광고가 마치 보호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줘서 낸 광고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 네이버에 등장한 약사회 자가진료 금지 반대 광고 대한약사회는 최근 네이버에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약사들의 모금으로 이뤄진 광고라고 이미 보도가 나왔음에도 동물약국협회 회장 임진형씨는 이 광고가 마치 보호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줘서 낸 광고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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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와 농식품부가 각각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금지를 추진 중에 있다. 반려동물 생산·경매 단체와 육견협회 등은 생존권을 내세우며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약사회가 네이버에 자가진료 금지 반대 광고를 실었다. 그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도 안하는 오직 개와 고양이 자가치료금지! 아이들 치료비부담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건강은 우리 가족이 선택하게 해주세요."

동물약국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약사 임진형씨는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이와 관련 주장을 '개·고양이 자가치료 금지, 동물보호자들 반응은'이라는 제목으로 투고했다.

이 기사에서 임진형씨는 마치 네이버 광고가 보호자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서 이뤄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데 데일리팜(약사관련 신문)이 직접 임진형씨를 인터뷰해서 쓴 기사에 따르면 이번 광고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아서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회나 임진형씨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광고나 기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주장1] 미국은 동물소유자의 자가진료권을 인정한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각각의 주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기 동물이라고 모든 동물에 대해 모든 진료 행위가 허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가진료 예외조항이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조차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백신접종, 구충, 수의사가 지시한 정기 검사 같은 매우 제한적인 자가진료만 가능하다.

플로리다 주도 반려동물이 아닌 산업동물에 대해 그것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자가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즉 자가진료가 일부 허용된 주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은 동물약품의 관리가 철저하다. 많은 동물약들을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일반인이 구입할 수 없다. 당연히 자가진료가 일부 허용되어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의사 처방약으로 정해진 약조차 일반인들이 대부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가진료 조항이 주는 문제가 매우 빈번히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 한 미국 수의사가 미국 상황에 대한 광고가 거짓이라고 지적하자 동물약국협회는 그 댓글을 삭제하고 해당 수의사 계정의 접근을 차단했다.

[주장 2] 자가치료가 금지되면 오히려 유기동물이 늘어난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유기동물은 늙거나 병든 것이 아니라 젊고 건강한 동물들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국내외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충동적으로 입양을 했다가 이러저런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자 쉽게 버린 것이다.

또 강아지농장 등에서는 늙고 나이든 동물이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모든 것이 동물을 생명이 아니라 물건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들 때까지 직접 키운 동물은 병이 들었다고 쉽게 버리지 못한다.

동물이 나이가 들만큼 오래 키웠다는 이야기는 동물과 보호자의 관계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책임은 동물을 대하는 관점과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돈 문제는 그 결과에 따른 핑계일 뿐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동물이 아프면 단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는가?

자가진료 금지는 오히려 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켜 동물을 함부로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막아줄 것이다.

[주장 3] 자가진료 금지는 천만 반려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사람은 당연히 법적으로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약국에서 약을 사다 복용하고 가족을 치료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 그런 이유로 처벌받은 적이 있거나 그린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는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가족을 치료하기 위한 선의의 목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해도 위법성 조각사유에 따라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가 허용하지 않더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인식이다. 자신의 자식이 이마가 불덩이고 밤새 아프다고 울고 있는데도 약만 사다 먹이고 지켜보는 부모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것이다. 법으로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직접 진단을 해서 치료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법을 떠나 아마도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생명으로 여긴다면 동물에게도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사람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비전문가나 인터넷 정보만을 믿고 잘못된 치료를 하다 동물을 위험에 빠뜨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법적 처벌을 떠나 이런 행동이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보길 바란다.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당연히 옳지 않은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자가진료 금지는 동물 보호자들이 동물복지에 맞게 책임감을 가지고 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 단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처벌법은 이 땅의 남자들을 모두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법이 되는 셈이다. 동의하는가?

'건강서울 2013 약사와 함께' 행사에서 '동물들 건강도 약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시민들에게 '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 동물의 건강을 약사에게 물어보라는 약사회 현수막 '건강서울 2013 약사와 함께' 행사에서 '동물들 건강도 약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시민들에게 '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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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짓된 주장을 통해 약사회는 끊임없이 자가진료 금지를 반대하고 동물보호자들에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스스로 치료를 선택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사들의 주장대로라면 지금처럼 약을 약사만 조제하도록 독점하지 말고 약국 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 조제비 등의 추가 지불 없이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 당연히 약사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스스로의 주장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가를 깨달기 바란다. 

더 이상 경제 논리 앞세워 동물복지 기본 손상시키는 일 없기를

경제적 논리 뒤에 숨어 동물 학대에 준하여 행해지는 자가치료가 넘쳐나고 있다. 농장주가 마음대로 배를 가르고 보호자가 임의로 치료하다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든지 살 수 있던 생명이 실험동물처럼 이런 저런 약을 함부로 사용하다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동물은 생명이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생명에 대한 진료 행위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자신의 동물이기 때문에 내 맘대로 약을 쓰든 치료를 하든 상관없다는 것은 동물은 그저 소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지 그 동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동물복지의 기본마저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가진료 금지를 담은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은 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이정도 수준의 동물복지에 관한 법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와있다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벳에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자가진료금지, #수의사법,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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