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테라스에 모여있는 관객들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뒤늦은 폭염으로 프랑스 전역이 더위에 시달렸던 8월 말, 프랑스 중남부 지역인 아르데슈 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뤼사스(Lussas)에서 21일에서 27일까지 대규모 다큐멘터리 영화제(états généraux du film documentaire-다큐멘터리 영화 모임이라는 뜻)가 열렸다.

올해 28회를 맞은 이 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제는 프랑스 다큐영화제로서는 파리의 시네마 헤엘 다큐영화제와 마르세이유 다큐영화제(FID)와 함께 프랑스 3대 중요 다큐영화제에 속하는 상당한 저명성을 갖고 있다.

'영화 발명국'인 프랑스에서는 1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영화제가 열린다. 프랑스 내에서 열리는 영화제 수가 전 세계에서 열리는 영화제보다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 많은 영화제에서 국내적인,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란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각 도시나 마을에서는 그만큼 질 좋고 차별화된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작지만 큰 영화제의 출발

 뙤약볕 아래 영화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관중들
 뙤약볕 아래 영화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관중들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살았던 흔적이 있는 뤼사스 마을은 1천 명의 인구가 주로 농업생활을 영위하며 산다. 프랑스의 다른 마을처럼 성당을 중심으로 식당을 겸한 카페와 소형 구멍가게, 우체국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런데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하루에만 5천 명 이상이 이 마을을 찾는다. 마을 인구의 5배나 되는 관람객들이 찾아든다는 얘기인데, 이들은 대부분 영화학교 학생들과 감독, 영화 제작자, 배급자 등 영화 관련자들이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농가마을에서 이렇게 저명한 영화제를 열 수 있었을까? 28년 전에 시작된 이 영화제가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고 싶어서 지난달 24일 오후 장 폴 후(61) 마을소장을 만났다.

 장 폴 후 마을 시장
 장 폴 후 마을 시장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영화제가 시작된 이야기를 해주시죠.
"내가 1977년에 마을 부소장으로 취임했을 때에 초등학교 동창인 장 마리 바르브와 같이 영화관련 행사를 처음으로 주최했답니다. 우리 마을에서 태어난 이 친구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구멍가게를 운영했죠. 구멍가게 아들에서 다큐 영화감독으로 변한 이 친구가 영화제의 실제적인 일은 다 맡아서 했죠. 처음엔 말(horse)과 관련된 주제로 소규모의 영화제를 열었어요. 농가인 우리 마을에서 말은 아주 친숙한 동물이고 마을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했죠. 하지만 3년째부터는 일반 다큐 영화제로 바뀌었답니다."

- 영화제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초기 반응은 어땠나요?
"별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거의 40년 전 일이고, 당시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문화 사업이란 생소한 사업이었지요. 더욱이 영화제 운영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자기네들이 내는 세금이 문화 활동으로 낭비된다고 투덜거렸답니다. 우리 영화제는 창설 10년 후인 1989년부터 규모도 커지고 명성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의 '다큐멘터리 영화모임' 영화제로 변경되었는데 아직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답니다."

- 영화제 기간 동안 2만 명 이상이 이 마을이나 마을 근처 도시에서 숙식을 하기 때문에 마을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영화제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우리 마을 상인들이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게 사실이랍니다. 그래도 이 기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연중 가격을 적용하고 있죠.(프랑스의 알프스 스키장은 외부인이 많이 모여드는 바캉스 기간에는 바캉스 특별 인상가격을 적용한다. - 기자 말)"

 자원 봉사자들이 묵고있는 야영 텐트촌.
 자원 봉사자들이 묵고있는 야영 텐트촌.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 영화제 운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 되나요?
"우리 마을에 극장이 5개가 있는데, 여기서 하루 3번 영화가 상영됩니다. 매일 저녁에 이루어지는 야외 상영까지 합치면 극장이 6개가 되는 셈이죠. 우리 영화제의 특징이라면 시상식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영화제에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기치 하에 시상 제도를 없앴답니다. 그리고 영화제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1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여러 곳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텐트를 갖고 와서 야영 텐트장에서 숙식하면서 일을 돌보고 있죠."

- 마을 주민들은 영화제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나요?
"첫날밤에 야외에서 개최되는 개막제 영화 상영은 무료이고, 나머지는 할인 가격을 적용해줍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참여도가 미진한 편이랍니다."

마을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영화제에 참석한 외부 인사들이었다. 마을 소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마을 카페 테라스에 혼자 앉아 있는 젊은 청년을 인터뷰했다. 제임스( 38)는 정원사로, 투르(Tours)에 살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제에 왔다고 한다. 같이 사는 동반자가 영화제작사라 이곳에 매년 오는데, 자신은 처음으로 함께 온 것이라고 했다.

영화제가 어떠했느냐는 물음에 관람객이 많고 연령층이 다양해 놀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본 영화의 소감을 묻자 "마음에 드는 영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절반은 휴가를 보내고, 절반은 이렇게 테라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수영장 근처 캠핑장에 머물고 있어 수영도 하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집'도 상영관

 주민집 마당에서의 영화 상영 장면
 주민집 마당에서의 영화 상영 장면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이 영화제에선 '주민 집에서의 영화 상영'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자기 집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싶은 주민이 신청을 하고 이웃 주민과 친구들을 초청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제에 선택된 것 중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감독을 초청해서 영화가 끝난 뒤 간담회를 열기도 한다.

목요일에서 토요일 저녁까지 3일 동안 이어진 이 프로그램이 신기해서 기자는 목요일 영화 상영장소에 가 보았다. 원래 외부인사는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기자라는 이유로 참가가 허가되었다.

마을에서 차로 2분 거리인 외곽 언덕에 새로 지은 집의 주인은 2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온 퇴직자 부부였다. 이들은 집 마당에 대형 스크린을 깔고 이웃 주민 20여 명과 영화를 함께 본 뒤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참가자들은 주인 부부가 차려놓은 과자와 맥주 등을 마시며 친한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듯 화기애애하게 감독과 소감을 나눴다. 감독을 포함해서 참석한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드레 아줄레 문화부 장관 마을 방문, 옆에 있는 남자분이 장-마리 바르브.
 오드레 아줄레 문화부 장관 마을 방문, 옆에 있는 남자분이 장-마리 바르브.
ⓒ 한경미

관련사진보기


이 영화제의 창시자인 장 마리 바르브는 어려서부터 '고향에서 살고 일하자'라는 철칙을 내세우고 실현해 낸 사람이다. 영화 작업을 하려면 파리에 가야한다는 사고가 지배적인 당시 상황에서 그는 소마을인 자기 고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개최했다. 그리고 그 이후 마을에 하나하나 영화 관련 업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 이 마을에는 '다큐하우스'(la Maison du Doc)가 1년 내내 운영되고 있고 영화제작사가 마을 중심에 차려져 40여 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다큐 학교로 사용될 부지 에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시행되었던 다큐 교육이 내년 후반부터는 근사한 신학교에서 시행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8월 25일에는 오드레 아줄레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이 마을을 방문해 다큐 학교 설립 기지에 초석을 실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28회 다큐 영화제를 튼튼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동창인 마을 소장과 구멍가게 아들인 장 마리 바르브의 끊임없는 열정 덕이었다. 바르브는 확고한 열정만 있으면 산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며 이제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자신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 할 예정인데 다행히 차후 세대에 이 일을 자연스럽게 물려주게 되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지역네트워크부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