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7>에서 빌리 락스 역으로 출연했다.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7>에서 빌리 락스 역으로 출연했다. ⓒ 콜롬비아 픽쳐스


일본의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60대 <황야의 7인>에 이어 다시 한 번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이 오는 14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트레이닝 데이> <더 이퀄라이저>의 안톤 후쿠아 감독이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을 맡았고,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이병헌 역시 암살자 '빌리 락스' 역으로 당당히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매그니피센트7>은 이병헌의 6번째 할리우드 출연작인데, 그는 앞선 5편의 할리우드 출연작으로 전 세계 12억 달러가 넘는 극장수입을 거두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아시아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 개봉을 앞두고 이병헌의 이전 할리우드 출연작들 속 이야기와 그의 연기를 돌아보고자 한다.

[하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G.I. Joe: The Rise of Cobra)

 이병헌은 얼굴을 알리고자 <지.아이.조>에 출연했으나 정작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장면이 많아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이병헌은 얼굴을 알리고자 <지.아이.조>에 출연했으나 정작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장면이 많아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 파라마운트 픽쳐스


<달콤한 인생>이 58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국제적으로 알린 이병헌은 2008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 '쉐도우 스톰'으로 캐스팅되며 첫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캐스팅 단계에서 매니저가 '스티븐 소머스' 감독에게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DVD들을 보내며 일본 팬 미팅 DVD도 혹시 몰라 보냈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독은 이병헌의 영화는 단 한 편도 보지 않고 오직 4만 명이 운집했던 일본 팬 미팅 DVD만 보고 "쉐도우 스톰은 바로 저 사람"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연기는 따지지도 않고 아시아에서의 인기만 고려하여 캐스팅 한 셈이다.

이병헌은 캐스팅 과정에서 아쉬움을 겪었고, 촬영장에서의 서러움까지 겹치며 다소 힘들었다고 한다. 사실 분량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나오는 장면도 마스크를 써야 했기에 순간순간 '내가 여기 왜 있나?' 싶었다는 후문까지.

적은 분량 속에서도 진지하게 연기를 소화해낸 이병헌을 보고 감독과 제작진들이 감탄하며 "You are an actor"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배우한테 배우라니 무슨 소리인가?'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병헌을 동양의 액션전문 배우쯤으로 여겼다고 한다. 게다가 영어까지 잘 못 해서 초반에 다른 배우들과 말을 잘 섞지 못하며 본의 아니게 외로운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프리미엄 시사회에서 이런 서러움들을 한 방에 날렸는데, 일본 팬들과 취재진이 '뵨사마'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감독이나 다른 배우들을 모두 병풍으로 만들어서 어색한 웃음만 짓게 하였기 때문이다. 개봉 후 단역에 가까운 그의 분량이 많이 아쉬웠으나, 짧지만 강렬한 액션과 연기를 선보이며 2편에 무난하게 재캐스팅 되었다.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은 1억7500만 달러를 투여한 대작이었는데, 흥행성적은 썩 좋지를 못했다. 북미에서 1억5020만1498달러를 벌어들였고, 월드 와이드 성적은 3억 달러가 조금 넘는 3억246만9017달러에 그치며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넘기질 못했다. 한국에선 이병헌 효과를 톡톡히 보며 270만6748명의 관객을 동원, 200억 원에 가까운 198억8912만6096원의 극장수입을 거두며 북미를 제외한 나라 중에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둘] <지.아이.조 2>(G.I. Joe: Retaliation)

 이병헌은 <지아이조 2>를 통해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2>를 통해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했다. ⓒ 파라마운트 픽쳐스


이병헌의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는 2013년에 개봉한 <지.아이.조 2>이다. 주연까진 아니지만 1편에 비해 비중이 많이 늘었고, 할리우드에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편에 이어 '스톰 쉐도우'로 분한 이병헌은 뛰어난 무술 실력과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한편, 새로이 과거 속 진실을 알게 되며 갈등에 휩싸이는 감정 연기까지 선보인다. 사실 스톰 쉐도우는 2편에서 가장 역동적인 캐릭터였는데, 이병헌은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냈다.

2편은 1편보다 줄인 1억3000만 달러를 투여했고 '드웨인 제인'과 '브루스 윌리스' 같은 액션 스타들을 추가 캐스팅하며 전편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북미 성적은 1억2000만 달러로 1편보다 줄었으나 월드와이드 성적은 대폭으로 상승하며 최종 3억7500만 달러($3억7574만705)를 벌어드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1편에선 개봉을 하지 못했던 중국에서 5384만 달러를 벌어드린 게 컸다. 하지만 국내에선 185만5917명을 동원하며 1편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셋] <레드2: 더레전드>(Red2)

 <레드2>는 이병헌에게 특별했던 영화다.

<레드2>는 이병헌에게 특별했던 영화다. ⓒ DC 엔터테인먼트


<지.아이.조2>에 이어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한 <레드2: 더 레전드>가 이병헌의 세 번째 작품이다. 지아이조 시리즈와 레드 시리즈를 만든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 프로듀서는 당초 '한조배' 역할로 성룡, 이연걸 등 중국 배우 캐스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병헌이 직접 레드 와인을 들고 찾아가 한조배 역을 따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이병헌 개인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인데, 우선 <지.아지.조> 시리즈에서 조연급에 그쳤다면, 첫 주연급으로 올라선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병헌이란 배우에 걸맞게 맵시 있는 액션은 물론, 전작의 '스톰 쉐도우'와는 다르게 '뒤끝 작렬'에 허당끼까지 겸비한 킬러를 코믹하게도 그려내며 <지아이 조> 시리즈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였다.

<레드2>는 이병헌에게 주연급으로 활약을 했다는 것 보다 더 특별한 영화인데, 이유는 바로 사랑했던 아버지를 이 영화에 출연시켰다는 점이다. 감독과 우연히 자신에게 할리우드에 대한 꿈을 꾸게 키우게 하여 준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감독은 흔쾌히 이병헌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등장시켜 이병헌의 아버지를 사진으로나마 출연시켰다. 또한, 제작진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이병헌의 아버지 이름을 넣어 드리기도 했다. 이병헌에겐 상당히 감동적인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병헌 개인에게 특별한 영화였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다. 제작비 84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영화는 북미에서 수익이 5000만 달러($5326만2560)를 조금 넘겼으며, 전 세계 1억4807만5565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국내에선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isys)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완벽한 물질'로 변신한 이병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완벽한 물질'로 변신한 이병헌 ⓒ 파라마운트 픽쳐스


이병헌의 4번째 할리우드 영화는 2015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다. 이 영화에서 추억의 'T-1000'을 맡은 이병헌은 전반부에 등장해 정말 냉혹한 기계 인간의 포스를 풍기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의 분량이 적었던 게 많이 아쉬웠을 정도였다.

재미있는 건 이병헌이 신인 시절 예능에서 개인기로 보여주던 게 바로 터미네이터 연기였는데, 톱스타가 되어 스크린에서 터미네이터 연기를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광고를 통해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본인이 직접 메탈이 되어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1억 5천 5백만 달러가 투여되어 제작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북미에선 1억 달러($8976만956)도 넘기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전 세계에선 4억4000만 달러($4억4060만3537)의 극장수입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324만37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 중 가장 흥행성적이 좋은 작품이었다.

[다섯] <미스컨덕트>(Misconduct)

 이병헌은 <미스컨덕트>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배우 알파치노와 함께 출연했다.

이병헌은 <미스컨덕트>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배우 알파치노와 함께 출연했다. ⓒ 라이언스게이트


5번째 작품은 알파치노, 안소니 홉키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미스컨덕트>다.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의뢰를 받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히트맨을 맡아 '대부'의 알 파치노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호화 캐스팅과는 별개로 지루한 스토리와 연출로 미국의 한 영화 평론 사이트 'taste of cinema'에서 최악의 영화 5위에 선정되는 등 혹평을 면치 못했고, 흥행도 북미에서 고작 2만4000달러를 버는 데 그치며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이병헌 입장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알파치노와 함께 연기 했다는 것을 빼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기 힘든 작품일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병헌 이병헌의헐리우드연대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