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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후 폐암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 2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반도체 노동자가 걸린 '폐암'이 업무상 질병(산재)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아래 반올림)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고 이경희, 고 송유경씨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2일 근로복지공단도 "보도된 내용이 맞다"라며 이를 시인했다. 

폐암 발병 당시 이씨는 30대 후반, 송씨는 40대 초반 등의 젊은 나이였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고 이씨와 송씨의 폐암 발병이 발암 물질인 '비소' 등 유해물질의 지속적인 노출과 관계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생전에 일한 환경이 폐암 발병과 무관치 않다고 본 것이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왼쪽)와 아버지 황상기(오른쪽). 김수박 작가의 <사람 냄새>는 황상기씨를 주인공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그의 투쟁 과정을 담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후 폐암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 2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왼쪽)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오른쪽).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이들이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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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무환경을 조사한 근로복지공단 직업성 폐질환연구소는 업무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작업 환경에서) 고농도의 비소 노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근로복지공단도 "고인들이 비소 등 유해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됐다고 판단되며, 흡연 사실이 없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한 점 등을 볼 때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노동자 고 이경희씨는 삼성전자 반도체(기흥·화성) 공장에서 16년 7개월, 고 송유경씨는 반도체(부천)·LCD생산공장(기흥·천안)에서 17년 3개월간 근무했다. 둘 모두 '식각' 공정 '설비 엔지니어'로서, 반도체 웨이퍼나 LCD 패널에 회로패턴을 형성하기 위하여 화학물질이나 가스 등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산재 인정받은 '폐암', 보상대상에 없어... 삼성 "변경 계획 없다"

반올림 측은 이번 승인 관련 "적극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산재 신청을 한 지 2~3년 후에 나온 근로복지공단의 늦은 대응과 삼성 측 안전보건 관리 문제, 업무환경 은폐 의혹 등에 대해 비판했다. 삼성 측은 직업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도체 라인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사안에 비춰볼 때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반올림 측은 또 직업성폐질환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하며 "연구소가 해당 업체를 대상으로 노출 평가를 하려 했으나 업체들이 일제히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반올림은 그간 여러 사례·자료에 근거해 삼성 측이 노동자 업무환경을 고의로 은폐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산재로 인정받은 '폐암'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보상 규정에 없는 질병이라, 이후 보상 기준과 절차에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난소암' 경우도 지난 1월 법원에서 산재 질병으로 인정됐으나, 삼성 측이 꾸린 보상위원회 기준에는 가장 낮은 보상인 3군 질환에 분류돼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1일 <한겨레>에 "지난 7월 발표된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폐암에 보상대상 질병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보상대상을 변경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기존 방침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번 산재 승인과 관련한 입장을 따로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을 거둔 고 황유미 씨 사연을 계기로 출범했다. 반올림에서 제보받은 피해자 수만 220명이 넘었고, 그중 76명이 중병으로 사망했다.
▲ 반올림 지금껏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도 총 14명으로 늘어났다. 2016년 9월 현재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는 223명이며, 피해 사망자 수는 76명이다.
ⓒ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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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승인으로 산재로 인정받은 질병은 8종으로 늘어났으며(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다발성 신경병증, 뇌종양, 난소암, 폐암 등) 지금껏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도 총 14명으로 늘었다. 2016년 9월 현재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는 223명이며, 피해 사망자 수는 76명이다.

한편 2014년 5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같은 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꾸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족대책위-반올림 등 3개 교섭주체는 지난 1월 삼성 직업병 사태 3대 쟁점(재해예방·사과·보상) 중 재발방지대책 부분에 합의했다.

[관련 기사]
☞ 삼성반도체 직업병 사태 '3대 쟁점' 중 첫 관문 통과  http://omn.kr/frgd
☞ '난소암 사망' 삼성반도체 노동자, 첫 산재 인정받다 http://omn.kr/ftjo
☞ 삼성 주장 받아 쓰며 논란 마무리됐다는 '조중동'  http://omn.kr/k7aa

삼성 측은 당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작년 9월부터 보상 접수를 시작", "이처럼 보상과 사과가 진행된 데 이어 예방 문제에 대해서까지 완전히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반올림 측은 지금도 "'예방책'을 제외한 사과·보상 문제는 삼성전자가 '보류' 선언을 한 뒤 10개월째 논의 중단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 가족들은 대화 재개를 촉구하며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삼성전자 홍보관 인근)에서 33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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