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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많은 종교와 사상들이 저마다 외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때로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 경험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진실은 단순하다고 합니다. 그 진실을 찾아 길을 나선 한 나그네의 소담스런 일상을 매주 월, 수, 금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백여 명 됩니다. 비교적 이직율이 높지 않아 오랫동안 같이 일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관계가 참 중요합니다. 상하가 분명하고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지요. 한번 어긋나면 상처 받기도 하고 또 상처내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그 상처는 아주 오래 가지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욱신거립니다. 어릴 때에야 주먹다짐이라도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말'에서 오는 상처가 대부분입니다. 이해관계가 생기면 더 격렬해집니다. 그러다 이런 말들이 오고가지요.

'이건 내가 진심으로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저 사람이 지금 얘기하는 '진심'이란 대체 무언가요. 진심으로 날 위해서 하는 말인데 내게 별로 와 닿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많은 사람이 저 '진심'을 오해하고 있어 보입니다. '진심'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상대가 진심으로 듣지 않는 경우는 내가 말하는 사이 그 사람의 표정에서 역력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표정으로 이미 자기 의사를 '말하고' 있는 거지요. 상대의 말에 귀를 막고 자신이 하려는 얘기를 준비하고 있다가 결국 내 말이 멈추기 무섭게.

"이건 내가 진심으로 널 위해 하는 말인데..." (>.<)

이런 것이 굳어지면 평생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줄 모르게 됩니다. 게다가 힘센 사람일수록 강요하지요. 그것은 '널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생각대로 네가 행동해주기를 강요하기'입니다.

순서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절의 은장도가 익숙해지면 이 '진심의 표창' 날리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은장도를 장롱에 넣어두라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은장도를 써본 사람은 항상 품속에 간직하게 됩니다.

이 표창은 은장도보다 사용하기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잘만 쓰면 모두에게 사랑받습니다. 모두가 신뢰하고 좋아하지요. 연인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조심스럽기는 이 표창이 워낙 날카로워서 정확히 상대의 가슴팍을 조준하여 날려야지 잘못하면 이마빡을 찍든가 짝눈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 표창 제대로 쓰는 사람을 아직 몇 못 봤습니다. 대개 표창을 눈감고 던지기 때문입니다.

'진심'의 표창을 잘 쓰기 위해서는 듣는 귀를 훈련해야 합니다. 정확히 들어야 상대의 입장에서 그 기분이 어땠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됐는지 그 처지에 서보게 되면서 그의 마음이 짜르르 내 가슴을 울릴 때 비로소 진심이 나옵니다.

그렇기에 상대의 말하는 바를 대충 듣고 날리면 백번 다 빗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 감정이 섞인 상황에서 서너 번만 반복되도 짝눈 되고, 머리 터지고... 그 관계는 불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심장을 찔러야지요. 그래야 상대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 이해관계의 당사자일 때 나에게 반대하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진심에 이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결국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가능한 일입니다.

'내 뜻대로 돼야지!' 이 자세가 쉽게 고쳐지지 않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그 상태라는 것을 자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렇게 애를 써도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지요. '내 뜻대로!'를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표류하고 있는 이화여대 사태를 지켜보노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총장님께서 저 표창을 처음에 눈감고 던지셨습니다. 두세 차례 반복되면서 학생들 머리 다 깨졌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불구가 된다지요.

지금이라도 '내 뜻대로'가 뭔지를 살펴서 그걸 내려놔야 자신은 물론 모두가 편안해집니다. 그 '내 뜻대로'를 내려놓아야 함은 학생들에게도 예외일 수가 없지요. 세상을 항상 내 뜻대로 하려고 하면 되는 일이 별로 없음을 곧 배우게 됩니다.

한쪽만 내려놔도 풀리는 일인데 양쪽 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나요. 분노가 사라집니다. 저쪽 마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해가 된다지요. 진심의 표창은 그 위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정확히만 사용하면 늦는 법이란 없습니다. 생채기가 아물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지요. 인생은 지고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힘으로 누르려 하면 힘만 들 뿐입니다. 암울했던 지난 시절 힘있는 어른들의 '내 뜻대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젊음들이 그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 갔는지요. 위로 갈수록 힘센 사람들이 '내 뜻대로'를 내려놔야 종국엔 만백성이 편안해집니다.

우리네 삶이 열의 아홉 돈으로 해결될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안되지요. 하지만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표창은 돈을 무색케 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많은 경우 부모가 아이들에게 저 표창을 눈감고 날립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아이의 습성을 버리는 것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몸집은 점점 크는데 그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자라 결국 몸집만 큰 어린아이가 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어른다운 어른을 보고 자라지 못한 연유입니다.

우리 시대에 어른다운 큰 어른이 꼭 필요한 이유지요. 부모든 주변에서든 아이들이 어른답게 클 수 있으려면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겠지요. 그 큰 어른의 모습 중 하나가 '진심'입니다. 사람 사이에 강요가 아닌 '진심'이 무엇인지 느끼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그 진심의 표창을 정확히 던질 수 있게 됩니다.

흐린 하늘,
너무도 일찍 가버리신 큰 어른들이 더더욱 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손을 떼세요. 그래야 마음이 들립니다. Please.
 손을 떼세요. 그래야 마음이 들립니다. Please.
ⓒ 전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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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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