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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아파트 매매로 3억 7천만원의 시세차익 올린 김재수 후보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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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정책적 견해라든가 이런 걸 물어야 되는데 '아파트 청문회'가 됐다."

이양수 새누리당 의원이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날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이 집중 조명됐다.

고급 아파트 특혜 매입·매출을 비롯해 팔순 모친을 차상위계층으로 등록해 빈곤층 의료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몰랐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해외 근무가 잦아 국내 상황을 잘 살피지 못했다는 변명도 따라 붙었다.

그러나 야당은 이미 김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일례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오늘 인사청문회를 열기 전에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취소하라는 말씀을 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인준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 관련 의혹들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사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성격이 짙었다. 현재 처가 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우 수석이 최근 불거진 도덕적 의혹뿐만 아니라 본연의 업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함의'가 담긴 비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세보다 2억 원 싸게 사고 농협의 1% 저금리로 매입금 90% 마련해

'아파트 청문회'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1년 김 후보자가 매입한 경기도 용인수지 지역의 206.271㎡(88평) 규모의 고급 아파트부터 문제 삼았다. 당시 농림부 농수산물유통국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식품 관련 대기업인 CJ에서 건설한 이 아파트를 당시 시세(약 6억7천만 원)보다 약 2억 원 가량 싼 4억2천만 원에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CJ가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인 김 후보자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 후보자는 "(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66평짜리 연립주택"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66평 연립이라고 했는데 당시 분양광고를 보면 '오직 36분만을 위한 작품, 천연 옥과 대리석으로 만든 욕조, 수지1·2지구를 통틀어 고급빌라'라고 돼 있다, 허위 광고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88평 호화빌라라고 다들 이야기하는데 후보자는 66평 연립주택이라고 한다, 이 (인식) 간격 자체가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해외 파견으로 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을 때도 CJ의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CJ 산하 식품연구소 소장이 이 아파트를 당시 전세가보다 비싼 3억 원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식품 분야는 이전 정부 때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CJ는) 관련 없는 기업"이라며 "대리인이 근처 부동산을 통해 계약한 것이다, (회사가 아닌) CJ 산하 식품연구소 소장이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소장) 개인이 아니라 회사에서 (계약)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CJ만이 아니었다. 김 후보자가 이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매입금의 90%를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것도 지적됐다. 이 역시 농협이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인 김 후보자의 편의를 봐 준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농협의 대출 금리는 1.4% 밖에 안 됐다.

즉, 시세보다 2억 원 가량 싸게 아파트를 매입하고, 그 매입금조차 거의 농협에서 조달한 셈이다. 또 김 후보자는 이 아파트를 2006년 매도할 때는 약 3억 4700여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공짜 매입', '재테크의 귀재'라는 빈축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당시 금리를 조정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이 역시 부인했다. 또 "(해당 아파트를) 매도할 때도 대리인이 권석창 새누리당 의원이 "저도 농협에서 5천만 원을 빌렸는데 이자를 잘해주더라"고 자신을 변호하고 나섰을 때는 "개인적으로 농업 관련 공직자로서 농협에서 대출을 운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특혜나 혜택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위 공무원·공기업 사장 지낸 아들 둔 모친이 빈곤층 의료 혜택?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1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나와 부처 관계자로부터 쪽지를 전달받고 있다.
▲ 쪽지 전달받은 김재수 후보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1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나와 부처 관계자로부터 쪽지를 전달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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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후보자의 부동산 의혹은 이것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2007년부터 7년 간 거주한 경기 용인수지 지역의 93평 규모 아파트 전세 값도 논란이 됐다. 이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 7년 간 1억9천만 원에서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용인에 미분양이 많아 7~8년 간 전세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명하자, 김한정 의원은 "어떻게 그런 (인심이) 후한 임대인을 만났나"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 눈높이, 농민심정과 떨어진 장관후보자 아닌가"라면서 "직무관련성을 따져서 일부러 피해야 할 장관이 93평, 88평 대형 아파트를 골라 살고, 국민이 상상 못하는 금리로 대출해서 집을 사고"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강원도 양양과 세종시 인근 임야와 서울 강남 오피스텔 등 총 16차례의 부동산 거래를 했던 것도 '부동산 투기'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해외 근무가 잦아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외근무와 유학 탓에) 자연적으로 여러 군데 (거주지를) 옮긴 상황이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대단히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불법·부당 행위를 안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게 공직자 도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몸가짐을 바로 잡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질타는 계속됐다. 김현권 더민주 의원은 "현재 후보자가 대출을 받아쓰는 이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서민은 상상할 수 없는 저리의 이자를 쓰고 있던데, 고위 공직에 있는 분이 별나라 같은 이자를 쓰면 (대출을 많이 내는 농민들은) 울화통이 터지지 않겠나"라고 질문했다. 김 후보자는 "금리를 낮춰달라고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비율로 쓰는구나'하고 알았다"면서 "(특혜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러한 광경이 반복되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양수 새누리당 의원은 "7년 간 거주했던 아파트를 1억9천만 원 전세로 살았다는 것, '당시 안 나간 아파트가 상당히 많았다, 공짜로 와서 살아달라고도 했다' 이런 사례를 적시해서 의원들에게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이런 아파트 청문회로 몰아가게 되는 것은 사전에 근거를 제시해서 소명을 못한 후보자의 탓도 있다"고 김 후보자를 질책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도 "90평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재차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위 공직자가 대형 평수의 아파트에 산다는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각별히 조심하고 주변도 잘 살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자의 모친이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차상위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지원을 받고 양곡 할인까지 받은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양 의무를 가진 자녀가 없거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로 빈곤층이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농림부 고위 공무원과 공기업 사장을 지낸 아들을 둔 노모가 받은 셈이다. 80평이 넘는 아파트에 거주할 정도로 성공한 아들이 모친을 돌보지 않았다는 도덕성 논란이 부각됐다.

이에 대해 김현권 의원은 "후보나 후보의 동생이 명백히 소득이 있는 상황에서 모친이 차상위(수급대상자)에 오른 것은 분명 잘못이 아닌가"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행정기관에서 걸러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이 저도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어머니가 올해 5월에서야 후보자 동생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시작되자, 김 후보자 측이 이를 감추기 위해 그간 방치했던 모친을 동생의 피부양자로 급하게 등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그러나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제가 듣기론 후보자가 8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차상위의료급여 수급자가 된) 생모와는 떨어져 산 것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건강보험 등록 등에) 소홀했던 것 아닌가"라고 두둔했다.


태그:#김재수, #인사청문회, #특혜 ,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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