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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입니다. 일 년 중 며칠 안 되는, 가족과 친척이 다 같이 모이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안부도 묻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지요. 그러나 명절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설날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고,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았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함께 밥을 먹던 중 누군가 "그래서 북한 놈들 도와주면 안 된다니까…"라고 얘기를 시작한 기억은 없나요? 이 말을 들은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습니까? 1. 다른 곳으로 슬쩍 피한다. 2. 침묵한다. 3. 같이 논쟁한다.

올해도 이슈는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100분 토론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그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몫이지만, 피하자니 답답하고 논쟁에 참여하면 싸우기 십상이죠?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요 현안에 대해 가족이나 친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논쟁에 참여하되, 흥분하지 않고 조목조목 가족을 설득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월간 <참여사회>가 주요 시사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밥상 논쟁,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명절 되길 바랍니다.-기자 말

서울시 청년수당정책(정확한 명칭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이 표류할 지경에 놓여 있다.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에 의해 직권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작년 10월 서울시가 심각한 청년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청년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청년종합대책을 내놓은 뒤, 보건복지부가 유독 청년활동지원사업만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이래 근 10개월 동안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과는 서울시의 사업 시행과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라는 초강수로 맞부딪히고 말았다.

어쩌면 이미 예정된 길이었다. 왜냐면, 박근혜 정부는 반복지, 반자치, 반박원순이라는 '3반反' 기조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서 드러나듯 현재의 박근혜 정부는 복지 확충에 대한 소신이 없다.

순증주의에 의해 복지예산이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복지국가를 향한 철학과 기획은 부재하고 오히려 복지재정으로 인한 파탄이 더 신경 쓰이는 정권이다. 또한 지방자치에 대한 소신도 없다.

작년에 휘몰아친 지방정부의 사회보장정비사업에서 보듯이 복지사업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중앙정부가 시정을 주문하는 통제주의적 발상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

그러니 사회보장기본법 26조①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항상적으로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계산까지 더해져 유력한 야권인사인 서울시장에 대한 견제와 흠집내기까지 더해지니 형국은 매우 절망적이다.

‘저소득-고비용-고부채’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의 청년들
 ‘저소득-고비용-고부채’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의 청년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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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고비용·고부채 늪에 빠진 청년

2015년 2월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1.1%(48만 명)로 IMF 경제위기 이후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만 19~34세)층의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2년 54.1%에서 2012년 40.4%로 10년 사이에 13.7%P나 감소했다.

정부가 연간 1조 원을 청년실업 대책에 쏟아 부었고 2003년 이후 총 9회에 걸쳐 청년실업대책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 5번은 종합대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 되고 있다.

청년실업의 원인도 고용시장의 악화뿐만 아니라 높은 대학 진학율, 중소기업 근로자의 비정규직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청년실업이 장기화·구조화 되면서 청년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생활비와 학비마련을 위해 휴학한 청년이 17만 3천 명으로 2007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서울의 1인 가구 청년 34만 명 중 주거빈곤층②은 12만 명으로 전체의 30%를 넘고 있으며 그 중 지하·옥탑방 거주자가 3만 6천 명, 고시원 등 기타 비주거 거주자가 2만 2천 명에 달한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③에 따르면 2013년과 비교하여 40~50대의 부채는 감소하였으나, 30세 미만 청년이 11.2%로 가장 많이 늘어났고, 30~39세도 7% 늘어났다.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서도 2007년과 2014년을 비교하면 연체자는 1.4배 증가하고, 신용유의자는 5.3배 증가하였다. 청년들은 '저소득-고비용-고부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청년실업 문제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므로 서울시의 청년종합지원대책이 마련될 수밖에 없었고, 그 일환으로 '청년활동지원사업'이 기획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활동지원사업은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20개 사업 중 한가지로 만들어졌다.

이 사업이 정해지기까지 1년 2개월 동안 2380명의 청년 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해 총 23회의 컨퍼런스, 토론회 및 청책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시민(청년)참여형'으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회 밖 청년' 중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3천 명을 선발하여 청년의 자발적인 사회참여활동을 지원하고자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는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청년에게 진로탐색 시간을 보장하여 스스로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형화된 교육훈련 참여가 아닌 청년의 존재 상태와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진로탐색, 관심분야 참여활동 지원하고자 마련되었다.

서울시와 정부의 중복 복지 논란

이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하여 '취업성공 패키지'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므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중복지원이고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행정절차적 측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중복 복지'를 막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의거해 사회보장위원회의 협의절차를 강화해야 하고, 이러한 사회보장위원회의 협의(사실상 승인)를 거치지 않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의 시행은 위법한 행정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청년실업 계층 중 니트(NEET)④계층에 대한 것으로, 구직활동지원 정책만으로는 그들을 사회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들이 적극적인 구직활동 나서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사회활동에 참여를 유도·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고, 정부의 구직활동 지원정책인 '취업성공 패키지'정책과는 그 내용이 중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시는 구조화된 청년실업과 청년빈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구직활동지원이라는 '고용정책적' 접근뿐만 아니라, 주거지원, 채무조정지원 등 사회안전망정책과 다양한 사회활동 참여유도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행정절차적 측면에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청년계층의 구체적 실태를 파악하고 청년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여 시행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청년정책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에서의 협의·조정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을 논의하고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절차적 과정이지 이를 사실상의 승인절차처럼 파악하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의 관련 조정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청년수당 논란, 출구는 있나?

현상적으로만 보면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야대여소의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제2항부터 제4항까지를 삭제하거나, 최소한 지방정부는 자신들이 새로이 개설한 사회보장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에 통보하고, 이를 검토한 중앙정부가 필요시 적절한 변경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조문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조문의 수정으로 끝나기엔 박근혜 정부의 '3반' 기조가 끝내 걸림돌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결국 우리 사회의 거대 전선의 충돌과 그 사이의 진검승부가 요구된다.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는 청년세대와 여전히 기성논리로 점진적 해법에 옭매이는 기성세대 간의 전선, 지방 자치의 확대가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믿는 자치세력과 중앙집권의 향수와 그 달콤함을 제어할 줄 모르는 반자치세력 간의 전선, 보편적 복지로의 진군을 목말라하는 친복지세력과 여전히 개발과 경제에 목매는 개발주의세력 간의 전선, 궁극적으로는 우리사회의 진보개혁세력과 수구보수세력 간의 전선이 존재한다. 그 전선에서 국민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따라 이 갈등이 끝날 것이다.

이 와중에도 중앙정부는 서울시에게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던 현금성 수당 제도를 고용보험 안에 슬그머니 도입하는 머쓱함에 대해 별 해명도 없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크긴 큰 모양이다.

[각주]

①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④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

②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지하, 옥탁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의 주택 이외의 비주거에 거주하는 계층

③  가구주 연령별 가구당 부채 보유액 및 증감율, 2014년 한국은행 가계금융복지 조사, 통계청

④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태수님은 꽃동네대학교 교수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청년수당, #사회복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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