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간 상암벌이 다시 뜨거워진다. 근래에 보기드문 흥미로운 월드컵 예선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대가 세계 축구판에서도 이제 큰 소리 좀 쳐 보겠다고 선언한 중국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홈 앤 어웨이 시스템으로 10경기가 진행되는 최종 예선에서 과거에 자주 들었던 공한증이라는 수식어는 실제 경기에서 무의미하다고 봐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월드컵 예선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첫 경기, 중국전을  치른다. 중국에서 건너온 축구팬들이 예상보다 많이 관중석에 앉아서 소리지를 것을 예상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분위기가 상암벌을 휘감을 듯하다.

리우의 황희찬과 챔피언스리그의 이재성을 떠올리자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거 한국 축구 역사에서 언제나 뜨거웠던 한일전과 비교해도 그 이상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경기다. 중국쪽 언론사 취재진의 규모도 예상을 뛰어넘었고 중국 관중들의 숫자도 마찬가지다. 그 배경에는 최근 중국 축구의 과감한 도전이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슈퍼리그의 강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2013년, 2015년에 두 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그들의 실력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올해 진행 중인 이 대회 8강에도 상하이 상강과 산둥 루넝 FC, 두 클럽이 각각 K리그 클래식의 자존심 전북 현대와 FC 서울을 상대하고 있다. 지난 주에 열린 1차전에서 그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한국 K리그 팬들에게 알려주었다.

바로 그들이 어느 때보다 의기양양하게 서울 한복판으로 쳐들어왔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예상보다 적은 20명의 선수단을 꾸렸다. 터키 클럽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한 키다리 골잡이 석현준을 뽑았다가 새로운 팀에 적응하라는 배려로 데려오지 않았다.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 대표팀에 대한 관심사는 공격수 역할을 누가 맡는가 하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 명단을 근거로 하면 그 자리에는 새내기 국가대표 황희찬(20살, 잘츠부르크) 한 명 뿐이다.

신태용 감독이 데리고 리우 올림픽에 다녀온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것을 슈틸리케 감독이 놓치지 않았다. 특히, 그를 처음 발탁하며 슈틸리케 감독이 밝힌 것처럼 쉽게 열리지 않을 중국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흔드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질 것이다. 미드필더 자원으로 선발되었지만 원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있기 때문에 황희찬과 다른 색깔의 원톱으로 지동원을 먼저 내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대표팀으로서 황희찬이 발군의 스피드와 공간 침투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의 예측은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선수들이 그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도 황희찬으로서는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날개 공격수로서 황희찬의 역습 파트너가 되는 손흥민과의 호흡은 이미 신태용호에서 검증되었기에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무래도 손흥민에게 중국의 수비수들이 거칠게 달라붙을 것으로 예상돼 황희찬의 빠른 공간 창출은 꼭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의 공격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이청용의 날카로운 연결까지 더한다면 충분히 중국의 거친 수비를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미드필드에도 적임자가 따로 있다. 가장 최근에 중국 대표 선수 셋과 직접 경기 경험을 쌓고 돌아온 K리그 클래식의 자랑 이재성(전북 현대)이다. 그는 지난 8월 23일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상하이 상강을 이끌고 있는 세 명의 중국 국가대표들(FW 유하이, MF 우레이, MF 차이후이캉)과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비록 그 경기가 0-0 득점 없이 끝났지만 이재성의 다재다능한 능력은 중원에서 그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승점 3점 얻으려면 '우레이'를 경계하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대표팀 공식훈련에서 선수들이 가오홍보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대표팀 공식훈련에서 선수들이 가오홍보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오홍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중국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이 경기를 기다려온 듯하다. 이례적으로 중국 슈퍼리그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일찍 소집하여 합숙 훈련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대 한중전에서 가장 치열한 압박 수비와 중원 싸움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최종 예선은 토너먼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승점 싸움이다. 한국으로서는 스코어 차이가 욕심나는 홈 경기이지만 무엇보다도 승점 3점을 얻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들고나오는 역습 전술을 읽어야 한다. 그 중심에 중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우레이(상하이 상강)가 있다.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우레이는 현재 중국 슈퍼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득점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수비수들이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체격 조건은 그리 크지 않지만 빠른 순간 동작으로 상대 수비수 뒷공간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황희찬이나 손흥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재목이다.

실제로 지난 달 23일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우레이는 전북 수비수들을 여러 차례 괴롭혔다. 68분에 우레이가 기습적으로 빠져들어오면서 잡은 결정적인 슛 기회는 타이밍이 좀 늦었지만 충분히 결승골을 터뜨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점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이재성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엄청난 양국 관중들이 몰려들어 긴장감이 배가될 첫 경기에서 원하는 선취골이 안 터질 경우에는 역습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 우레이를 비롯하여 가오린, 지앙닝, 장위닝 등을 활용하는 역습이 매우 날카롭다는 사실을 한국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나 플레이 메이커 기성용이 똑똑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최종 예선 일정은 2017년 9월 5일까지 무려 369일이나 걸리는 대장정이다. 이 경기 첫 단추 꿰기도 중요하지만 2017년 3월 27일 열리는 중국 원정 경기에서 최소한의 승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밸런스 유지에 신경 쓰면서 중국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에 능한가를 살피고 대응하는 전술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전북 현대가 챔피언스리그 상하이 원정 경기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4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돌아온 것도 끝까지 필드 플레이어들이 밸런스를 잃지 않은 덕분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경기를 끝내고 시리아와의 원정 2차전(9월 6일, 장소 미정)에 뛰지 않고 소속 팀으로 돌아가는 손흥민의 빈 자리도 고민하며 지동원이나 권창훈이 뛸 자리를 살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들이 꿈꾸고 있는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 위업을 향한 첫 발걸음이 시작됐다.

※ 한중전 예상 선발 선수 명단(2016년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선수들(4-1-4-1)
FW : 황희찬
AMF :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이청용
DMF : 정우영
DF : 오재석, 김영권, 장현수, 이용
GK : 정성룡

◎ 중국 선수들(4-5-1)
FW : 가오린
MF : 우레이, 황보웬, 장위닝, 우쉬, 지앙닝
DF : 장쯔펑, 렌항, 펑샤오팅, 장린펑
GK : 정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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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슈틸리케 월드컵 중국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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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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