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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많은 종교와 사상들이 저마다 외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때로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 경험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진실은 단순하다고 합니다. 그 진실을 찾아 길을 나선 한 나그네의 소담스런 일상을 매주 월, 수, 금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말]
지금은 고1인 둘째 아이를 어려서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날 수화기 너머로 아내의 울음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승이가 없어. 두 시간이나 온동네를 다 뒤졌는데... 없어..."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 살면서 겪게 되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수많은 문제들은 대개 시간이 해결해주지요. 당장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시간이 흘러 그것 또한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그것'이 문제나 사건 혹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일에 연루된 나의 '감정'이 지나가는 거라지요.

꼬맹이가 없어진 일에서 보면, 그 시작 지점은 동일한 사건이라도 연루된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아내에게는 저보다 두 시간 먼저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감정이 솟구치면서 '사건화'되지요.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불안이 엄습한 순간 제게 '사건화' 됩니다. 사방을 뒤지면서 아내의 불안과 공포는 배가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요. 그 사이 아내의 '감정'이 극심한 고통을 가져옵니다. 아이를 찾는 그 순간까지 말이죠. 아이를 찾으면 그때서야 불안과 공포의 감정이 사라집니다. 감정이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없어진 일의 종료 시기도 각자의 감정이 해소된 그 지점이지요. 표면적으로 끝난 것처럼 보여도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면 계속 진행중인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아내가 제게 전화하기 직전에 아이가 돌아와서 연락하지 않았다면 제게는 아예 사건 자체가 되지 않지요. 부부에게 동일한 사건인데 누구에게는 속 뒤집어지는 사건이고 누구에게는 아예 사건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가요. 애초부터 사건이 아닌 것을 '사건화'시키는 우리 마음의 '감정' 때문입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절대 쉽지 않지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없어졌는데 어찌 담담할 수 있나요. 그러나 우리는 수십년간 크고 작은 감정의 기복을 매일같이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지나쳐 왔을 뿐입니다.

어떤 일에 수반된 감정은 일주일만에 지나가기도 하고 한달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그 시간동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지요. 그래서 감정이 사그라질 때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사건에서 감정이 일주일 지속되면서 고통스러운 것을 하루로 당길 수 있으면 좋겠지요. 아니 하루가 아니라 한시간 안에 감정이 처리되면 더욱 좋겠지요.

아니요, 그 일을 인식했을 때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자각하여 마음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그 일은 '사건화'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감정이 솟구치지 않으면 더이상 내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언제나 마음은 평온할 것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감정'이기에 반드시 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월은 쉬지 않고 파도를 몰아다가 우리 가슴에 때려 안겨줍니다. 그때마다 마음이 뒤집어지기에 살아가는 게 버거우지요.

이제 문제는,  '그 사건'이 아니라 '내 감정'입니다.

요녀석이 엄마 속을 그리 태우던 아이입니다 ^^
 요녀석이 엄마 속을 그리 태우던 아이입니다 ^^
ⓒ 전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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