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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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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지껭이를 들고 아재랑 총싸움하는 모습을 보시던 할머니 "아이구, 우리 똥강아지 장군이 되려나?" 하시곤 했다. 이다음에 별 다섯개를 모자에 딱, 붙이고 지휘봉을 든 장군이 되어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지 마음을 먹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이 교실 뒤의 게시판 가운데 붙여졌다. 선생님 말씀이 "그림은 조상연처럼 이렇게 그려야 돼."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눈이 살구만하게 커졌고 나는 이다음에 꼭 훌륭한 화가가 돼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쓴 시가 교내백일장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상장을 방에 걸어놓고 일년 내내 시집만 읽으며 기필코 시인이 되리라 굳은 땅에 물 뿌려가며 다지듯이 마음을 다졌다.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하루는 학교로 하루는 학교 옆 동해루라는 청요리집으로 번갈아가며 등교를 했다. 결석을 하면 선생님은 아예 동해루로 나를 찾아오고는 했다. 동경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동해루 사장님께 3년 동안 문학과 철학을 배우며 철학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정말로 절에 들어가 일년 동안 두문불출 노자철학을 파고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단장 취임식에 무전기를 메고 다니는 나를 보았고 화가가 된 친구의 미완성 그림을 훔쳐다가 팔아서 그 돈으로 술 마시는 나를 보았다. 시인 동무가 시집을 출판하면 출판기념회에서 술에 취해 "저자식이 쓰는 시 속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어." 술주정하는 나를 보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인적이 드문 숲에서 상수리나무를 상대로 노자철학을 강의하는 내모습을 보았다.

아,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던 젊은 날의 열정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활활 타오르고 있건만

그랬구나...
평생을 남의 잔치에 박수만 치며 살아왔구나.

*
이렇게 서러운 맘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춘천의 최돈선 시인께서는 나에게 시인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시인께서 사람을 잘못보신 게다. 내가 예전보다 많이 점잖아지기는 했어도 시인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시인께서는 나를 본 적이 없다 하셨는데 화천에서도 뵙고 춘천에서도 뵙고 여러번 뵌 적이 있다. 연세가 70이 넘으시니 기억도 가물가물하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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