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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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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된 딸이 오래전 해넣은 금니가 홀라당 빠졌다. 어금니에 충치가 있어 치료를 받고 금으로 때워 넣었다. 딸은 음식 씹을 때마다 아프고 불편하다고 했다. 딸이 금니를 주며 팔아 보라고 했다.

며칠 후 딸과 치과에 가서 견적을 냈다. 치료비가 45만 원 정도 든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이 드는 것 같았다. 나는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지 6년이 넘었다. 빚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없는 생활비를 쪼개 충치 치료에 써야 했다.

'이거라도 팔아 딸 충치 치료비로 충당하자.'

이러헤 생각하며 금은방을 찾아갔다.

"우리는 금니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상했다. 왜 금을 취급하는 곳에서 금을 사지 않는다는 걸까. 그 이유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희안하게, 우리 동네 어느 국밥집 앞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금이빨 삽니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금이빨 팔러 왔다'고 말하니 식당 주인이 선반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먹판과 작은 저울이었다.

"이거 순금 아닌 건 아시죠? 5가지 금속으로 된 합금이에요."

겉으로 "네" 하고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론 "뜨악" 하고 놀랐다. 난 그동안 충치는 순금으로 때우는줄 알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먹판에 물 같은 걸 한방울 떨어뜨리고는 금니를 문질렀다. 눈으로 확인한 후 "금 맞네"라고 하고 작은 저울에 올려 놓았다. 저울은 1.0을 표시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이 말했다.

"이 저울로 0.1당 1000원 드립니다."

그리고는 1만 원을 내어 주었다. 집에 도착하여 딸에게 금니를 해 넣는데 얼마가 들었는지 물으니 35만 원 들었다고 한다. 가치의 차이를 알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가?

딸 충치 치료비로 보충하려다 1만 원을 받아들고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어떻게든 44만 원을 더 만들어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아비가 돈 없으니 다음에 치료하자"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걱정되고 난감하다. 자식 앞에서 티 낼 수도 없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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