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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일이다. 근무를 마친 뒤 SNS를 통해 은사님인 김 선생님 소식을 들었다. 재택근무와 재활운동로 바빠 잠시 은사님과 연락을 못했다. SNS를 통해 간간히 소식만 들을 뿐이었다.

지난 주말 백화점에서 일을 마치고 오신 어머니 손에 비닐봉지가 하나 있었다. 간식이려나 생각하며 봉지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 여주는 왜. 간식 사오시지.....?"
"익진아. 아버지 거야... 당뇨에 좋은 거래."
"어 그래요. ~!"


'이런 내 것도 사오지' 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부터 아버지가 당뇨로 고생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지내오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거실에서 말리기 위해 썰어놓은 여주를 봤다.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지?"

생각에 빠졌다. 얼마전 은사님께서 올린 사진이 떠올랐다. SNS를 확인했다. 읽고 나서 조용히 은사님 생각에 빠졌다. 무엇 때문에 당뇨에 걸린 건가? 은사님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지내 왔다. 미리 알았으면 연락을 드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정된 일이었다. 돌아보면 아버지나 은사님은 담배라는 것에 빠져 있었다. 매일 쉬는 시간마다 핀 것이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담배 끊는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다면서 신경을 쓰고 고민한 은사님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김 선생님은 각별했다.

김 선생님과는 영어교과 교사로 만났다. 항상 뒷말 없이 앞장 서서 내 일을 해결해주셨다. 지금껏 김 선생님을 잊지 못한 건 딱 한 가지다. 사랑일 것이다. 은사님은 3년 동안 마음을 대해주셨다. 무엇을 하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파악하셨다. 나는 은사님을 계속 찾아가고 따라다녔다.

'익진이' 하면 '환희샘'이라는 단어가 따라올 정도로 학교에 소문이 났다. 다른 선생님에게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관계였다.

선생님은 담임선생님보다 나를 더 잘 알았다. 급식 도움도 받았다. 급식을 도울 친구가 없어 부모님은 급식도 하기 어려웠다. 김 선생님이 이런 사정을 조용히 담임선생님께 전했다. 담임선생님은 급식을 도울 친구가 나를 도울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돌렸다. 그것이 은사님 방식이었다.

고2 수학여행 당시엔 3박4일 동안 우리반 아이들보다 나를 더 신경써 주셨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된 것은 은사님이 계획한 덕분이었다. 당시 여행 준비하면서 내내 걱정이 많았다. 솔직히 긴 여행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선생님은 수학여행에 함께 갈 것을 제의한 다음 수업에 들어가는 반마다 "수학여행 가서 익진이 돕거라, 수학여행 함께 해야 한다"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었다.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보다 마음 속에 더 남아있는 것은 이런 사연들 덕분이다.

나는 은사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힘들지만 이겨 내라고. 그 뒤에는 많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라 하셨다.

어머니가 해준 여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은사님께 문자를 남겼다.

"사랑하는 환희샘. 어머니가 아버지 선물준비 하시는데 선생님이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아프지 마시고 사모님께서 해주신 여주 드시고 건강하세요. 00이도 선생님 닮아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 볼  때마다 행복합니다. 가족들에게,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니 늘 함께 즐겁게 보내세요. 응원합니다. 선생님."


이 문자를 보고 감동 받아 말씀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왜 답이 없지? 하며 계속 답을 기다렸다. 2시간 뒤 다시 문자를 남겼다.

"선생님 감동이죠? 글을 읽고 답 주세요."

답장이 왔다. 영어로 왔고, 영어로 대답했다.

"Your story is very impressive. I want you to cheer up."
"Thank you Happy watching the teacher posts. Please try to cheer his disciples to love your teachers without end".

(네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나는 너를 응원한다.)
(선생님 글을 봐서 행복해요. 선생님 제자들이 선생님을 사랑하도록 격려해주세요.)

둘만의 문자를 마쳤다.


태그:#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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