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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진태, <조선일보> 주필 송희영의 이름이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김진태 의원이 '유력 언론인이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전세기를 타고 외유를 하면서 초호화판 향응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면서부터다. 그리고 그는 유력 언론인으로 <조선일보>의 주필 송희영을 지목했다.

얼마 전 절찬리에 상영되었던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흡사하다. 당시 영화에서는 유력한 언론사의 주필, 검찰 출신의 청와대 민정수석, 여당 국회의원 등이 등장한다. 이번 폭로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력 언론사인 <조선일보>의 주필(송희영), 청와대 민정수석(우병우), 검찰 간부출신의 국회의원(김진태)이 등장한다. 

'청부 폭로'의 전형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목적으로 접대를 받은 유력언론인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폭로하는 기자회견.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목적으로 접대를 받은 유력언론인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폭로하는 기자회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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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조선일보>에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보도한다. 청와대는 곧바로 우 수석을 보호하면서 방어태세에 들어가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감찰을 개시한다. 다시 청와대는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의 우병우 죽이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해당언론과 반대세력에 강공을 펼친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결과 우 수석을 수사의뢰하고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미리 발표되자 또다시 청와대는 특별감찰관이 국기문란 행위를 했다며 분노를 표한다. 그 후 김진태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서<조선일보> 송 주필의 관련 의혹을 공개한다. 우병우를 보호하기 위해 폭로전을 펼친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하여 김진태 의원은 이번 폭로는 우 수석과는 관련 없는 일이며,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서도 정보의 근원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버티는 형국이다.

먼저 김진태 의원은 우 수석과 관련 없이 순수하게 부패한 언론인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것일까?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김진태 의원의 폭로가 딱 그 양상이다.

한번 살펴보자. 이미 청와대는 김진태 의원의 폭로 전에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언급했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조선일보>를 두고 한 말이 틀림없다.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소위 말하는 친박이고, 검찰 출신이고, 우병우 수석이나 청와대와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폭로의 의도를 의심받는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언론의 경우에도 취재원을 밝히지 않듯이 자신도 정보의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김진태 의원은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한 의심을 풀어야 하는 것은 김진태 의원 자신이다. 끝까지 그러한 의구심을 풀지 못한다면 폭로의 이유가 우병우 수석을 보호하기 위한 공작 정치의 발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청와대는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지난 30일 사임)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했다고 공개했다. 청와대와 우 수석, 그리고 김진태 의원이 삼각편대를 형성하여 <조선일보>를 공격하고 있는 전형적인 청부폭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스스로도 김진태 의원을 통한 기획 폭로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발언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김진태가 세운 두 가지 '공'

그럼에도 김진태 의원이 모처럼 밥값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필자는 김진태 의원에 대하여 극단적인 이념에 치우쳐 상대방을 몰아붙이며, 합리성이 전혀 없는 정치인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그에 대한 이런 인상은 유효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폭로전으로 영화 <내부자들>이 단순히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언론사 고위 간부가 특정 정치 세력에 관여하거나 심지어는 기획을 하는 장면에 반신반의 했었다. 기업가와 언론인, 그리고 정치인으로 연결되는 부패의 사슬을 스크린으로 목도하였지만, 현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폭로전으로 영화가 단지 허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폭로가 기획되었거나 청부에 의한 것이라도 김진태 의원에겐 또 하나의 공이 있다. 김영란법이 언론인에게 적용돼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 준다. 오는 9월 29일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의 문제점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인이 포함된 데 따른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부실화의 길을 걷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한 금액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폭로됐으니 보수언론이 더 이상 김영란법을 반대할 명분을 상실한 것이다.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되어야 하느냐 마느냐 논쟁을 사실상 잠재운 셈이다.

국민들은 이번 폭로가 청와대의 기획에 의한 공작정치의 하나인지, 아니면 사회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려는 정치인의 결단인지를 알아야 한다. 김진태 의원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유착 의혹을 폭로한 진정한 목적과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경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꾸 다른 이유를 들어서 답을 피해가려 한다면 청와대의 기획에 의한 청부폭로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고급정보는 청와대 사정라인이나 검찰 수사기관을 제외하고는 쉽게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 역시 이런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과거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과정을 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과거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를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정보 입수 경위를 두고 조선일보와 국정원 사이 유착 의혹이 일었다. 지금은 <조선일보>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드러난 것은 모두 밝혀야

감찰내용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지난 29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왼쪽)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 사무소를 나서는 모습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 이석수와 우병우 감찰내용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지난 29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왼쪽)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 사무소를 나서는 모습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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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선일보>는 정권과 밀월관계를 형성하면서 언론의 기본 역할인 권력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이번 우병우 수석의 문제를 크게 보도하자 국민들은 의구심을 가졌다. <조선일보>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싸우다가 적당하게 타협하면서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언론의 비리는 그대로 밝혀져야 한다. 동시에 청와대나 수사기관을 통한 기획 폭로가 있었다면 그 역시 드러나야 한다. 아무리 올바른 일도 공작, 모략, 술수에 의한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더욱이 품위 있는 정치인이라면 청부폭로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 보았던 언론과 기업, 그리고 권력의 추악한 부패 커넥션이 현실에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필자는 김진태 의원이 관련 자료를 입수했더라도 언론에 폭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언론을 통해, 중계하듯 폭로 하면서, 해당 자료의 입수경위는 밝힐 수 없다고 발뺌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벗어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이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청부폭로, #기획폭로, #민정수석 우병우, #조선일보 주필 송희영, #국회의원 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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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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